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같은 편지
유 병 덕
2015 harrison@naver.com
선물 같았던 사람
유병덕 공주시 부시장님을 보내는 마음
나태주
당신은 처음부터 우리에게
선물 같았던 사람
공주 사람들에게 공주에게
당신은 하나의 선물이었습니다.
아닙니다. 당신은 입만 열면
공주가 좋다 공주가 선물이다.
그렇게 고백하곤 했으므로
우리는 피차에 선물인 셈입니다.
선물이 무엇이지요?
선물은 내가 원하는 것
언제나 새것이면 좋은 것
무엇보다도 공짜로 받는 그 무엇!
서로가 선물로서 만이
함께한 날들 또한 좋았습니다.
하루하루가 그대로 선물이었고
일마다 때마다 기쁨 그것이었으니까요.
언제든 좋은 날은 빨리 기울고
좋은 사람과의 이별은 급하게 오는 법
이제 당신 우리 곁을 떠나려 하고
우리는 또 당신을 보내야 할 차례입니다.
일찍이 우리의 만남이 선물이었다면
우리의 이별 또한 선물입니까!
선물치고는 많이 섭섭하고
무던히도 야속한 선물이군요.
그것이 정말 그렇다면 우리
헤어지는 마당에 헤어짐도 좋은
선물이길 바라고 언젠가는
다시 만날 날들을 기약해야만 합니다.
다시 만나는 날 그날에는
더욱 기쁘고 건강하고 밝은 모습
서로가 보여주며 우리가 공주에서
이루었던 선물을 또다시 받기를 원합니다.
2017. 12. 26
나태주가 지은 시를 나태주가 읽었습니다.
숨겨놓으려다 옮겨 적었다. 손편지 한 통이 마음을 촉촉이 적시어준다. 바쁘다는 핑계로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에 익숙한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점점 삭막한 늪으로 빠져들어 가고 있는지 모른다. 새봄맞이 서상 정리를 하다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나태주 시인이 써준 ‘선물 같았던 사람’이라는 글제 아래 주옥같은 시어가 꽉 차 있다. 가만히 읽어 보니 국가에서 보물로 지정한 오래된 나신걸의 한글 손편지를 보는 듯 했다. 한 통의 편지에 한 사람의 영혼이 고스란히 담기어 있는것 같다.
뽀얀 화선지에 예쁘게 쓴 나태주 글꼴이다. 가느다란 붓으로 정성 들여 써 내려갔다. 감히 흉내 내어보고 싶지만,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는 글꼴이다. 글꼴뿐만 아니라 시어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가벼운 낱말이나 그림 맞추기 퍼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아름다운 시어를 구해와 글구멍을 맞추느라 밤하늘에 별과 여러 날 소곤거린듯하다. 한 소절 한 소절이 깨끗한 물동이에 반사된 별처럼 빛난다. 시상이 은은한 차 향기처럼 마음속에 퍼진다.
보물로 지정된 ‘나신걸의 편지’에 사랑이 녹아 있다. 그의 편지를 읽어 보니 남편이 아내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애틋하다. 아내를 위해 얼굴을 예쁘게 하는 화장품과 길쌈을 하는 바늘을 선물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는 여진족과 마주하는 함경도 최전방에서 근무하느라 고향인 회덕(지금의 대전)까지 오는 데 한 달이 걸렸다고 한다. 군역軍役 때문에 수천리 떨어져 살아가는 부부의 구구절절한 사랑이 마음을 찡하게 한다.
현존하는 편지는 적지 않다. 조선시대 왕실이나 사대부, 백성, 여성 등이 주고받은 수천 편의 편지가 문집 등에 실려서 전해 내려오고 있다. 공적인 문서는 한자로 썼지만, 사적인 서신은 한글을 널리 사용했다. 왕이 공주에게 보낸 어찰을 모은 ‘숙명신한첩'도 전한다. 정조의 편지는 집안 어른에게 건강과 안부를 묻는 내용으로, 제왕 정조의 인간적인 속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편지는 개인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다. 두 사람만이 주고받기에 어떤 사연도 담을 수 있다. 우리가 빠르고 편리함에 익숙해지다 보니 따뜻하고 포근한 감정선이 무디어져가는 것 같다. 삭막하다. 돌이켜보니, 지인으로부터 귀한 선물을 받고도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로 몇 자 보내고 그만이다.
손편지가 그리운 세상이다. 국가의 보물로 지정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어찌나 귀했으면 그랬을까. 나태주 시인이 보낸 한통의 편지가 보약 같다. 우울하던 내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나도 짬 내어 마음과 정성을 들여 편지 한줄 써 보내고 싶다.
첫댓글 유병덕 수필가님을 항한 나태주 시인의 시 <손편지> 잘 읽었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시 작품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