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입력 : 2026.07.14
바자회
▲ 19세기 이스탄불의 전통 시장 ‘그랜드 바자르’의 모습을 담은 그림입니다./위키피디아
결혼사진을 찍을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신부가 든 아름다운 꽃, '부케'입니다. 그런데 20만원을 웃돌고, 많게는 50만원에 달하는 부케 비용이 워낙 부담스럽다 보니 부케를 스마트폰으로 중고 거래하는 일이 잇따릅니다. 촬영에 사용한 부케를 팔아서 실속을 챙기고, 누군가는 저렴한 가격에 부케를 사는 거죠.
지금은 이처럼 편하게 온라인으로 중고 거래를 하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없던 옛날에는 주로 '바자회'를 통해 중고 거래를 했답니다. 바자회의 사전적 의미는 '기금을 모으기 위해 벌이는 시장'인데, 부모 세대에겐 중고 물건이나 수공예품을 사고파는 시장으로 흔히 여겨졌습니다.
얼핏 보면 한국어 같기도 하지만, 사실 바자회의 어원은 바자르(Bazaar)라는 페르시아어랍니다. 바자르는 서아시아를 중심으로 발전한 전통 시장으로, 좌판을 깔아 놓고 다양한 물건을 파는 곳을 의미합니다. 서아시아에서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발달했던 약 5000년 전쯤에도 이런 시장이 존재했다고 해요. 기원전 6세기쯤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 시기에도 수도인 페르세폴리스 근처 시장에서 공예품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주변 국가들은 이런 전통을 이어받았죠. 특히 '그랜드 바자르'라는 대형 전통 시장이 콘스탄티노플(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세워졌습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바자회는 단순히 상인과 소비자가 만나는 시장이라는 의미만을 품고 있진 않아요. 기금, 구체적으로 공공 또는 사회 사업의 자금을 모으는 곳이란 의미가 있어요. '기금' 측면에서 바자르라는 이름을 사용한 곳은 19세기 영국이었습니다. 당시 병원, 고아원 같은 곳에서 운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모금을 진행했는데요. 주로 'Charity Bazaar', 즉 '자선 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영어에는 시장을 뜻하는 'Market'이라는 단어가 있는데, 기존의 시장과 달리 자선 시장에서는 기증받은 물건이나 수공예품을 주로 판매했죠. 사람들을 모으고 사업의 취지를 설명해야 했기에 이색적인 바자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답니다.
우리나라에선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가 터진 뒤 바자회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일었던 운동이 '아나바다 운동'인데요.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라는 의미죠. 어려운 경제 속 낭비를 줄이고 중고품을 나눠 쓰자는 운동이었답니다. 기금 마련의 취지도 있었죠. 바자회 수익은 실직자나 어려운 대학생을 돕는 데도 쓰였어요. 이렇게 전국 곳곳에서 바자회가 열려 중고 물건이 거래됐고, 심지어 초·중·고 학생들도 쓰지 않는 학용품, 장난감, 옷 등을 학교에서 저렴한 가격에 나눴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