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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7월 16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716금] 지자체 재정부실 국가 차원 대처를
경기 성남시의 판교특별회계 전입금 지급유예(모라토리움) 선언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들의 부실 재정 문제가 국가적 현안이 됐다. 중앙 정부가 지자체 예산의 절반 가량을 지원하는 현실에서 지자체의 재정 부실은 국가 재정 위기로 번질 수 있다. 회복세에 접어든 경제와 국민생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중앙ㆍ지방 정부 모두 재정 건전성 강화에 역량을 결집해야 할 때다.
지자체 재정 부실의 원인과 책임은 복합적이다. 자치단체장들이 재정 능력을 감안하지 않고 앞다퉈 대형 개발 사업, 선심성 사업, 각종 국제행사 유치 등을 추진한 것이 화근이다. 정부의 감세 정책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자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무리하게 지방채를 발행한 것도 족쇄가 됐다. 민선 5기 자치단체장들까지 대형 공약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재정 악화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해결책은 분명하다. 진행 중인 대형 사업은 추진 내용과 일정을 재점검하고, 착수하지 않은 사업은 필요성과 타당성을 재검토해 재정 수요를 줄여야 한다. 예산 집행의 우선 순위를 정해서 가급적 신규 발주 사업은 억제하고 경비 절감 등 낭비적 요인 제거에도 힘써야 한다. 이같은 예산 및 사업 구조조정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저소득ㆍ소외 계층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구조적으로는 지자체의 재정 운용 감시 시스템을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지방채 발행 심사 강화도 필요하지만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을 추진할 때 중앙 정부가 적극 개입해 규모와 내용을 조정하는 것이 긴요하다. 특히 지자체장의 선심성 사업에 대해서는 반드시 행정ㆍ회계ㆍ직무 감사를 진행해 방만한 재정 운용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아울러 지방의회가 자치단체장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지역 개발 논리에만 함몰돼 지방 정부의 곳간이 비고 빚만 쌓이는 것을 수수방관한다면 자신을 뽑아준 지역민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716금] 대북 쌀 지원 재개할 때가 됐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 재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5개 단체와 5개 야당이 ‘통일쌀 보내기 국민운동본부’를 결성할 정도다. 농민단체들이 이전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핵심이 바로 쌀이다. 한반도 정세가 어떻든 쌀 지원이 정당성을 갖는 까닭이다. 안정적인 남북관계 역시 쌀 지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쌀 지원 문제까지 대북 압박 수단으로 여기는 강경 기조 대북정책을 고수해왔다. 긴장 고조만을 불러온 이런 정책은 이제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하며, 쌀 지원 재개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북쪽은 올해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곳곳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유엔 세계식량계획만이 제한된 규모의 식량지원을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9월이면 끝난다. 이러는 사이에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는 부쩍 커지고 있다. 남쪽이 북쪽 주민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동안 북-중 경제통합이 빠르게 진행되는 셈이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북 쌀 지원은 남쪽의 쌀 재고 문제를 푸는 유력한 대안이기도 하다. 올해 쌀 재고량은 적정량의 갑절인 140만t에 이를 전망이다. 쌀 보관비와 쌀값 하락으로 인한 변동직불금 지급액은 한해 40만t씩 지원할 경우의 비용과 거의 같다. 그럼에도 정부는 최근 묵은쌀을 동물 사료용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남는 쌀을 동물에게 먹일 수는 있어도 북쪽에는 안 주겠다는 비인도적 발상이다. 한반도 전체를 염두에 두고 쌀 수급구조를 짠다면 어느 정도의 과잉생산은 불가피하며, 꾸준한 대북 쌀 지원은 우리 농민과 남북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정부는 중도실용을 말하면서도 편협한 대북정책을 펴왔다. 이대로 가서는 남북관계도 핵문제도 한반도 평화구조 구축도 진전되기 어렵다. ‘천안함 출구전략’이 얘기되는 지금이 쌀 지원 재개에 나설 적기다.
[조선일보 사설-20100716금] 한국 딸이 이런 죽음 맞는다면 심정이 어떻겠는가
스무살의 베트남 여성이 지난 8일 부산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40대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국제결혼회사를 통해 한국에 시집온 지 8일 만의 일이다. 이 여성의 부모는 변고(變故) 소식에 급히 한국으로 달려와 웨딩드레스 차림에 활짝 웃고 있는 딸의 영정 사진을 가슴에 안고 통곡하며 "사위와 결혼중개업체를 법정에 세워주세요. 다시는 이런 억울한 슬픔이 없도록 해 주세요"라고 했다.
