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산 지 만으로 6년을 채우고 있다. 어쩌다보니 선택한 곳에서, 선택해 와서 보니 마음이 충만해지는 곳이었고, 상대적으로 정착에 별다른 어려움없이 지내왔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우연과 성향과,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나를 감싸는 모든 조건들이 이토록 잘 맞아주어 6년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것은 축복을 넘은 은총과도 같은 일이다. 내가 제주에서 살고 있다는 만족감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갈망같은, 보편의 무엇인가를 넘어선 어떤 경지와도 같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누군가는 일상을 탈출한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픈 갈망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나는 여행에의 갈망없이 일상만으로도 삶을 풍요롭게 가꾸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로 하여금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 바로 이 곳, 제주라는 섬이다.
그렇다고 제주라는 공간이 나를 언제나 행복하게만 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제주에서의 삶을 물어보는 이들에게 내가 항상 답변의 말머리에 붙이듯, 이 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희노애락이 있기 마련, 난 일상에서 행복과 동시에 아픔과 어려움을 겪고 살아간다. 정처없이 떠돌다 어쩌다 맞닿은 흙에 애써 뿌리내리려 발버둥치는 풀씨마냥, 제주에서 오래도록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내려 지난 6년을 노력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디나 역동적이어서, 만나던 사람들에게 작은 사기도 당해보고 배척도 당해보았으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저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던 아픔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제주는 6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토건과 투기세력에 의해 급격하고 아플 수 밖에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런 변화의 모습까지 직접 목도하고 있자니,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남들에겐 여행지로서 동경의 대상인 제주일텐데, 나는 왜 그런 동경을 아껴두지 못하고 스스로 어지럽히고 생채기를 내며 사는가 하는 생각 말이다.
동경과 아픔은 사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녹아있는 정서이자 감정이다. 그것이 굳이 제주에서만 유난히 발동하는 것도 아니다. 제주에의 동경이 하나의 유행같은 것이 되어버린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평균 이상의 감정적 흐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그러한 감정 이상의 어떤 감성을 부여하거나 발산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동경과 아픔 이상의 어떤 것을, 제주라는 공간은 사람의 마음 한 가운데 툭 하고 밀어넣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것은 동경의 대상으로 제주를 바라보는 사람보다는, 동경 안으로 들어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깊게 느끼는 부피감 같은 것이다. 제주는 그러한 평균이상의 감정과 감성을 발산하기에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지닌다. 남쪽바다의 충분히 넓은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과, 그 안에서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충족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 안에서, 사람이 들어가 공간을 가꾸고, 풍성하게 만들어가며 공존한다.
사람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제주라는 공간의 그러한 특성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의 도드라짐은 다양한 색과 음의 형태가 되어 저마다의 개성으로 정의된다. 그 개성들을 한데 모아놓으니 그 다양함은 하늘에 걸친 무지개를 연상케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제주라는 공간에 다양한 개성들이 모여 무지개의 다채로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고맙고 여전하게도, 제주는 사람이 제각각 생각하고 꾸밀 수 있는 개성을 허용하고 발산하게 도와주고 배려해주는 공간임을 읽어가는 내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공간으로서 제주는 한국이란 사회에서 마지막 보루이자 이마저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도 함께 느꼈다.
선주민과 이주민, 그대로의 자연과 인간의 터전, 보존과 개발욕구 사이에서 제주는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다. 몸살은, 점점 갈등을 부채질하고, 자연을 아프게 하며, 제주를 제주답게 바라보고자 하는 바램과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의 정점은 언제, 어떤 모습일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 우려스러운 변화 안에서 제주다움을 잃지 않으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여러 가치들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본다. 그 중 인적 가치를 생각하자면,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을 먼저 내세우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제주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라는 측면에서 이미 많은 가치가 상처받고 있는 제주에서, 혼란의 험로에서 붙잡을 중심의 가치를 이 책은 두텁게 제시한다. 6년을 살면서도 그런 가치에 대한 고민앞에서는 3자적 입장으로 방관한 나에게 좀 더 깊고 균형있는 시각과 생각거리를 던져 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제주에서 산 지 만으로 6년을 채우고 있다. 어쩌다보니 선택한 곳에서, 선택해 와서 보니 마음이 충만해지는 곳이었고, 상대적으로 정착에 별다른 어려움없이 지내왔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우연과 성향과,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나를 감싸는 모든 조건들이 이토록 잘 맞아주어 6년이라는 시간을 제주에서 행복하게 살아왔다는 것은 축복을 넘은 은총과도 같은 일이다. 내가 제주에서 살고 있다는 만족감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갈망같은, 보편의 무엇인가를 넘어선 어떤 경지와도 같은 수준이다. 예를 들어, 거의 모든 누군가는 일상을 탈출한 여행을 꿈꾸고, 여행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가꾸고픈 갈망을 가지고 살아가지만, 나는 여행에의 갈망없이 일상만으로도 삶을 풍요롭게 가꾸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로 하여금 그것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 바로 이 곳, 제주라는 섬이다.
