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할머니는 틈만 나면 온 집안을 쑤시고 다니느라 바쁘다. 그러나 날렵한 몸매라서 발걸음이 가벼우니 배회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돌아다니기만 하면 운동도 되니까 얼마나 좋으랴! 그러나 할머니는 이방 저방 남의 방에 들어가서 이것 저것 잡히는 대로 만지작거리다가 서랍도 열어보고 양말이며, 손수건 같은 것들은 주머니에 쑤셔 넣고 스카프는 목에 걸고 나오면서 “우리 시아제가 사준거여.”하며 자랑까지 늘어놓는다. 그리고 먹을 것은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살짝 가지고가서 가만히 드신다. 그러다보니 할머니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할머니의 변명만큼은 아주 그럴 듯하다.
“맬없이 내 핑계대고 승질내고 그러지. 손님 있나, 없나 딜다 보느라고 그러는디…. 나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요. 안들어가요.”
그래도 할머니가 밤잠은 푹 잘 주무시니 그것만도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한 일인지! 그런데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대화가 술술 풀리기 마련이다. 하루는 할머니가 잠시 소파에 앉아 계시길래 할머니의 옛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할머니는 젊으셨을 때 참 부지런하고 얌전하셨을 것 같은데요.”
“그랬지요. 시어머니가 충장로2가에서 진미식당을 했는데 곰탕, 갈비탕, 비빔밥을 했지요. 나는 음식도 맹글고 배달도 댕기느라 허리가 부러져라고 일만 했지요. 시어머니는 내가 촌년잉께 하고 일만하는 기계로 알고 죽어라고 일만 시켰어요. 나는 아무 욕심도 없이 일만 했지요. 아이고, 징그랍소. 지금 생각하믄 내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요.”
할머니와의 대화는 어느덧 음악얘기로 흘러갔다.
“할머니는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부르셔요? 노래가사를 지금도 2절까지 달달 외워서 부르시데요?”
“나는 노래를 시번만 들으믄 다 외아부러요.”
할머니의 자랑이 뻥인 것만은 아닌 것 같다. 할머니는 지금도 유행가는 물론이고 ‘아, 목동아’ 그리고 ‘가고파’까지도 따라 부를 정도다.
그리고 할머니는 대소변할 때, 화장실 오고 가는 것을 직원이 도와드려야 한다. 그런데 한번은 할머니가 급한 나머지 그만 옷에다 실례를 하고 말았다.
“아이구, 할머니. 미리 말씀하시지 그러셨어요? 급하셨나봐요?”
“똥이 말하고 나온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