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적부터 사방팔방으로 돌아다니며 맛난 음식을 찾아먹는 재미에 폭 빠져있는 갑판장으로선 강구막회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좋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서비스업종의 특성상 남들이 놀고 먹는 시간에 일을 해야만 하고, 갑판장이 편한 시간에는 대개의 음식점들이 영업을 종료했기에 평생 즐겨왔던 식당탐방을 다니기가 무척 곤란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식당탐방을 안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차선책으로 강구막회의 정기휴일인 일요일(공휴일)에도 영업을 하는 식당과 밤 늦게 혹는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 식당을 주로 찾아다닙니다.
한우 찜, 수육, 탕 전문점 '백송'
경복궁 옆 동네인 종로구 창성동 대로변에 있는 '백송'은 연중무휴로 24시간 영업을 하는 식당입니다. 갑판장이 오래 전부터 벼르던 식당인데 정작 강북권에 살 때는 못 가 보다가 오히려 먼 동네로 이사 온 다음에서야 방문을 하게 된 식당입니다. 한 동안 잊고 지내다가 음식업협회에서 매월 발행하는 소식지(뚝배기)에 기사가 실려서 다시금 기억을 해냈습니다.
* 뚝배기에 실렸던 기사에 따르면 아침시간(정확히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지는 모르겠으나)에는 아침식사를 거르고 출근한 사람들을 위해 설렁탕값을 할인해주기도 한다는데 갑판장이 확인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백송의 메뉴판
백송을 설렁탕집이라고 하기엔 메뉴의 구성과 가격대가 다소 터무니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우를 이용한 찜, 수육, 탕 전문점이라고 정의를 하고나면 다소 버거울수도 있는 가격을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할 수가 있습니다.
갑판장은 이 식당에 세 번을 방문했습니다. 두 번은 설렁탕을 안주삼아 반주를 마시러 간 경우였고, 한 번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가서 갈비찜과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갑판장은 세 번의 방문 모두 만족을 했습니다. 가격이 싸기만 한 음식점보다는 가격은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정직한 맛을 추구하는 식당이 더 좋습니다. 물론 가격도 착하고 맛까지 정직한 식당이 있다면야 금상첨화겠지만 그것은 손님의 이기적인 욕심일뿐 입니다. 그보다는 차라리 식당측에 적당한 마진을 보장(?)해 주고 당당하게 정직한 맛을 요구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이 기준은 갑판장이 강구막회를 운영하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나온 설렁탕(아쉽게도 첫 방문 때는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맨 처음 백송을 방문했을 때는 숙대입구에 있는 화상 중국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2차를 하기 위해 들렸습니다. 아마도 당시의 시각이 오후 9시경이었을 겁니다. 방에는 손님이 없고 홀에만 손님이 한 두 테이블 정도 있었습니다. 원래는 각자 앞에다 특곰탕을 하나씩 시켜놓고 안주삼아 소주를 마셔줄 생각이었는데 특곰탕의 가격이 갑판장이 염두에 두었던 가격(1만5천원)보다 훨씬 비싼 2만5천원인지라 한참동안 메뉴판만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그냥 설렁탕 세 그릇과 소주를 주문했었습니다.(소심한 갑판장입니다.) 그랬더니만 갑판장의 설렁탕 뚝배기 안에 작은 꼬리 한 토막과 지라, 양지, 양 등의 다양한 부위가 골고루 푸짐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다른 이들의 설렁탕 뚝배기 안 사정도 갑판장과 대동소이했습니다. 작은 꼬리 토막 대신 작은 갈비가 한 대 담겨있는 뚝배기도 있더만요. 탕국물의 빛깔과 냄새도 분칠을 한 것이 아닌 정직한 설렁탕의 그것이었습니다. 갑판장은 쇠고기를 이용한 음식에서는 쇠고기의 냄새와 맛이, 또 돼지고기를 이용한 음식에선 돼지고기의 냄새와 맛이 풍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음식을 먹는 보람이 있는 것 입니다. 쇠고기인지 돼지고기인지 또는 닭고기인지 아리송한 음식에는 그다지 매력을 못 느낍니다. 물론 누린내와 고기 특유의 냄새(육향)와는 구분을 해야합니다. 좋은 재료를 적절한 조리법으로 조리해낸 음식에서 풍기는 자연스러운 냄새와 맛은 갑판장의 식욕을 돋굽니다.