그렇다고 제주라는 공간이 나를 언제나 행복하게만 해 주는 것은 아니다. 제주에서의 삶을 물어보는 이들에게 내가 항상 답변의 말머리에 붙이듯, 이 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사람이 사는 곳은 어디나 희노애락이 있기 마련, 난 일상에서 행복과 동시에 아픔과 어려움을 겪고 살아간다. 정처없이 떠돌다 어쩌다 맞닿은 흙에 애써 뿌리내리려 발버둥치는 풀씨마냥, 제주에서 오래도록 살아갈 터전을 만들어내려 지난 6년을 노력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어디나 역동적이어서, 만나던 사람들에게 작은 사기도 당해보고 배척도 당해보았으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저세상으로 보내야만 했던 아픔도 겪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의 제주는 6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토건과 투기세력에 의해 급격하고 아플 수 밖에 없는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런 변화의 모습까지 직접 목도하고 있자니, 가끔은 그런 생각도 하게 된다. 남들에겐 여행지로서 동경의 대상인 제주일텐데, 나는 왜 그런 동경을 아껴두지 못하고 스스로 어지럽히고 생채기를 내며 사는가 하는 생각 말이다.
동경과 아픔은 사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어디나 녹아있는 정서이자 감정이다. 그것이 굳이 제주에서만 유난히 발동하는 것도 아니다. 제주에의 동경이 하나의 유행같은 것이 되어버린 지금의 분위기에서는 평균 이상의 감정적 흐름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가 그러한 감정 이상의 어떤 감성을 부여하거나 발산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밖에 없는 동경과 아픔 이상의 어떤 것을, 제주라는 공간은 사람의 마음 한 가운데 툭 하고 밀어넣는 것이다. 어찌보면 그것은 동경의 대상으로 제주를 바라보는 사람보다는, 동경 안으로 들어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욱 깊게 느끼는 부피감 같은 것이다. 제주는 그러한 평균이상의 감정과 감성을 발산하기에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지닌다. 남쪽바다의 충분히 넓은 섬이라는 고립된 환경과, 그 안에서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충족된다는 점에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환경 안에서, 사람이 들어가 공간을 가꾸고, 풍성하게 만들어가며 공존한다.
사람이 도드라지는 이유는 제주라는 공간의 그러한 특성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의 도드라짐은 다양한 색과 음의 형태가 되어 저마다의 개성으로 정의된다. 그 개성들을 한데 모아놓으니 그 다양함은 하늘에 걸친 무지개를 연상케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연상되는 장면이었다. 제주라는 공간에 다양한 개성들이 모여 무지개의 다채로움을 발산하는 것이다. 고맙고 여전하게도, 제주는 사람이 제각각 생각하고 꾸밀 수 있는 개성을 허용하고 발산하게 도와주고 배려해주는 공간임을 읽어가는 내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공간으로서 제주는 한국이란 사회에서 마지막 보루이자 이마저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에 안타까움도 함께 느꼈다.
선주민과 이주민, 그대로의 자연과 인간의 터전, 보존과 개발욕구 사이에서 제주는 엄청난 몸살을 앓고 있다. 몸살은, 점점 갈등을 부채질하고, 자연을 아프게 하며, 제주를 제주답게 바라보고자 하는 바램과 반대의 방향으로 향하는 중이다. 그리고 그것의 정점은 언제, 어떤 모습일지 알 수가 없다. 나는 이 우려스러운 변화 안에서 제주다움을 잃지 않으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여러 가치들을 생각해내야 한다고 본다. 그 중 인적 가치를 생각하자면,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을 먼저 내세우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들을 중심으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제주라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라는 측면에서 이미 많은 가치가 상처받고 있는 제주에서, 혼란의 험로에서 붙잡을 중심의 가치를 이 책은 두텁게 제시한다. 6년을 살면서도 그런 가치에 대한 고민앞에서는 3자적 입장으로 방관한 나에게 좀 더 깊고 균형있는 시각과 생각거리를 던져 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