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회보장․사회복지개혁과 개호보험제도
발표 宮田 和明(日本福祉大學 교수)
통역 엄 기욱(광주여대 교수)
1. 사회보장․사회복지개혁의 배경
일본 사회보장․사회복지제도의 기본적인 틀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에 의한 점령기에 형성되었다. 고도성장이 시작된 1950년대 중반까지의 사회보장․사회복지제도는 실질적으로 빈곤대책이 중심이었다. 1960년대에 진입해서는 의료보험제도의 보급, 국민연금제도의 성립 등에 의해 「전국민의료보험, 전국민연금체제」가 갖추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 살펴본 당시의 일본 사회보장 수준은 아직 낮은 단계에 있었다.
고도경제성장에 의한 국민생활은 크게 변화하여 생활상의 불안정이 확대됨에 따라 소득과 의료보장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다양한 욕구가 증대되었다. 사회복지시설 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1970년대 전반에는 「사회복지시설정비 긴급 5개년 계획」 등을 기초로 사회복지시설의 확충이 이루어졌다.
정부는 1973년을 「복지원년」이라 칭하면서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정비, 확충에 대한 의욕을 보였으나, 같은 해 가을 「제1차 석유파동」 이후 일본경제는 장기적인 불황에 들어가 저성장기를 맞이하였다. 저성장에서의 국가 재정상황 악화는 사회보장․사회복지에 대한 재평가를 불러오게 했다.
일본의 고령화율(65세 이상인구 비율)은 1970년에 7%를 넘었고, 1980년에는 9.1%가 되었으며 저출산화의 영향으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될 것이 예측되었다.
저성장이 계속되는 재정위기 속에서 고령화는 진행되어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갔으며, 1970년대 후반부터는 정부나 관계 심의회 등에서 21세기를 향한 사회보장․사회복지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강하게 주장되었다. 또한 사회복지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었으나 심각한 재정사정과 기존의 시설수용주의에 대한 비판이 가세하여 시설복지로부터 재가복지에로 그 중점이 전환되도록 요구되었다.
1989년에는 「고령자보건복지추진 10개년 전략」(약칭: 골드 플랜)이 책정되었다. 또한 노인복지법, 신체장애자복지법 등 복지관계 8법 개정(1990년)에 의해 재가복지서비스와 시설복지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책임이 시정촌(市町村)에 부과되었으며, 이에 따라 시정촌은 노인보건복지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이 단계에서의 사회복지개혁은 고령화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가정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 독자의 복지사회(일본형 복지사회)의 구축을 기본과제로 하여 ①수익자부담의 강화, ②재가복지의 충실, ③시정촌의 역할 중시, ④서비스 공급체제의 다양화 등을 목표로 하였다. 따라서 사회복지제도의 기본적인 틀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새롭게 전개되기 시작한 사회보장․사회복지개혁은 「사회보장체계의 재구축」이라는 슬로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금까지의 「개혁」과는 질적으로 다른 커다란 전환을 가져왔다.
이는 저성장에 따른 재정상황의 곤란이나 국민의료비의 증대가 사회보장제도 개혁에 대한 큰 압력이 되었으나, 이 이외에도 「사회보장 관계의 재구축」이 요구된 배경에는 ①저출산화․고령화의 급속한 진행, ②가족 개호력 저하와 개호문제의 심각화, ③지역사회의 상호부조력의 저하, ④자원봉사 의존의 한계, ⑤실버서비스의 성장둔화 등「일본형 복지사회」구상에 기초한 「고령사회대책」이 한계에 이르렀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2000년 4월에 발족한 공적개호보험제도는 지금까지의 「개혁」과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사회보장․사회복지개혁의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2. 사회보장․사회복지 이념의 전환
개호보험제도 도입을 시작으로 한 사회보장․사회복지제도개혁은 지금까지의 개혁과는 질적으로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개호보험제도는 지금까지 행정책임에 의해 제공되어 온 개호․복지서비스를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의 사적계약을 기초로 한 이용제도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행정책임에 의한 개호․복지서비스 제공은 일본 헌법 제25조 생존권보장의 이념을 구체화시킨 것이며, 그 동안 「조치제도」라는 구조를 통해서 운영되어 왔다. 일본 헌법에서는 공적인 재산을 「공적인 지배에 속하지 않는」(사적인)사업에 지출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제89조). 따라서 「조치제도」에서는 공적인 책임에 의해 이루어지는 복지조치를 공적인 감독아래 두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었으며 여기에 그 사업을 위탁하는 대신 조치위탁비를 지급하는 방법이 모색되었다.
그러나 사회복지법인은 조치위탁비를 받게되어 운영의 안정을 확보한 반면, 공적기관의 일상적인 감독과 관리통제를 받게 되어 사회복지사업의 운영이 주체성․적극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한 「조치제도」에서는 서비스 내용이 공공의 책임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서비스 이용자가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고령자복지분야에서 시작되어 장애인복지분야에서의 도입도 예정되어 있는 사적계약에 기초한 이용제도는 서비스 이용자와 서비스 제공자가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서비스 이용자가 자유롭게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개호보험제도를 평가할 경우 서비스 이용자에 의한 「자유로운 선택」을 어느 정도까지 실현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
둘째, 앞에서 기술한 것과 같이 1990년대 전반까지의 고령사회대책은 가정과 지역을 기반으로 「일본형 복지사회」를 구축하는 것에 기초를 두고 있다. 고령자의 개호에 있어서도 먼저 가족이나 지역사회가 먼저 책임을 지고, 각종 개호복지서비스를 정비하여 가족이나 지역사회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었다.