첫 방문이 아주 만족스러웠기에 두 번째 방문 때는 강구막회의 정기휴일 저녁 때 어머니와 아내, 딸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우선 갈비찜 작은 것(300g/6만원)과 공기밥 두 그릇을 주문하여 먹은 후에 설렁탕 두 그릇을 주문하여 아내는 딸아이와 갑판장은 어머니와 나눠 먹었습니다. 헌데 잔뜩 기대를 하고 주문을 했던 설렁탕의 비주얼(상기의 사진 참조)이 쪼께 거시기했습니다. 꼬리토막이나 갈빗대는 커녕 양도 지라도 안 보였습니다. 얇게 저며 썬 양지만 몇 점 빈약하게 들어 있더군요. 첫 방문 때의 양지는 제법 두텁게 썰려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탕국물의 빛깔, 냄새, 맛이 워낙 출중하니까 큰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겠더라고요. 또 식당 안에 다른 손님들도 많이 있으셨구요. 괜한 소란이나 특별 대우를 바란 것이 아니었으니 조용히 식사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두 번째 방문했을 때 주문했던 '한우 1등급 A++ 갈비찜 小(6만원/300g)
백송의 갈비찜은 값이 비싼 만큼 그 값을 했습니다. 갑판장의 어머니께서 처음에는 비싸다며 주문하지 말라시더니 정작 갈비찜이 나오니 아주 만족해 하시면서 맛나게 드셨다는 뒷담화입니다. 국적불명의 냉동육(또는 통조림가공육)으로 조리한 가격만 착한 갈비찜과는 확실히 비교되는 맛입니다. 다음에 어머니와 아내, 딸아이와 함께 백송에 가게 된다면 아마도 갈비찜 큰 것(10만원/700g)을 주문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갈비찜 양념으로 볶은 밥
갈비찜을 주문할 때 매운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 갑판장이 선택한 것은 중간 맵기였습니다. 남은 양념에 공기밥을 넣고 볶아 먹으니 맛이 있더군요. 나중에 나온 설렁탕의 건데기만 조금 더 풍성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정도라도 식구들이 모두 만족을 했으니 갑판장도 만족스럽습니다. 암튼 어른 셋, 아이(초5) 한 명이 갈비찜 작은 것(300g/6만원)+ 공기밥 두 그릇+설렁탕 두 그릇을 주문하면 합계금액이 7만원입니다. 1인당 1만7천5백원꼴입니다.
세 번째 방문 때 나온 설렁탕
두 번 방문해서 각각 설렁탕을 먹었었는데 탕국물의 상태는 비슷했으나 건데기 양의 편차가 있어 다시금 확인차 방문을 했었습니다. 앞서의 두 번의 방문 때의 경험에 의하면 손님이 많을 때보다는 애매한 시간에 방문하여 식사겸 안주겸으로 소주와 함께 설렁탕을 주문했던 경우가 더 만족스러웠기에 일부러 늦은 밤에 방문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일행이 모두 다섯 명입니다. 즉, 설렁탕 다섯 그릇과 소주를 동시에 주문했다는 말씀입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데기 좀 넉넉하게 넣어 주세요'란 당부의 말씀과 함께 주문을 했다는 뒷담화도 있습니다. 그랬더니만 역시나 상기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탕그릇 안에 건데기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습니다. 상기의 사진에 보이는 양지수육의 상태를 보시면 여느 집 설렁탕에 담겨 나오는 뻣뻣한(또는 퍽퍽한) 고기가 아닙니다. 씹으면 씹을수로 육즙이 짙게 베어 나오고, 이빨 사이에서 고깃결을 따라 잘게 부서질듯한 상태의 두툼한 양지수육입니다. 비록 작은 조각이나마 양도 조금 보이고요. 그런데 이번에도 꼬리나 갈비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운(?)이 안 닿은 것이니 그러려니 할 수밖에요. 설렁탕 뚝배기 안에서 꼬리나 갈비가 담겨 나오기를 기대하는 손님의 기대가 큰 것이지 식당의 잘못은 아니니 절대로 시시비비를 따질 일이 아닙니다. 갑판장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는 사람입니다. 헌데 지라마저도 안 보이는 것은 무지 섭섭한 일입니다. 그래서 식당측에 지라가 안 들어있다는 가벼운 멘트를 날리니 즉시 화답이 오더군요.