이 여성과 결혼한 남성은 정신질환으로 지난 8년간 57차례나 정신병원을 드나들며 치료를 해왔다고 한다. 이런 병력(病歷)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국제결혼 중개업체의 알선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었는지 납득이 안 된다. 혹시 중개업체가 그런 병력을 알고도 눈을 감은 게 아닌지 밝혀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1250여개의 국제결혼 중개업체가 등록돼 있다. 정부는 2008년부터 국제결혼 중개업을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오는 11월부터는 국제결혼 중개업자가 양쪽 결혼 당사자들에게 혼인 경력, 건강 상태, 직업, 범죄 경력 등 신상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 정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절차가 없다. 미국은 중개업자가 결혼 당사자들의 신상 정보를 확인한 뒤 정보가 사실임을 공증(公證)할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등록제라고 하지만 특별한 자격 요건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영세 업자가 난립해 있는 것도 문제다. 업체 중 혼자서 운영하는 1인회사가 44%, 부부 2명이 하는 곳이 33%나 된다. 이래서 과당 경쟁과 불법·탈선이 빚어지기도 한다. 대만은 비영리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에만 국제결혼 중개를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결혼한 30만9759쌍 중 10%에 가까운 3만3300쌍이 국제결혼이다. 농촌에선 3쌍 중 1쌍이나 된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국제결혼 피해 신고는 2005년 64건에서 작년 182건으로 늘었다. 이번 사건 후 베트남 언론들은 "한국 남성과의 결혼은 도박과 같으니 무조건 조심해야 한다"며 베트남 여성 피해 사례를 잇달아 보도하고 있다. 당국은 한국인 신부가 베트남 신랑에게 이렇게 살해됐다면 우리 심정이 어떻겠는가를 생각할 일이다. 이번 참극(慘劇)의 원인과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716금] 강제징용 피해자 일본 기업 보상 길 열리길
일본 굴지의 대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이 태평양전쟁 기간 중 강제노역에 동원됐던 조선 근로정신대 할머니 문제에 대해 협상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은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근로정신대 문제에 대한 협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공문을 보내 왔다고 밝혔다.
김칫국부터 마실 필요는 없지만 큰 진전이다. 소송 제기 이후 12년간 외롭게 싸운 한국인 할머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또 일본인 회원 1100명으로 구성된 나고야 소송 지원모임에도 격려의 뜻을 전한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장장 24년간 할머니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왔다. 문제해결을 촉구한 13만 4162명의 서명도 든든한 울타리가 됐다. 비록 양국 정부가 외면하고 일본 최고재판소에서도 기각됐지만, 이들은 굴하지 않았다. 시민모임 대표 김희용 목사의 말처럼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시발점’의 막이 오른 것이다.
협상은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민간기업 차원의 사죄와 보상에 관한 첫 단추로 작용할 것이다. 결과에 따라 대상자가 확대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당시 소멸했다고 주장하는 개인청구권의 부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노동자·군인·군무원 등으로 강제동원됐던 한국인 피해자 103만명은 물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종군 위안부 등 최고 800만명에게 각종 보상의 길이 열린다. 조사에 따르면 태평양전쟁 당시 한국인을 강제동원했던 일본 기업은 모두 2679곳이었다. 최대 기업이었던 미쓰비시중공업을 비롯해 미쓰이, 스미토모 등 전범 기업들이다. 혹여 지난해 일본 정부가 근로정신대 할머니에게 연금탈퇴 수당으로 지급한 ‘99엔 사건’처럼 협상하는 시늉에 그칠지도 모른다. 이를 막으려면 범국민적인 성원과 소비자 차원의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716금] 한·미연합훈련 北에 강력한 경고신호 줘야
한 · 미 양국이 천안함 폭침(爆沈) 사건에 따른 대응 성격의 연합 군사훈련을 이달 하순 서해와 동해에서 동시 실시키로 했다고 한다. 이 같은 훈련계획은 오는 21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 · 미 외교 · 국방장관회담에서 구체적인 훈련 규모와 시기,방법 등이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는 미 7함대 소속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9만7000t급)도 동해상에서 실시되는 훈련에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 미 연합 군사훈련은 연례적으로 이뤄져 왔지만 이번 훈련이 갖는 의미는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한 책임을 묻는 무력시위이자 추가적인 도발을 억지하기 위한 경고조치로서의 군사행동이기 때문이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번 한 · 미 연합 군사훈련은 본질적으로 방어 차원이지만 천안함 사건 이후 북한에 분명한 전쟁 억지력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그 성격을 규정했다. 