연금 등과 같은 소득보장의 경우도 종래의 제도는 가족을 기초단위로 구성하고 있었으나, 1995년 7월에 발표된 사회보장제도심의회 권고 『사회보장체제의 재구축 ―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21세기 사회를 지향하며』에서는 제도의 구조를 가족단위에서 개인단위로 변경하여 「개인의 자립」을 목표로 사회보장제도를 재구축하여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셋째, 조치제도의 폐지와 관련해서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재정부담을 지금까지의 공비(세금)중심에서 보험료중심으로 전환한다고 하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사회보장의 「수비범위」를 한정하여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역할을 경쟁에서 탈락한 자를 위한 안전망(Safety Net)에 한정하자고 하는 주장도 많아지고 있다.
개호보험제도는 1990년대 전반까지의 제도개혁과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새로운 사회보장․사회복지 이념에 기초한 최초의 개혁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시설복지와 재가복지 모두에 걸친 개혁이다.
1980년대까지는 시설복지와 재가복지를 각각의 영역 내에서 바꾸는 개혁이었으나, 개호보험제도는 재가복지만이 아닌 시설복지영역을 포함한 전면적인 개혁이다.
② 보건․의료․복지 각 영역을 횡단적으로 바꾸는 개혁이다.
보건․의료․복지는 상호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종단적」으로 운영되어 분야를 넘는 개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호보험제도는 보건․의료․복지의 전 영역을 관철하는 개혁이다.
3. 개호보험제도의 개요
다음에서는 개호보험제도의 개요에 대해서 기술하도록 하겠다.
일본의 개호보험제도는 사회보장의 일종이나, 그 재원의 약 절반은 공적비용에 의존하고 있다. 공적비용 중에는 국가가 1/2을 부담하고 도도부현(都道府縣)이 1/4, 시정촌(市町村)이 1/4을 부담한다. 또한 40세 이상 모든 국민이 피보험자가 되어 보험료를 납부한다. 65세 이상의 피보험자(제1호 피보험자) 중에 연금수입이 1만 5천엔(월액) 이상인 자는 연금으로부터 보험료가 원천 징수된다. 그 이외의 자는 시정촌이 직접 징수하도록 되어있다. 40세부터 64세까지의 피보험자(제2호 피보험자)는 현재 가입하고 있는 의료보험 보험료에 개호보험료를 합하여 납부한다.
개호보험사업을 운영하는 주체(=보험자)는 원칙적으로 시정촌이며, 몇 곳의 시정촌이 연합하여 보험자가 될 수도 있다.
65세 이상자의 보험료는 보험자마다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거주하는 시정촌에 따라 보험료가 상이하다. 보험료의 월액은 평균하여 2700~2800엔 정도이다.
개호보험제도에 의한 개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원칙적으로 65세 이상의 요개호고령자이다(지정된 특정 질환에 관해서는 65세 미만이라도 이용할 수 있다).
개호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요개호고령자(또는 가족)가 시정촌에 신청하여 개호필요도(요개호도)를 인정받아야 한다. 신청자에 대해서는 방문조사가 이루어지며 소정의 조사표에 의해 고령자의 심신기능에 대한 체크가 이루어진다. 그 결과를 근거로 컴퓨터에 의한 제1차 판정이 이루어지고, 이후에 개호인정심사회에 의한 제2차 판정이 이루어진다. 제2차 판정에서는 담당의사의 의견서나 조사표의 특기사항 등을 포함한 개별적인 검토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는 신청자에게 통보된다.
요개호도는 「요지원」, 「요개호 1~5」로 분류되며, 「자립」이라고 판정된 자는 개호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요개호도에 따라서 서비스 지급한도액(이용액의 상한)이 정해진다. 지급한도액의 범위내에서 준비되어 있는 메뉴로부터 이용할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이용자는 서비스 이용액에 대한 10%의 본인부담금을 납부한다.
어떠한 서비스를 어떻게 편성하여 이용할 것인가 하는 것을 이용자가 판단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대부분의 경우는 개호지원전문원(Care Manager)과 상담하여 개호계획(Care Plan) 수립에 관한 도움을 받게 되며, 이 계획에 의해 도도부현이 지정하는 사업자와 계약을 체결하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개호보험제도가 발족하기 전과 비교하여 개호서비스 이용량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개개인을 살펴보면 서비스 양이 오히려 줄어든 경우도 있다. 지급한도액에 대한 이용비율은 평균 40%정도이며, 한도액까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개호보험제도의 역사가 아직 짧기 때문에 제도에 대한 본격적인 평가는 향후 과제가 될 것이나 지금까지 나타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