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단계에서 꿈이 출현하는 메커니즘의 모식도 꿈의 심리학적 특징은 REM단계의 신경생리학적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잠이 든 후 약 1시간 반이 경과하면 REM 단계에 이르게 된다. 즉 꿈의 세계는 각성시의 현실세계와 시간적으로 격리된다. 그리고 REM단계에서는 감각작극이 뇌로 들어가는것이 격감함으로써 감각차단의 상태가 된다. 즉 공간적으로 격리되는 것이다. 한편 뇌파는 얕은 수면기에 가까운 물결모양을 보이며, 논리적 사고는 불가능하나 비교적 높은 뇌활동레벨에 있다. 이들 여러 요인이 중합하여 〈꿈〉이 라는 특수한 체험이 출현한다고 보여진다.
dream
수면중에 체험하는 감각성 심상(心像). 시각적 심상이 대부분을 차지하나 청각적·후각적·미각적·촉각적·운동감각 등에 관계 되는 꿈을 꾸는 경우도 있다.
〔꿈에 관한 역사〕
고대인은 꿈을 매우 중요시 하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꿈은 신의 소리와 같았으며 그들은 꿈을 신의 성의(聖意)가 전달되는 것으로 여겨 숭상하였다.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꿈을 풀이하는 해몽전문가가 있었고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성서《창세기》(41∼45)에 기록된 파라오의 꿈에 대한 요셉의 해석과 《창세기》(28∼32)의 <야곱의 꿈>은 잘 알려져 있다. 동양에서는 종종꿈이 실체성을 가진 것으로 기술되기도 하였으나 주자학 등 실학사상의 확산과 더불어 꿈에 관한 관심은 서서히 쇠퇴하였다. 서양에서는 계몽사상의 대두로 꿈에 대한 해석 등 미신이라 하여 배척하게 됨으로써 역사의 표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꿈이 또다시 주목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와서 인간의 마음 속에 숨겨진 측면이 표출되는 것으로 간주하여 S.프로이트가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된다.
〔꿈에 대한 다양한 해식〕
S.프로이트는 20세기초에 《꿈의 판단(1900)》을 출판하였는데, 이것은 꿈에 관한 최초의 학문적·체계적인 연구이다. 그는 꿈은 무의식이 표출된 것이므로 꿈에대한 탐구는 무의식을 알아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였다. 또한 꿈의 기능 또는 목적은 억압된 <소망(所望)의 충족>이라고 보았다. 그 예로 기아상태(飢餓狀態)에 있는 사람이 꾸는 음식물에 대한 꿈이나, 수험생 자신이 지망하는 학교의 학생이 되어 있는 꿈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꿈은 마음 속의 소망이 왜곡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이 예에서와 같이 알기 쉬운 것은 오히려 적다. 이 왜곡을 담당하는 것이 검열(檢閱)이라는 마음의 작용이다. 따라서 꿈에는 왜곡되어서 의식에 떠오른 꿈과 왜곡되지 않고 무의식속에 머물러 있는 꿈 등, 꿈은 이 2중구조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자는 <현재몽(顯在夢;기억하고 있는 꿈)>, 후자는 <꿈의 잠재사고(잠재내용)>라고 불린다. 꿈의 해석이라는 것은 현재몽을 소재로 하여, 연상(聯想)에 의해 그 배후에 잠재되어 있는 내용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려면 잠재내용이 검열에 의하여 왜곡되는 방법을 알 필요가 있다. 