별도의 접시에 담겨나온 지라
식당측의 설명인즉 특유의 냄새와 맛이 진한 지라를 싫어하는 손님들이 부지기수인지라 대개의 경우에는 지라를 넣지를 않는답니다. 설명을 듣고보니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갑판장의 주변인물들 중에서도 지라를 잘 못 먹는 인물들이 여럿 있습니다. 암튼 지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설렁탕을 주문하실 때 아예 지라를 넣어달라고 당부를 하는 것이 상책인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갑판장네 처럼 별도의 접시에 지라를 받아 드시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주변에 손님들이 없을 때 눈치껏 슬며시 말씅을 드려 볼 것을 권합니다. 괜히 손님들이 북적이는 무진장 바쁜 시간에 찾아가서 눈치없이 특별대접을 요구하시지는 절대로 말라는 당부의 말씀입니다.
백송의 빌지(메뉴판에는 없는 메뉴가 몇 개 있어서 올렸습니다.)
메뉴판에 없는 메뉴들은 짐작컨데 아마도 백송정식에 딸려 나오는 메뉴들 같습니다. 눈치로 보아하니 단품으로 주문도 가능한 것 같고요.(아님 말구요)
암튼 백송은 갑판장한테은 아주 만족스러운 식당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수육이나 꼬리찜, 우족 등의 맛도 보고 싶습니다. 단 세 번 방문했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다른 메뉴들도 비싼만큼 그 값을 충분힐 할 것 같다는 업소측에 대한 신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갑판장이 백송을 방문하는 목적은 아무래도 애매한 시간에 설렁탕에 반주 한 잔이 생각날 때 일 것 같습니다. 다만 식당의 분위기나 가격에 비해 서비스 수준이 다소 미흡한 것은 아쉽습니다.
굳이 정의를 하자면 이렇습니다. 갑판장의 경우로 한정을 해서 말씀을 드리자면 한낮에 쇠고깃(뼈)국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난다면 우선적으로 하동관(명동이던 대치동이던 상관없이)으로 가서 특곰탕(기름빼고 맛배기에 육수, 깍두기 추가)에 냉수 한 잔(어쩌면 두 잔)이 생각이 날 것이고, 저녁 늦게라면 백송에 가서 설렁탕에 소주 각 1병씩 마시고 싶습니다만 뻔질나게 드나들기엔 하동관이나 백송은 갑판장에게서 쪼께 먼 동네에 있습니다. ㅠ.,ㅠ
<갑판장>
& : 며칠 전에 갑판장이 야매씨을 운전기사 삼아 잠실로 평양소주를 사러 갔다 오는 길에 대치동에 있는 하동관에 들려 늦은 점심으로 곰탕을 먹었습니다. 수하동에 있던 하동관이 없어진 이후로는 새로 옮겨 온 하동관에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하동관의 역사가 서려있는 수하동 하동관이 역사의 뒷길로 사라져서 우려가 깊었었는데 이번의 방문으로 갑판장의 염려가 쓸데없는 기우였음을 확인하였습니다. 순전히 갑판장의 판단으로는 최소한 앞으로도 20년간은 끄덕마이신이겠더라고요. 역시 대단합니다. 하동관...쩝. (겁나게 부럽3)
첫댓글 써빙하는 처자도 예쁘고...ㅎㅎ 언제 하동관에서 일잔 하자구.
일요일 브런치 모임이라면 콜!!! 둘 째, 넷 째 일요일에는 하동관이 영업을 하니 5월 10일이구먼...아니면 24일이구...
하동관 수육을 아직도 못 먹어본 1人입니다. ㅡㅡ;;;
토욜날 오후에 만나야 겠구낭 ^^
거참...토요일 오후에는 일을 해야하는 갑판장네 카페에서 토요일 오후 번개를 주장하는 댓글을 다는 인물이 다 있구만요. 일요일 브런치번개라면 또 몰라도...거참...
헉...죄송합니다. 일요일 오후로 정정...
저도 대치동 하동관이 변했네 말았네 하는 얘기가 도시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 오랜 단골분들이랑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15년 가까이 다닌 집인데 전혀 맛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는데... 가격이 2000원 오른 것 때문에 그런 말이 도는건지...
어차피 장소를 옮겼으니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구만요. 헌데 하동관의 경우에는 이전을 한 것이 크게 거슬리지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세대를 손님으로 어우르기 위한 포석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갑판장이 잠시 머무는 동안에 삼대가 함께 한 테이블도 보였고, 중년의 아저씨들 테이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두 아가씨가 마주 앉은 테이블, 30대의 샐러리맨으로 보이는 테이블 등등등...저마다 행복한 표정으로 식사를 하시더만요, 갑판장도 행복한 한 끼 식사를 했습니다.
10일날은 울진 갔다가 오는 날이니 24일에 한표. 10일날 창렬이랑 슈라랑 딸기형님 위치추적해야지.... 으흐흐...
잠수모드로 변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