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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시인의 방 [蒜艾齋 산애재] 원문보기 글쓴이: 松葉
▲시집 [숨바꼭질]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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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홍지은 제2시집 / 도서출판 한국문인(2012.06.19) / 값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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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홍지은
플라타너스 그늘에
꼭꼭 숨어버린 그림자
찾아낸 허깨비 하나
잡힐까 달아난다
세월 속
숨겨진 동심 찾아
실개천
흩어진 이름
두근거리는 기억들
멈춘 마음 찾아가는
망각의 시간은
어디쯤에 숨어 있을까.
파꽃
홍지은
촌스런 계집애처럼
수선을 떨며
뾰조름 내민 수줍은 얼굴은
서릿발 풀린 하얀 달빛에 터진 꽃
오뉴월 솜털 솟은 텃밭에
허수아비 반겨
삼삼히 묻어나는 엄니처럼
뙤약볕에 종일 실눈 뜨고
심술부린 허리 통증에 흰머리 휘저으며
풍년 들거라 기도하는
이제 껍질을 벗어
서걱거리는 치마폭 담아낸 속내
숨죽이고 일어서는 아침 같은
생큼한 파꽃.
들꽃
홍지은
이름마저
불러주는 이 없이
속살 드러낸
밤도 있었으련만
풀섶에 그림 한 점
숨기고 간 사연
밤이슬에 묻은
얼굴처럼 곱다
장맛비
홍지은
종일
시름은 일상 속으로
구름 넘어 시야를 흔들면
둥둥 떠다니는
산과 들녘을
터진 봇물처럼 경계를 허문다
산다는 것이
가슴을 베인 비처럼
쓰린데
오늘을 살아야 하는
하늘은
하루 종일
서럽게 운다.
임진강에서.1
홍지은
화석정,
당신 없는 세상에서
씻고 또 씻어내는 강물의 짙 푸른빛 속으로
십만양병설은
물거품이 되어 하얗게 일어나는데
직언을 서슴지 않았던 곧은
성리학의 그 뿌리는
오늘을 창조하는 힘이
임란壬亂의 이야기로
아직도 살아서 도도히 흐릅니다
칠흑 같은 밤
나루터 밝히기 위해 태운
불길이
다시금 온누리 비춰지기를.
목어木魚
홍지은
동백꽃으로
토해내는 외침은
처연히 붉어 간다
매 맞아 세상이 깨닫고
두둘겨서 구원을 얻는다면
피멍울로 울어대는
토솔천
못 다한 삶이 흐르고
내려치는 죽비 소리에
눈 부릅뜬 박제剝製되어
속을 텅텅 비워내야 하는
쓰디쓴 둔탁한 말
툭 툭 떨어지는
선운사.
간고등어
홍지은
등에 푸른 멍
가슴에 난 저 칼금을
소금물에 절이면
상처도 곰삭는가
앓은 적 있는 흉터를
서로 보듬어 안은 듯
오랜 부부처럼
겹쳐 누웠다.
고들빼기
홍지은
바람결에 눌러 앉아
뿌리 내린
움킨 마음 속
태양을 채워가며
진실하게 살아온
고뇌
가을 볕
살강대는 바람에 헹궈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삶
맛깔스레 돋는다.
자화상
홍지은
홍수가 날 만큼 많은 글씨들
도자기를 빚듯
겨우 다듬어
불덩이에서 꺼낸 하나
아픈 고래를 든다
고봉을 깨물고 지켜보면 시간들이
황급히
돌아앉는 것을
세월은 물레질하는데
어느 즈음에
자랑스럽게 꺼내 보일 수 있을까.
등대
홍지은
파도 소리에 적막을 깨운
칠흙 같은 밤
심지 돋우는 불빛
칭얼대는 바다를 재운다
딛고 선 자리만큼
오늘을 지키려
밤을 지새우는 호미곶
어둠 걷힐 새벽은 먼데
허물 벗을 한줄기
빛날 날을 찾는다.
*호미곶 : 동해바다 포항에 호랑이 꼬리에 해당되는 포구 이름.
파꽃
홍지은
붉어진 가슴속에
말랑거리며
훤히 비춰진 일상
낯설지 않게
까치밥으로 남겨진
담장 언저리로
길게 누운 낮달은
까닭 없이 그리운
가슴앓이 하는
수줍은 얼굴처럼.
우물가의 여인
홍지은
날 위해 살아요
누구를 위로할 여유가 없지요
살기도 급급한 날들
생명의 샘에서
당신은 부르시는데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잠 못 이룬 상념들
길 위의 낯선 그림자
헛된 시간을 쫓아
헝클어진 상처 치유해 주는
수가성성에 목마르지 않는
울음 그친 삶의 자리
당신의 진리 말씀을 긷는다
한 두레박의 물보다 시원한.
