<무단 횡단 "죄송합니다">
약속시간에 쫓기는 날이었습니다.
부지런히 달려가는데 '아차' 건너는 길이 초록에서 빨강으로 바뀌었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발을 멈춘 횡단보도에서 오른쪽 왼쪽 도로를 살펴봅니다.
대기하고 있던 차 한대가 가고 나니 도로에는 오가는 차량이 없이 텅 비었습니다.
도로 건너에도 이쪽에도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눈도 초롱초롱 초록색 신호로 바꾸기를 기다리고 섰습니다.
약속시간을 지키려면 1분 1초가 아쉽습니다.
'지금 신호 무시하고 뛰어 넘어가야 돼' 건널목 무단횡단을 결심합니다.
눈 딱감고 빠른 걸음으로 냅다 걷다뛰다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아직도 도로에는 차가 보이질 않고 무사히 건너 다행입니다.
헌데 건널목 앞에서 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이 매섭습니다.
어떤이는 혀를 차고 고개를 내두르면서도 아무도 말리는 이는 없습니다.
눈길이 너무 따갑고 한편 무섭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도 없는데 거너지 못하네'하며 사람들의 나약함에 비웃음이 속으로 번집니다.
영국에서는 빨강 신호에도 차가 오지 않으면 거침없이 건너던데 하며 자기변호를 합니다.
속으로는 죄와 벌이 두렵기는 하지만 그걸 어기고도 무사한 것에 쾌재를 부릅니다.
이딴것 같고 단죄할 수는 없지, 교통경찰이 있었어도 무단횡단하기로 맘 먹었을까?
그래도 건너며 '바쁜데 뭐냐, 차 없는데 사람이 건너가야지. 교통신호 체계가 문제다.'
교통법규을 뜯어 고쳐서라도 이거 바로 잡아야한다며 오히려 큰 소리쳤을 겁니다.
* 요새 국회가 하는 것 보면 딱 이런 모습에 씁쓸합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잖아요. 법을 어겼잖아요. 거기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무시한거 잖아요.
가던 길을 돌아서서 길건너편에, 이편에 대기하고 섰는 사람들에게 배꼽절로 인사를 합니다.
"죄송합니다. 무단횡단을 용서해 주십시요. 조심하겠습니다." 큰소리로 사죄를 드렸습니다.
다들 심드렁한 표정이었지만, 속으로는 별난 인사 다 받아보네하는 반가운 얼굴이었습니다.
2024.6.17 아가동장 김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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