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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29 03:30
인간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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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유재일
석유도, 내연 기관도, 발전소도 없던 태초의 인류에게는 사람의 힘 이외의 다른 동력은 없었어요. 사람이 움직이면서 만들어 낸 에너지를 기계 장치나 도구를 이용해 유효한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인간 동력'이라고 해요. 그런데 인간 동력을 미래 동력원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합니다. 인간 동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미래를 이끌어 갈 '제4의 불'
지금으로부터 40만~50만 년 전, 인류는 최초로 불을 발견했어요. 마른 나무끼리 마찰해 불씨를 얻거나 부싯돌 등 도구를 이용해 불을 피웠어요. 불꽃이 뿜어내는 열에너지로 음식을 익혀 먹고, 어둠을 밝히고, 추위와 야생동물로부터 몸을 보호했지요.
18세기 무렵에는 그동안 기체라고만 여겨왔던 수증기를 열에너지로 활용하기 시작했어요. 바로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이에요. 석탄을 사용한 증기기관은 세상을 바꿨어요. 일일이 사람 손을 거쳐야만 했던 일을 기계로 할 수 있게 됐거든요.
이후 인류는 '제2의 불'이라 불리는 전기를 발명했어요. 1879년 에디슨이 탄소 필라멘트를 이용한 백열전구를 개발했고, 1882년에는 발전기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법을 고안해 전기를 상용화했어요. 햇볕 아래에서만 활동할 수 있었던 인류는 밤에도 활동할 수 있게 됐고, 문명은 급속도로 발전했어요. 특히 화학·석유·철강 등 중화학 공업에서 눈부신 기술 발전이 이뤄졌지요.
20세기 이후에는 '제3의 불'이라 불리는 원자력이 탄생했어요. 화석 연료 중심이었던 에너지 공급이 원자력으로 전환됐죠. 현대 전기 에너지 상당 부분은 원자력 발전을 통해 핵에너지가 모습을 바꾼 것이에요. 원자력 발전은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는 단점이 있지만,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공급원이에요.
근육 움직여 만드는 '휴먼 에너지'
그렇다면 미래를 이끌어갈 '제4의 불'은 무엇일까요? 과학자들은 인간 동력, 즉 '휴먼 에너지'를 꼽고 있어요. '사람이 곧 에너지가 된다'는 말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지만, 원리는 간단해요. 사람의 손과 발, 근육을 이용해 만든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 전자 제품이나 모터를 움직이게 하는 거예요. 우주 관광 시대를 앞둔 지금도 손수레나 자전거, 노도선(노를 저어 움직이는 배) 등 인간 동력만으로 움직이는 운송 수단이 적잖이 남아 있어요.
수많은 과학자가 인간 동력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어요. 첨단 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의 팰로앨토에선 인간 동력 버스가 등장했어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엔지니어들이 만든 14인승 '버스 사이클'이에요. 승객들이 다리로 페달을 동시에 돌리기 시작하면 이 힘이 바퀴로 모여 버스가 움직여요. 자동차 엔진 역할을 하는 거죠. 페달 하나가 내는 힘은 약 100W(와트)로, 버스에 페달이 14개 달렸으니 약 1400W짜리 엔진을 단 셈이에요.
발걸음 압력·체열 이용해 전기 생산
가장 넓게 활용되는 인간 동력은 발걸음의 압력을 이용한 발전 방식이에요. 일본 도쿄 지하철역에서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동력 삼아 전기를 얻고 있어요. 개찰구에 '발전 마루'라는 압전기를 설치해 많은 사람이 이것을 밟고 지나갈 때 생기는 진동을 통해 전력을 생산합니다. 생산량은 하루 6000W 정도인데, 개찰구를 작동하는 데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동 인구가 많은 부산 서면역에 압전 패드를 설치해 역사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충당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런던의 한 클럽에서는 사람들이 춤을 출 때 생기는 진동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해 무대 조명을 켰다고 합니다. 열정적으로 발을 구를수록 조명이 현란해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네요. 영국 최대 통신 기업 '보다폰'은 바지와 조끼로 구성된 '파워 포켓'을 개발했어요. 입고 춤을 추거나 운동하면 몸에서 난 열이 전기로 바뀌어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다고 해요.
홍콩 한 피트니스 클럽은 자전거에 발전기를 달아서 전기를 얻어요. 회원들이 운동을 시작하면 운동 기구에 내장된 발전기가 전기를 만들어 형광등과 모니터를 켜고, 남는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해요. 만약 서울 시민 모두가 인간 동력 헬스장에서 한 시간씩 운동을 한다면 얼마나 많은 전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하루 1시간당 약 30만㎾(킬로와트), 즉 화력발전소 1기가 생산하는 전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놀라운 발전량이죠.
인간 동력은 아직은 양이 미미해서 화석 연료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절대적 양이 아니에요. 한 명 한 명이 실천하는 힘이 모이면 지구를 살리는 묘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간 동력의 장점은 고갈되지 않고, 유해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성에 있거든요.
지구를 살리는 '지능 에너지'
과학자들은 미래를 이끌 원동력이 인간의 지능 에너지에 있다고 말해요. 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같은 '소셜 웹'이 인간 동력이 활활 타오르도록 장작과 불꽃을 끊임없이 공급하면서 사회 전반의 변화를 끌어내고 있다는 거예요. 요즘은 너도나도 인터넷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고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하는 등 자신의 내적 에너지와 가치를 최대한 이끌어내고 있지요. 과학자들은 이것이 바로 인간 동력에 의한 진정한 '제4의 불'이라고 강조해요.
실제로 인간 동력의 힘은 지난해 미국 역사상 3대 허리케인으로 꼽히는 '이안'이 플로리다 남서부를 강타했을 때 분명하게 드러났어요.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네티즌이 인터넷 공간에 '생존자 정보 저장소'를 구축하고 인명 수색에 나서 실종자를 찾아냈거든요. 정부가 못한 일을 인간 동력이 해낸 거예요. 인간 동력은 쓰면 쓸수록 에너지가 커져요. 이제부터 우리도 몸과 지능 에너지를 열심히 써서 건강을 챙기고 지구도 살려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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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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