그동안 실시해온 통상적인 합동훈련보다 더 많은 전력이 투입되는 대규모 훈련으로 전개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점에서 천안함이 폭침된 서해 해역 훈련에 항모가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것은 훈련 효과의 측면에서 우리로서는 불만스럽기 짝이 없다. 물론 미국이 군사 전략상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적지않았을 것이고,중국이 서해 훈련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점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보다 확실한 대북 경고를 위해서도 전력의 핵심인 항모의 서해 훈련 참가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였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이번 훈련이 한 · 미동맹을 기반으로 북의 도발에 대한 양국의 확고한 군사적 대비 태세를 확인하고 억지력을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북한이 또다시 무모한 도발을 감행한다면 즉각적으로 응징해 궤멸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한 · 미 양국의 군사적 역량과 의지를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이 우리의 안보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북의 또 다른 무력도발을 사전에 봉쇄할 수 있는 첩경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716금] 물가대책 앞당겨 안정기반 다져야
장바구니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서민들의 생활고를 가중시키고 있다. 주부들 사이에서는 장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물가가 뛰면 서민가계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빠른 경제회복에 따라 물가불안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지만 물가는 한번 오르기 시작하면 잡기 어렵다는 점에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된다.
아직 지표상으로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제위기 회복과정에서 엄청난 유동성이 풀려나간데다 각국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면서 물가압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원유 등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지난 6월 중 수입물가는 8%나 뛰었다. 5개월째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상기온에 따른 농수산물의 작황부진까지 겹쳐 배추ㆍ마늘 등 장바구니 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거의 두배 가까이 올랐다. 하반기에는 전기ㆍ가스 요금 인상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들도 공공요금을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갈수록 물가상승 압력이 커질 것임을 의미한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소비자물가는 올해 3%에서 내년 상반기에는 3.4%로 높아질 것으로 한국은행은 내다보고 있다.
물가불안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져 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출구전략에 나선 것도 물가불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물가안정을 위해서는 거시정책과 함께 경쟁촉진과 수급 원활화 등 미시적 대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런 면에서 정부가 오는 9월까지 마련하기로 한 물가안정대책을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경쟁확산, 유통구조 효율화, 가격정보 공개, 리베이트 등 음성적 거래축소 등을 중심으로 하는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품목을 중심으로 품목별 가격안정을 위한 대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독과점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담합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고 국내공급이 달리는 물품은 관세인하 등을 통해 수입을 늘려나가야 한다. 장기적으로 수급불안이 예상되는 원자재 등에 대해서는 정부 비축량을 늘리고 해외자원 개발 등을 통한 주요자원의 안정적 확보 노력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홍찬식 칼럼/홍찬식(수석논설위원)-20100716금] 중국이 소프트파워까지 갖는 날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사 교과서는 1896년 조선 정부가 펴낸 ‘만국약사’다. 이 책에선 세계 각국을 4개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개화(開化)’ ‘반개(半開)’ ‘미개(未開)’ ‘만이(蠻夷·야만인)’가 그것이다. 상공업과 문화가 발달해 ‘개화’된 국가로는 유럽 미국 일본을 꼽고 있고 ‘반개’된 나라 중에는 한국 중국이 들어 있다. 중국을 절반 밖에 개화되지 않은 상태로 규정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조선의 지식인에게 중국은 세계 질서의 주축이자 영원한 문화적 스승이었다. 한국은 중국의 속국으로서 정기적으로 조공(朝貢)의 예를 표하는 관계이기도 했다. 중국을 ‘반개’ 상태로 본 것은 우리가 이 당시 벌써 중국 중심의 세계관에서 꽤 벗어나 있었음을 뜻한다.