프로이트는 이 왜곡작용을 <꿈의 작업>이라 칭하면서, 압축·이동·극화(劇化)·상징화·2차가공(二次加工)을 들었다. ① <압축>은 잠재내용의 몇몇 요소가 융합하여 하나의 심상이 되어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여러 인물이 1명의 인물이 되어 나타나는 경우이다. ② <이동>은, 잠재내용으로서는 중요한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다른 것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③ <극화>는 눈에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으로, 시각화라고도 하는데, 예를 들면 아름답다는 느낌을 표현하는 데 멋진 풍경이 등장하는 것 등이다. ④ <상징화>는 일정한 꿈의 요소에 일정한 번역이 대응되는 것으로, 남자의 성기가 창·펜·뾰족한 무기 등으로 나타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⑤ <2차가공>은 꿈의 잠재내용이 위에서 말한 왜곡을 일으켜 현재몽으로 등장하기 직전에 의식이 받아들이기 쉽도록 제각기 다른 이미지에 통일성을 부여함으로써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꿈은 이상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은, 이러한 꿈의 형성과정을 거꾸로 더듬어 감으로써 마음의 무의식세계에 숨겨진 참다운 내용(잠재내용)을 밝히려는 것이었다. 분석심리학을 수립한 C.G.응은 꿈의 기능으로 보상작용을 가장 중시하였다. 그에 의하면 꿈은 그 때의 의식상태와 그것에 대한 무의식상태와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나타난다. 예컨대 평소에는 매우 내향적인 사람이 꿈 속에서는 극히 외향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일이 있다. 이것은 의식의 일면성을 무의식(꿈)이 보상하고 있는 것이다. 꿈의 기능으로는 보상 외에도 미래에 발생할 것에 대한 예지몽(豫知夢)이나 경고몽(警告夢), 현실생활에서 일어난 일이 재현되는 반복몽, 또는 무의식세계의 강렬한 어떤 요소가 발현한 신화적 모티프를 지닌 꿈 등이 지적되었다. 프로이트가 꿈의 중심기능으로서 과거에 억압된 소원의 충족을 들면서 꿈을 소급적·인과론적인 것으로 포착한 것에 비하여, 융은 꿈에 대하여 보상기능을 중심으로 <미래>에 대한 예견적인 기능까지도 고려함으로써 목적론적으로 취급하고 있다. 더욱이 융은 개인적 경험을 초월한 꿈, 즉 보편적 무의식(집합적 무의식이라고도 한다)에서 나타나는 꿈을 지적하였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신화적 모티프를 가진 꿈으로, 예컨대 미개인이 <큰 꿈(bigdream)>이라 부르는 것이 이에 해당된다. 꿈의 분석에 있어서 융은, 꿈을 꾼 사람이 기억하고 있는 꿈 그 자체를 중시하여, 그 꿈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주변을 돌면서 꿈 개개의 내용에 대한 연상을 묻는데, 이 점에서 프로이트가 사용한 자유연상법과는 다르다. 그러나 꿈을 꾼 사람이 더 이상 연상할 수 없을 때, 분석가는 신화나 옛날이야기 등에 등장하는 유사한 이야기를 진술하여 그 꿈의 의미를 풍부하게 하는 확충법(擴充法)을 사용한다. 융은 이들방법을 사용하여 약 6만 개의 꿈을 분석하였다. 징신과의사로서의 그의 활동의 중심은 이러한 꿈 분석에 있었다. 꿈은 무의식에서 보내오는 메시지이며, 그 때까지 알지 못하였던 자기 자신, 즉 그 개인의 내계(內界)에 잠재하고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것을 무시하고 의식과 무의식이 분리하는 데서 병이 발생한다. 따라서 의식에만 의지하지 않고 무의식에도 마음을 열어, 양자가 결합되어 전체성으로 지향할 때 심신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융은 인간의 전체성을 회복하기 위해 꿈은 극히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프로이트에서 시작한 꿈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융 외에도 개인심리학의 입장에 선 A.아들러, 신프로이트파의 E.프롬, 징신분석적 자아심리학의 E.H.에릭슨, 현존재분석(現存在分析)의 L.빈스반거와 M.보스, 게슈탈트요법의 F.S.펄스 등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연구자가 입각하고 있는 이론적 입장이 서로 다른 데에도 연유하지만, 꿈 자체가 본래 애매하고 다의적(多義的)인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있다.