지진 - 칠레 사진을 보며
홍지은
하늘을 우러르고
요동치는
분노가
그 큰 눈 속으로
지구를 흔들어 대는데
가난한 사람들은
하늘로부터
울분을 토한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
언제나 땅을 바라보고 살았는데
조물주의 말하는 소리 귀담는
어린 눈망울들의 호소는
그 어느 먼 곳으로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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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詩人의 말
늘 부족한 것 채울 수 없어 비워둠은
깊은 속살 보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해
결코 채워지지 않는 세월 자국에
내 존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면
살며 느끼는 사랑에 대한 생각이
세상의 야망과 욕망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있다면
마음 하나 이상과 현실 속으로
기꺼이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을 생명력을
정화시켜주는 말씀을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매 일상의 순간들과
부주변의 자유로운 자연에 더부살이 하는
나의 모습을 작품으로 보이고 싶어서였다.
시를 돋보이게 서평을 주신 조병무 평론가 선생님과 서문으로 제자의 발걸음을 가볍게 열어주시는 곽문환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늘 관심을 가져주신 가족과 주위에서 격려와 도움을 주신 분들과 더불어 공유할 수 잇는 기쁨을 준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본
가희 홍지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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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장독대의 투박한 여인의 향내
이른 봄 창 앞에서 홍지은의 시를 읽으면 쪽문 틈으로 가정을 사랑하고 시와 믿음의 세계를 지향하는 시인의 순수한 모습의 엿보인다.
질퍽거리는 오늘이라는 좁은 길목에 파란 새싹이 돋아나듯 바람이 일고 사람 냄새가 나는 새로움이 조용하게 다가와 오늘을 다독이며 조심스럽고 건강한 소재를 끄집어내려는 시인의 구수하고 인간적인 중년 여류시인의 맛이 짙게 풍긴다.
시가 조리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만들어지는 놀라운 창조물일진대, 속마음 짓는 향내를 그 밑바탕으로 가장 우리적인 박한 장독대에서 여인의 아름다움이 배어나는 것이 아닐까.
<고들빼기><김치냉장고> <업력솥밥> <형님 내외> <바지랑대> <아욱국을 끓이며> <손금> <조리대 앞에서> <간 고등어> 소재들을 보듯이 투박한 질그릇에 된장 간장 고추장 냄새가 그리움으로 가득 담겨있는 시인의 토속적인 고향의 깊은 맛이 솔바람을 타고 창을 스치는 것 같다.
무심히 쌓여가는 고집
한 꺼풀씩 벗기면
풀어놓은 된장국에
사그라지는 욕심
살아가는 일을
묶인 다발처럼 버려두진 않았는지
속앓이 하던 가슴에
구수한정 하나 후련하게 배어든다.
―「아욱국을 끓이며」전문
위의 시처럼 가장 한국적인 맛이 배어있는 아욱국은 귀한 사람이 왔을 때만 끓여준다는 그 구수한 정이 솔솔 풍기는 듯.
홍지은 시인은 늘 새로운 반신을 꿈꾸며 가장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이미지를 구사하고 있다. 지난 것들을 잊어버리려는 것에 대한 연민 속에서 갈망하는 진통을 한 꺼풀씩 벗겨 가면서 시의 진한 멋이 배어드는 삶과 믿음의 진실들이 내면 깊이 스며 짙게 풍겨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깊은 향기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리라 믿는다.
제 2시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2012.5. 봄에
곽문환(시인, 전 펜문학 주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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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은 詩集 [숨바꼭질]
[ 작품해설 ] -
폭 넓은 교감의 세계 접근 법
조병무(문학평론가, 시인, 전 동덕여대 교수)
1.
현대라는 시대적인 양상은 예술의 세계를 다양성과 복잡성으로 합성시켜가고 있는 퍽 민감한 일상 속에 있음을 직감해야 한다. 미술이나 음악은 물론 인간의 삶의 요소에는 과거와 같은 창작의 기법이나 표현의 정의를 찾기가 어렵다. 디지털 기술의 틀 속으로 잠적되어 가는 인간의 정서나 영감이 특수한 예술을 탄행시키고 있는 것이다.
발표되는 많은 작품을 읽으면서 현대시 작품의 언어 발상은 물론 기법이나 영감, 정서도 역시 디지털 미디어에 동화되는 실험성이 강한 반전의 작품을 보게 되고, 시 작품이 지니는 원천적인 일상 속에서 시인의 심상을 함축하여 보여주는 강한 이미지의 작품도 읽게 된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시대적인 고뇌라 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 속에서도 홍지은 시인은 그의 작품에서 보여주는 일상적인 삶의 영역에 잠재되어 있는 강한 인상은 자신의 내면에서 분출되는 욕구가 크다. 어떠한 소재에 대한 정서적인 감각이 예리하게 그 내면의 이미지와의 절충을 시도하고 있음이다. 홍지은 시인의 제1시집『삶이 가시가 돋아』에서 보여준 <전체적으로 존재와 삶의 밝고 어둠 속에서 분출하는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다독거리며 자신을 치유하려는 내밀한 경험을 통하여 조심스럽게 음미하려는 시인이다.(곽문환의 “작품해설”에서)>라는 지적과 같이 이번 제2시집『숨바꼭질』에서도 이러한 작품의 세계를 읽을 수 있다.
2.
