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한 달 동안 안절부절 못하고 지냈습니다.
글을 쓰고는 싶은데, 도무지 시간이 안 나서였지요.
그동안 매너리즘에 빠져, 어떤 이가 말하길 이상한 글만 쓰고 있다는 소리도 듣고 하여
저의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학습동화니, 기획동화니, 그림동화 같은 것들을 쓰면서도 얼마든지 좋은 동화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요.
그래서 쓴 것이 '송화강 아리랑'이었고 웅진주니어문학상(기성부문)에 응모를 했습니다.
웅진주니어문학상은 1회였는데 안타깝게도 기성부문에서는 대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본심에는 올랐으니, 동화작가로서의 자존심은 지킨 건가요?
어쩌면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건지도 몰라요.(흑흑)
한 달 동안 몸을 혹사하면서 한 일이 좋은 결과는 내지 못했어도,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몸을 움추리렵니다.
더 높이 뛰기 위해서.....
심사평
‘웅진주니어 문학상’은 기성 작가와 신인의 작품을 구분하여 접수하였다. 경험이 많은 기성 작가로부터는 모든 면에서 월등한 작품을, 신인으로부터는 실험적이고 신선한 작품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기대에 부응하듯 기성과 신인을 합해 90명이 응모하였고, 작품 편수는 총 127편이었다. 잠을 설쳐가며 글을 쓰고 결과를 기다렸을 모든 응모자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예심에서 본심으로 올라온 작품은 기성 작가의 작품 9편, 신인의 작품 9편이었다. 본심에서 거론되었던 작품은 기성 부문에서 <위풍당당 심예분 여사>, <송화강 아리랑>, <우리 동네에는 새들이 산다>였고, 신인 부문에서는 <황금발이 3-165>, <마지막 오징어잡이>, <나팔꽃은 해를 사랑했다>, <귀서각>이었다.
본심에서 오랜 논의를 하였지만, 기성 작가의 작품에서는 안타까움이 컸다. 결국 문학상을 처음 시작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기성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위풍당당 심예분 여사>는 생동감 넘치는 할머니의 모습을 잘 구현한 점, 시종일관 즐거움을 전하는 경쾌한 문장, 노인의 삶도 충분히 역동적일 수 있다는 시선이 좋았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미강의 삶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지 못하고 단순한 화자로 남은 점, 주인공 어린이의 삶과 관련된 문제 제기나 시사점이 없다는 점, 후반부로 갈수록 인물로 인한 공감보다 작가의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점 등이 지적되었다.
<송화강 아리랑>은 중국을 배경으로, 독립 유공자의 후손인 조선족을 인물로 설정한 점에서 호기심을 끌었으나 작가의 열정에 비해 이야기가 매우 혼란스러웠다. 독립 유공자의 귀화와 정착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재중 동포와 한국(인)과의 관계양상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마무리 또한 안이하게 처리되어 안타까웠다.
<우리 동네에는 새들이 산다>는 기러기 아빠와 친척집에 위탁된 아이가 만나 서로의 아픔을 확인한 작품으로 굴절된 우리사회의 한 면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만 제시하였을 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탐색이나 치열한 작가의식을 보여주지 못하였다. 두 인물이 이야기 중심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외로운 둘의 만남이 만남 이상의 의미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정황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어야 할 듯하다.
<귀서각>은 상당한 자료와 상상력이 보태어진 판타지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검토한 작품이다. 그런데 판타지 세계의 논리가 부족하고, 귀중한 소품들이 단순하게 소용되어 아쉬웠다. 또 소품과 인물 혹은 사건들의 연관성이 떨어지는데다가 매우 산만하게 열거되어 중심 이야기로 몰입이 되지 않았다. 민속적이면서도 독특한 상상력이 선명한 서사와 의미를 확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팔꽃은 해를 사랑했다>는 광주항쟁을 일부 다루고 있다. 언제든 어떤 방법으로든 동화로 다루어질 역사적 사건이라 반갑기는 하나 이 작품의 경우에는 인물들이 사건에 개입하는 동기 설정이 안이하고 유기적 관련성이 떨어져 피상적으로 소묘되었다는 인상이다. 중심 캐릭터가 중학생으로 설정된 점, 시점이 자주 혼란스러운 점, 에피소드의 나열로 중심 서사를 보여주지 못한 점 등이 아쉬웠다.
<마지막 오징어잡이>는 문장이 유려하고 인물 간의 유대감을 매우 자연스럽게 표현한 작품이다. 어촌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었음에도 독자가 몰입할 수 있도록 삶을 잘 그려냈고 어린이다운 모습을 잘 보여주어 여러 모로 안정적이다. 사투리 맛과 사람 사이의 정, 인물의 개성이 잘 나타나 신인답지 않은 여유도 느껴진다. 다만 연작 형식이라도 전체를 하나의 구성으로 보고 완결성을 가졌어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황금발이 3-165>는 대여점의 장난감을 인격화하여 ‘대여되는 삶’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 작품으로 발상의 참신함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대여되는 장난감들의 삶에서 언뜻 고달픈 사람살이도 보이고, 장난감에게도 ‘주어진 시간을 살 권리’가 있고, 저만을 아껴줄 짝에 대한 욕망도 있다는 메시지가 신선하였다. 대여되는 삶에 대한 깊은 철학적 성찰이나 몇몇 캐릭터의 개성을 선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장난감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주목받지 못하고 낡아가는 존재의 소망을 그려낸 상상력은 신인다운 모습이라 할 만 했다.
신인 부문에서는 <황금발이 3-165>가 문학적 완성도와 작가로서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여 제1회 웅진주니어 신인문학대상 작품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정규 시상 부문에는 없었으나, <마지막 오징어잡이>의 경우 작품의 우수성을 인정하여 ‘신인문학특별상’ 부문으로 수상을 결정하였다.
첫댓글 아깝네요...담에 좋은 기회가 있을 거예요. 힘내세요.
그냥 해 본 일이에요. 아무런 미련 없어요. ㅋㅋ
나는 이번 가을에 비는 시간을 이용하여 문학산엘 자주 갔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바람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숲에 바람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재가 바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바람 같은 분입니다. 건강하세요
선생님을 보고 있으면 참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쩜 그리도 많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하실 수 있는지요. 선생님의 열정과 도전 정신을 배우고 싶어요.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열정을 갖게끔 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고, 못하는 것도 숱하게 많아요. 잘 하는 건, 뭐든지 열심히 한다는 것, 그거 하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