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쿠텐베르크 성서가 겨우 5백년의 수명을 가지고 열람조차 불가능한 어두운 상태에서 모셔져 있는 반면에 1천년에서 수백년 묵은 우리의 옛날 서적들이 박물관이나 도서관에서 쌓여있는 것을 보면 우리 한지의 우수성을 충분히 알 수 있어요.
천년세월을 견뎌낸 우리의 종이, 썩지도 않는 우리의 한지, 그래서 살아 숨쉬는 종이라고 했던가요? 이러한 한지도 알고 보면 이 땅에서 자라는 질 좋은 닥나무가 있었기에 가능했답니다.
옛날 책에 나와 있는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보면 ‘절에서 쓸 종이를 마련하기 위해 닥나무를 재배할 때는 그 나무뿌리에 향수를 뿌리며 깨끗하게 가꾸고 그것이 자라면 껍질을 벗겨 삶아 찧어 만든다.’고 기록되어 있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은 중국의 한지에 밀려 사라져 가고 있답니다. 한지공장도 동남아산 닥나무 껍질을 수입하여 쓴다고 합니다.
우리 조상의 우수한 한지를 만드는 원료인 닥나무는 어떤 나무일까요?
닥나무는 그리 높지 않은 우리 산과 하천 어느 곳에서나 자랄 수 있어요. 가을이면 잎을 떨구며 여러해동안 매년 줄기를 잘라내어도 계속하여 새 줄기를 많이 만들어 내는 나무랍니다. 또한, 닥나무는 추위에 비교적 강하지만 햇볕이 잘 들고 양분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랍니다.
한지의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보통 3년이 지난 줄기를 사용하고 옮겨심은 후 5-7년 지난 줄기들에서 가장 많은 섬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해요. 잎이 모두 떨어진 겨울철에 나무를 잘라서 줄기의 껍질만을 한지를 만드는데 사용한답니다.
오늘날도 전통 한지를 뜨는 지장들은 닥나무를 딱나무로 부르기도 해요. 딱나무라는 이름은 닥나무의 가지를 꺾으면 “딱”소리를 내기 때문에 죽을 때 자기 이름을 한번 부르고 죽는 나무라는 별칭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한지 한 장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닥나무가 필요할까요?
10kg짜리 생닥나무의 줄기를 벗겨서 그늘에 말리면 2kg의 검은 껍질을 얻을 수 있고 이 검은 껍질을 삶고 말리고, 씻은 후 건조하여 얻는 하얀 껍질의 양은 1kg이에요. 하얀 껍질 1kg에서 5장의 한지를 얻을 수 있어요. 즉 1년 생 닥나무 줄기 2kg마다 한지 1장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