중국은 1840년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하면서 급속히 무너졌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지식인에게 중국의 패배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 동양문명이 서양문명에 무릎을 꿇은 것이었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 전통은 낡고 가치 없는 것으로 무시되기 시작했다. 중국이 서양에 패한 것은 중국 문명이 그만큼 열등했기 때문인 것으로 여겼다. 중국 것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일은 1949년 중국 공산당이 혁명에 성공하면서 더 심해졌다. 공자묘 등 수많은 역사 유산을 봉건 시대, 계급 시대의 잔재로 몰아 파괴했던 1960, 70년대 문화대혁명은 자기 부정의 절정이었다. 그렇게 중국의 문화와 문명은 160년 이상 긴 잠에 빠져 있었다.
* 무르익는 ‘세계 문화 중심’의 꿈
2002년 중국 공산당은 제16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문화 건설’을 처음으로 꺼내들고 나왔다. 군사대국 경제대국 이후의 국가 목표를 문화대국으로 정한 것이다. 무형의 정신적 자산인 문화를 ‘건설’하겠다는 표현이 거북스럽게 느껴지지만 중국 정부는 건설이라는 말 그대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총 객석 5000석이 넘는 세계 최대의 오페라하우스 ‘국가대극원’이 2007년 베이징에 문을 열었다. 세계 정상급 공연단체의 각종 무대가 끊이지 않는다. 박물관 설립 붐이 일면서 자고나면 새로운 박물관들이 문을 열고 있다. 중국의 유구한 역사를 반영하듯 전시 유물들은 양과 질 면에서 외국 관람객들을 압도한다.
중국 정부의 문화 관련 예산은 2005년 74억 위안(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280억 위안(5조원)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문화 소비가 뒷받침되면서 영화 시장의 경우 올해 한국을 추월해 아시아 2위로 올라선다는 소식이다. 5년 내로 아시아 1위인 일본까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문화콘텐츠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평균 6.6%인데 비해 중국의 성장률은 14.6%로 문화산업에서 고속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전통문화를 부활시키려는 노력도 주목된다. 중국 지도자들이 유교 이념을 앞장서 강조하고 있고 각급 학교에서는 전통사상에 대한 교육을 강화했다. 2008년부터는 중국의 전통 명절인 청명절 단오절 중추절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했다. 한때 폐기처분 했던 중국적 가치를 다시 살려내려는 것이다.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세계 88개국에 설치한 공자학원에서 중국어를 가르쳐 중국어 가능 외국인을 1억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국어를 영어에 필적하는 세계어로 키우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중국을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복귀시키려는 이런 시도가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은 여전히 ‘가짜가 판치는 나라’, ‘이념적으로 경직된 사회주의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문화의 특성 상 정부 주도로 문화를 진흥시키는 계획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이 군사 경제대국에 이어 문화 등 소프트파워까지 손에 쥐는 그 언젠가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중국과 인접해 있는 지리적 관계로 보나, 동양 문화권이라는 동질적 관계로 보나, 13억 명에 달하는 중국의 인구 규모로 보나 ‘문화대국 중국’의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다.
지난주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찬란했던 중국 문명을 조망하는 ‘탄생! 중국 문명’ 전시회가 개막됐다. 중국의 국보급 문화재를 가져와 중국 문명의 출발과 발전 과정을 보여주려는 대규모 행사다. 중국의 본질을 차근차근 파악하려는 일본 스타일의 ‘기초 다지기’ 노력으로 풀이된다.
* 중국을 더 깊이 알고 대응해야
우리의 중국 인식은 주로 비즈니스 상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 학계에는 긴밀하게 살아온 한중 두 나라가 수 천 년에 걸쳐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기초적인 한중관계사 연구조차 잘 되어 있지 않다. 과거의 경험을 새로운 방향 설정의 토대로 삼을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훗날 중국에 다른 형태의 ‘조공’을 바치며 살아가는 처지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0716금] 쌀 막걸리
우리 민족의 DNA에는 술이 흐른다고 한다. 그래서 유전자 중 ‘아데닌’의 ‘A’는 원래 ‘알코올’이라고 우리끼리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중국 문헌에는 이런 기록도 있다.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은 부여(夫餘)편에서 “나라 가운데 크게 모여 연일 마시고 먹고 노래하고 춤춘다(國中大會 連日 飮食歌舞·국중대회 연일 음식가무)”고 했다. 바로 영고(迎鼓)다. 이때 ‘음주가무’가 아니라 ‘음식가무’인데, 우리네는 먹는 것보다 (술을) 마시는 것이 먼저다.
