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아나로그가 보내는 편지6
해운대란 이름의 영화는 부산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해운대 때문에 자연이 관심을 갖는다. 부산은 인구가 해마다 줄어드는 등 한국 제2도시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해운대가 있어 부산 사람들은 기죽지 않고 그런대로 잘 버틴다. 한국 제일의 해수욕장, 염분 많은 화끈한 온천, 달맞이에서 바라보는 오륙도와 에메랄드 빛 바다, 날씬한 광안대교의 빛과 그림자. 낙동강 하구언과 을숙도의 철새 도래.
이 모두가 부산시민들에게는 미래를 여는 꿈이요 부산의 오늘을 오늘답게 만드는 긍지다.
영화 해운대는 2009년 여름 어느 날 쓰나미가 해운대로 들이 닥친다. 백만 인파가 피서를 즐기고 있는 백사장에 파고 30m가 넘는 파도가. 백사장은 말 할 것도 없이 해운대 시가지를 강타한다. 빌딩이 파도에 내려앉고 바닷물에 잠기고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다. 부산의 자랑이자 상징인 광안대교에는 대형 화물선이 수직으로 걸려 있다.
그 화물선에서 컨테이너가 광안대교 차도로 떨어진다. 이 컨테이너를 피하는 한 사나이의 사투는 관객을 전율시킨다. 쓰나미는 탈출하는 인파를 덮쳐 아비규환을 낳는다. 허망한 죽음이 널려 있는 사이사이로 생명을 건지기 위해 안간힘을 다 하는 사람들.
영화 해운대는 우선 재미있다. 인생을 고상함이나 철학만으로 살 수 못하고 그저 그렇게 보통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쓰나미가 이 영화를 통해 괴물보다 더한 엄청난 공포로 우리에게서 되살아났다. 빌딩보다 더 높은 파도에 살려고 안간힘을 다하다 죽어가는 사람, 죽음보다 더 한 공포 속에서 겨우 겨우 목숨을 건지는 현장. 삶과 죽음이 재미를 관통하고 섬뜩함이 질펀하다.
우리가 쓰는 부산 사투리가 쓰나미 만큼이나 화면을 덮치고, 우리가 너무 잘 아는 해운대 이 거리 저 건물이 파도에 휩쓸린다. 부산시민은 자기도 모르게 화면으로 빨려 들어가 영화 속의 주인공과 함께 거닐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위험에 직면한다.
참 오랜만에 재미에 푹 젖었다. 쓰나미 장면은 미국영화 딥임펙트와 많이 닮았다. 물론 엉성한 구성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이 없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숨 가쁜 재미가 넘쳐나고 컴퓨터를 이용한 해일 등 특수 장면도 볼만하다. 박수를 보낸다.
이미 관람객이 1천1백만명을 넘었으니 국민 4사람 중 한사람이 이 영화를 본 꼴이다. 이 영화로 인해 해운대란 브랜드는 세계적이 되고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도 부산과 해운대가 더 깊숙이 자리 잡았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해운대는 한국 최고의 명소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부산 출신의 윤제균 감독과 배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김인권 이민기 송재호 김지영.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뜨거운 찬사를 보낸다. 배우들에게 명예부산시민증을 주었으면 한다. 부산 시민은 영화 해운대로 인해 ‘그렇고 그런 해운대’에서 ‘진짜 부산 해운대’ 뿌듯함과 감동이 함께 한다. 영화 해운대는 바로 부산이요 부산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