〔꿈의 중단실험과 중요성〕
꿈에 관한 연구는 앞에서 기술한 심리학적 해석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생리학적 연구도 있으며, 이러한 연구를 통하여 중요한 점이 발견되고 있다. 1957년 시카고대학의 N.클라이트만과 E. 아제린스키는 꿈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를 발표하였다. 즉 꿈을 꾸고 있을 때는 안구가 급속히 움직이는 것(rapid eye movenment ; REM)을 발견하였다. 이 때의 뇌파는 각성 때와 동일한 패턴을 보였다. REM기(期)의 수면을 <역설(逆說)수면>이라 하며, 이 때 각성시켰더니 그 80%는 꿈을 꾸었다고 보고하였다. 이와 같이 해서 꿈을 모으는 방법을 REM기 각성몽채집법(覺醒夢採集法)이라 한다. 보통 하룻밤 사이에 평균 5회의 REM기가 있으므로 사람은 매일 밤 5회 정도의 꿈을 꾸고 있는 샘이다. 이 식견에 근거하여 클라이트만의 제자 W.데멘트는 1960년경에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즉 피험자가 REM기가 되면 곧 그를 깨워 꿈을 꾸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그 다음날에는 그의 정신상태에 동요가 보이고, 더욱이 이러한 <꿈의 중단>작업을 5일간 계속하자 상당한 정신장애가 나타났다. 그 후 자유로이 수면을 취하게 하자 반동현상인 역설수면이 증가했는데, 이것은 꿈의 중단에 따른 결손을 보충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데멘트는 생각하였다. 역설수면이 아닌 때의 수면을 방해하면 이러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인간은 꿈을 필요로 함을 알 수 있다. 꿈은 밤마다 자연발생적으로 꾸게 되는데, 당사자가 그 꿈을 깨닫고 있는지의 여부에 관계 없이,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꿈은 불가결하며, 극히 중요한 작용을 하고 있음을 이 실험을 통하여 이해할 수 있다.
〔꿈과 예술〕
꿈의 이미지는 예술가의 창작활동에도 큰 역할을 하였다. 특히 시각예술인 회화에서 현저하다. 19세기의 낭만파 예술가들은 꿈의 세계를 매우 중요시하여 회화의 주제로 삼았다.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것이었으므로, 자기의 내적 세계를 표출하는 수단으로서 그들은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그렸다. 예컨대 영국의 시인이며 화가인 W.블레이크의 명작 《노미의 왕》은, 기묘한 괴물을 그린 환상적인 작품이다. 그리고 H.푸즐리는 W.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과 독일의 민화·전설을 테마로 하여, 특히 꿈의 정경을 그렸다. 그의 대표 《카르멜수도회에 들어가려 한 어느 소녀의 꿈》 등이 이 기법에 의한 작품들이다. 이렇게 제작된 회화는 무의식세계를 묘사한 것이며, 그들 작품을 <꿈의 예술>이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꿈에 관한 민속〕
꿈은 인간에게 있어서 불가사의한 현상이며 각 문화마다 다양하게 해석해 왔다. 그 해석은 복잡하나, 대부분의 문화에 공통되는 꿈 관념으로 다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수면 중에 육체에서 유리된 영혼의 경험이라는 관념이며, 또 하나는 꿈을 신의 계시로 보는 관념이다. 수면 중에는 실제로는 육체가 이동하지 않아도, 꿈속에서 여러 장소로 이동하고 다양한 체험을 한다. 이러한 사실로서 볼 때, 꿈이 육체를 탈출한 영혼의 실제 체험이라는 관념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 아프리카 아샨티족의 경우에 타인의 처와 꿈속에서 성교한 남자는 간통죄를 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대 인도에서는 잠자고 있는 사람을 갑자기 깨우면 혼이 육체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어 중병에 걸리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영국의 인류학자 E.B.타일러는 이와 같이 꿈 해석을 통해 미개인은 영혼이라는 관넘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애니미즘으로 발전하였다고 역설함으로써 꿈이라는 현상을 영적 관념, 종교의 출발점으로 보았다. 또한 꿈을 신이나 성스런 세계에서 오는 메시지로 보는 사회도 많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호메로스는, 꿈을 보내는 이는 제우스라고 생각했으며, 고대 이집트의 왕도 꿈속에서 신의 계시를 받았다. 아메리카 인디언에게도 동일한 신앙이 있으며, 또한 죽은 사람이 꿈속에 나타나 그에 대한 공양이 부족함을 질책하거나 산 사람에게 충고하는 꿈은 다수의 사회에 존재한다. 이와 같이 꿈에 대한 관념은 꿈이라는 현상을 자기와 타인, 또는 신과 죽은 사람의 관계성 속에서 역동적으로 취급된다. 그것들은 비합리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대의 꿈에 관한 관념과 비교해 볼 때, 관계성이 희박해진 근대적 자아의 구조를 반대로 부각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