한·중·일 3국의 문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게 술이다. 삭풍이 불어 추운 중국은 돼지고기를 곁들여 40도가 넘는 ‘배갈’이 제격이다. 작은 잔을 입에 털어 넣고 ‘간베이(乾杯)’를 외친다. 기름진 음식은 찬바람에 얼굴이 트는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다. 먹는 것을 우선해 나그네가 머무는 곳도 ‘판뎬(飯店)’이다.
일본은 덥고 습해 빨리 취한다. 그래서 ‘사케’를 홀짝홀짝 마신다. 한 모금만 마셔도 금세 잔을 채워 주는 것은 건배로 인한 만취를 경계해서일까. 습해서 수인성(水因性) 전염병이 창궐하니 자주 씻을 수밖에. 그래서 ‘료칸(旅館)’마다 목욕통이 있다. 중국이 씻지 않는 것이나, 일본이 자주 씻는 것은 생존의 지혜가 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우리는 넉넉한 사발에 인정이 철철 넘치는 막걸리다. 벌컥벌컥 마신다. 안주는 풋고추에 오이 하나면 족하다. “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 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박목월 ‘나그네’)가 몸을 뉘는 곳은 그래서 ‘주막’이다. 역시 막걸리는 “장사 안 되는/외딴 집/되리라고는/생각도 않는 집/풋마늘 한 대궁에/막걸리 한 모금/혼자 기울이는/이 쓸쓸한/맛”(김익두 ‘술맛’)이 최고다. 겨울철엔 소주도 마신다. 시인 백석은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눈은 푹푹 날리고/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燒酒)를 마신다”고 했다. 그래도 백의민족에게는 역시 걸쭉한 막걸리다.
이런 막걸리가 보릿고개와 밀주단속에 자취를 감췄다가 최근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런데 국산 막걸리의 원료에서 우리 쌀 비중은 불과 13.6%라고 한다. 나머지는 값싼 수입쌀이나 밀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쌀이 남아돌자 사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짜고 있다고 한다. 그럴 바에 가격을 맞춰 국산 쌀 막걸리를 활성화하는 게 낫겠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 했다. 기왕이면 풍토에 맞는 쌀 막걸리가 우리의 면면한 정서를 보전하는 길이기도 하지 않겠나.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0716금] 발목 잡는 과거사
한나라당 대표직에 오른 안상수 의원이 어떻게 집권당 후반기를 이끌어갈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논란거리 과거행적은 끝내 그를 따라다닐 것이다. 그의 ‘논란거리 과거행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입버릇처럼 아무에게나 좌파라고 명토를 박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병역기피 의혹이다. 열렬한 좌파 척결론자인 그에게는 사회참여 의식이 강한 스님도 좌파였고, 여중생 납치살해 성범죄는 좌파교육 탓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달 당 대표 경선 출마 회견에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을 좌파로 부른 데 대해 “기억하기 어렵지만 사실이라면 심려를 끼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명진은 “그 정도 표현이라도 대단하다”는 반응을 보임으로써 좌파 주지 사건은 일단락된 듯하다.
그러나 병역문제는 이 정도 선에서 정리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문제는 안 대표가 우군이라 믿는 보수 우파들에게도 사뭇 민감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틀 전 ‘병역기피 의혹 안상수 의원의 경우’란 사설을 썼다. 사설은 “만약 안 의원의 병역기피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한민국 집권당의 대표가 되기에는 중대한 결격사유”라며 객관적인 검증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10년 동안 도망 다니다가 고령으로 면제받은 사람이 당의 지도부가 되면 한나라당은 ‘병역기피당’이 될 것”이라는 경쟁 후보 홍준표 의원의 말도 소개했다.
정작 안 의원이 대표가 되자 이 신문은 “야당의 강력한 저항에도 미디어법, 4대강 사업 예산안을 처리해 위상이 강화됐고 청와대의 신임도 두터워졌다”고 호평했다. 다른 우파적 신문들도 논란거리인 안 대표의 과거행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 대표의 미심쩍고 불미스러운 병역 관련 과거사는 우익이든 극우든 국가주의적 가치관과 결코 양립하기 어렵다. 언제든 폭발할 소지를 안고 있는 휘발성 높은 사안이다.
