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협녀:칼의 기억'(감독 박흥식·제작 TPS컴퍼니, 이하 '협녀')에서 유백 역을 맡았다. 한국에서 잘 시도되지 않는 무협 장르, 비장미 흐르는 장르 특유의 묵직한 이야기, 여느 액션 영화와는 다른 리듬을 관객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듯하다. 그러나 예외가 있다면, 바로 남자 주인공 이병헌의 연기가 아닐까.
'협녀'는 칼을 쥔 자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던 고려시대 말,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세 검객의 이야기다. 이병헌은 최고의 자리를 향해 다가가는 권력자 유백 역을 맡았다. 그는 한때 새로운 세상을 꿈꿨으나 권력욕에 사로잡혀 동료를 배신하고 다른 길을 걷게 된 인물이다. 천출로 태어났으나 탁월한 검술과 카리스마로 어느덧 왕의 자리까지 넘보게 됐으나, 마지막 순간까지 끊어내지 못한 사랑에 괴로워하는 회한의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그런 유백의 천진했던 과거, 두려움 없던 사랑, 어찌할 수 없는 욕망과 카리스마, 마지막 애증까지를 시간을 넘나들며 다채로운 모습으로 그려낸다. 특히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과거의 장면과 잔혹하고도 외로운 권력자가 된 현재의 장면은 비주얼부터 분위기까지 모든 게 180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인물의 감정과 상태를 진하고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은 분명 배우 이병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협녀, 칼의 기억] 감독 : 박흥식 (주요 작품 :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인어공주>, <달콤한 나의 도시>, <미안해 고마워> 등) 주연 : 이병헌, 전도연, 김고은
한국의 무협 사극은 거의 망해왔었죠. <천년호>, <무영검>. 그리고 김태희와 정우성을 앞세웠던 <중천>까지... 그러나 그 <중천>은 10년이 다 돼가는 작품이고, 그 사이 <광해 : 왕이 된 남자>, <관상> 등 웰 메이드 사극이라 불리는 준수한 사극이 충무로의 한 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역린>,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명량>, <군도 : 민란의 시대> 등의 사극들이 망해도 300만이 넘는 관객몰이를 하는 흥행을 보여줬습니다. 만족할만한 작품성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영상만큼은 충무로의 발전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죠. (제가 이 작품들에 후한 점수를 줬던 이유였습니다. 하나 빼고...)
이렇게 사극 때깔이 좋아졌을 때 가장 솔깃하게 떠오르는 장르는 역시 무협입니다. 영상기술의 발전이 무협과 만났을 때 얼마나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어내는지는 <와호장룡>이나 <영웅>같은 영화들이 보여줬습니다. 이것들 때문에 <천년호>, <무영검>, <중천>같은 것들이 제작되었습니... 당시에는 그 기술력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장르 선호를 더 해 다시 한 번 기대해 보려고 합니다.
장르 면에서는 흥행이 걱정스럽지만, 대신 캐스팅이 정말 빵빵합니다. 일단 올해 <무뢰한>을 통해 대한민국 여배우 원 톱임을 다시 과시한 전도연과 주목받는 젊은 여배우 김고은이 출연합니다. 그리고 비록 여자 문제가 있었지만, 할리우드에서 착실하게 필모를 쌓아가고 있는 이병헌까지 나옵니다. 거기다 <스물>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준호, 이제는 안 나오면 섭섭한 이경영, 대한민국 비호감 연기 넘버 원 김태우까지. 캐스팅만 보면 <암살>에 뒤지지 않죠. 작품만 똥망 수준이 아니라면 흥행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