며칠 전 극우단체들 사이에 벌어진 비난전을 사족으로 붙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에서 가스총을 쏜 전력이 있는 서정갑 대표의 국민행동본부가 벌인 대북 전단살포 행사에 일본 극우파가 참가하자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이 매국행위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인사는 니시오카 쓰토무 도쿄 기독교대 교수로 평소 “종군위안부는 포주에게 끌려가 팔린 케이스뿐”이라며 추악한 과거사를 부정해 온 간판급 극우 이론가다. 국민행동본부는 “북한 인권 개선 목적이라면 일본 극우도 안 따진다”고 밝혔다. 극우의 혼돈스럽고 일그러진 가치관을 보여준다.
[매일경제신문 칼럼-테마진단/김난도(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20100716금] 소비자 이해하는 기업이 이긴다
축구에는 판정승이 없다. 아무리 경기를 압도했더라도 승부와는 상관이 없다. 결국 골을 더 많이 넣은 팀이 이긴다.
당연한 이야기를 새삼 꺼내는 이유는 아쉬워서다. 16강전에서 우리는 아깝게 졌다. 박주영의 프리킥은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고, 수아레스의 슛은 골대를 맞고 들어갔다. 불과 몇 ㎝의 차이였겠지만, 결과는 냉엄했다. 한국은 집으로 돌아왔고, 우루과이는 8강에 올랐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찬사는 얼마나 공허한가?
지난 세월 월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어이없는 실수로 골을 먹고 골 결정력 부족으로 그것을 만회하지 못해 지고 말았던 경기가 얼마나 많았던가?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확실하게 골을 넣을 수 있으면 그게 바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라는 사실을 이번 월드컵에서 새삼 느꼈다. 훌륭한 선수가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골을 넣는 자가 훌륭한 선수다.
축구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이 골이라면 기업의 생사를 좌우하는 것은 매출이다. 아무리 제품이 훌륭하더라도 소비자가 구매하지 않으면 그 회사는 망한다. 그러므로 "기업이란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축구에서 골을 많이 넣어야 이긴다"는 말 만큼이나 당연하다.
너무 당연해서일까? 이 뻔한 이치를 많은 기업이 잊고 있는 것 같다. "기술력만큼은 세계 수준"이라고 자랑하는 중소기업의 제품이 시장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자주 본다. 흡사 세계 최고의 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고도 골이 안 나와 패하는 한국 축구를 보는 것 같다. 우리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이 결정적인 찬스에서 득점할 수 있는 골 결정력이라면 우리 중소기업에 필요한 것은 기술력을 판매로 연결시킬 수 있는 매출 결정력이다.
매출은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 소비자를 이해하는 능력에서 나온다. 닌텐도나 애플의 메가히트 상품은 최첨단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 친화적인 컨셉트로 승부한다. 많은 중소기업의 꿈이 자기 브랜드를 갖는 일일 것이다. OEM 업체로 남느냐, 자기 브랜드를 갖느냐 하는 문제 역시 결국 소비자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이 소비자를 연구하는 일을 대기업의 전유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유망한 중소기업을 소개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 "매출의 몇 십%를 연구ㆍ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CEO가 기술연구소에서 살다시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CEO일수록 연구소보다는 시장에서 살아야 한다. 좋은 제품이 팔리는 것이 아니라 팔리는 제품이 좋은 제품인 까닭이다.
기술개발에 쓰는 비용과 기술연구소에서 밤을 새는 시간의 10분의 1만이라도 소비자를 분석하는 데 투자하라. 당신은 어떤 소비자가 어떤 동기로 당신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당신은 최근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설문조사나 표적집단면접을 실시한 적이 있는가? 당신 회사에는 소비자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소비자 전문인력이 있는가? 고객에 대한 실증적이고 적확한 이해 없이 `팔리는 제품`을 생산하기란 골잡이 없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어렵다.
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우승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팀의 강세는 `추하더라도 이기는` 현대 축구의 트렌드를 보여줬다. 이번에 한국 축구는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기량도 많이 향상돼 향후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했다. 이것이 축구만의 기대가 아니기를 바란다. 세계 시장에서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우리 중소기업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제가 필요하다. 축구에서는 골결정력을 높여야 하고, 경영에서는 소비자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히든 챔피언을 꿈꾸는 중소기업이여! 소비자를 파악하는 데 더 투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