홍지은 시인의 언어가 내포하는 감각은 생경하지 않아 그 이미지가 더욱 친근하게 와 닿는다. 문명이 가져다 준 문제에 대하여 인간에게 다가온 삶의 흐트러짐의 강도를 보여준 작품과 문명의 혜택이 삶의 강도를 높여 준 작품을 홍지은 시인은 일상의 생활과의 밀접한 관계 설정으로 우리에게 접근하고 있다. 다음 작품「건망증」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 의한 디지털 기술의 도전 속에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보내는 강도 높은 메시지라 하여도 될 것이다.
1.
한 고비 돌아야 하는 일상을 자욱한 안개가 스쳐간다. 산을 넘는 흐름에 익숙해져야, 사진을 전송하고 전화번호를 대신 외워주는 괴물을 잃어버리는 날 기억력은 온통 정지된 채.
2.
포토샵, 컴퓨터에 창 하나 띄워 놓고 이미지를 데려 온다. 마땅한 자르기 어디서 불러 와야 하나. 어렵게 메뉴를 찾아 꾸미기 이젠 저장하는 법을, 조금 바뀌어 시간을 헤맸다. 뇌세포 입력이 더딘 세월 속으로.
3.
생각을 교환하는 시대가 왔다
요즘 마을 주소를 증산로 15길 35-10.
새로운 암기법은 빨리 떠오르지 않고 신사2동 140의 1번지를 머리에 박힌 고유한 번지를 잃어가는 디지털. 영원히 내 집을 못 찾을지도 모를 어둠속을 헤매다 안개가 걷히면 새로움을 만나기 위한 하루를 건진다.
위의 작품에서 시인은 현대인의 생활에 깊숙이 침투한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기억의 상실과 정지되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시인은 인간과 기계 문명의 극대화에 의한 인간 상실의 저변에서 오는 문제의식을 (1)<전화번호를 대신 외워 주는 괴물을 잃어버리는 날>=<기억력은 온통 정지된 상태>로 된 현실 (2)<포토샵, 컴퓨터에 창 하나 띄어 놓고 이미지를 데려 온다>는 현실, 나의 이미지가 아닌 디지털에 의한 이미지로의 후퇴, 그래서 <뇌세포 입력이 더딘 세월 속으로> 잠겨들고 있음을 자각한다. (3)<생각을 교환하는 시대가 왔다.>고 호소하는 시인은 <새로운 암기법은 빨리 떠오르지 않고> <머리에 박힌 고유한 번지를 잃어가는 디지털,>에 의해 <영원히 내 집을 못 찾을지도 모를 어둠속을 헤매다>가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려 새로움의 하루를 건지려는 욕망으로 맺음 한다.
이 시대의 흐름을 지극히 명료한 심상으로 그려준 이 작품에서 한 시대가 지니는 역사적 상황의 질곡을 지적하여 주고 있으며, 나날이 발전해 가는 디지털 미디어에서 오는 미래에 대한 조망인지도 모른다.
홍지은 시인은 오늘이라는 시대에 살아가는 많은 인간에게 편리성과 소통의 속도를 빠르게 가져다주는 디지털 문명과 이에 만족하는 인간의 일상에서 스스로 망각되어 가는 인간 자신의 허울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과 기계 문명의 생활하에서 보여지는 계열의 작품으로 인간 상실보다 인간에 긍정적인 영향을 일상에 가져다주는 시「김치냉장고」「압력밥솥」「지하철 소고」「안전벨트」등의 작품을 통하여 얻어지는 공감을 제시하고 있다.
기후 변화 끄떡없이
맛을 내고
주방에 자리 잡은 인정人情
-「김치냉장고」2연
한세상 숨 가쁘게 달려온
부글거리는 속내 뚜껑이 열릴만 한데
살아가면서 잦아드는 숨소리
젊음의 심장을 쓰다듬던 그 좋은 기적소리는
어디로 갔을까
-「압력 밥솥」끝 부분
설레는 날이
이별일 수 없었던
그 길에서
우리는 어찌하여 길을 잃게 되었을까
폐품에 싣듯
떠밀려 오른 무표정한 꿈을
황급히 태우고 가는
출근길 괴물덩어리
-「지하철 소고」3,4연
골고다의 상흔으로
‘너희를 구했노라’는
하늘에의 길에
-「안전벨트」4연
위의 네 편의 작품에서 보듯 시인은 기계문명이 가져다주는 <인정人情>과 <좋은 기적소리>, 그리고 <황급히 태우고 가는/ 출근길 괴물덩어리>와 낯선 길에서 안전을 보장해주는 안전벨트에 의해 <너희를 구했노라>는 <하늘의 길>을 제시하는 기계문명의 혜택도 시인의 영감에서는 떠날 수가 없다.
삶의 편리성과 맞물려 인간의 의식의 변환과 정신적 고갈의 상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갈등이 있다. 생활 속에 스며드는 기계화에 따른 삶의 공간이 주는 미지의 상황을 <하늘에의 길>에 시인은 맡겨두고 있다.
이러한 몇 작품에서 보여 지듯 망각의 상태로 일상 받아들이는 생활의 소통이라는 긴요한 문명이 때로는 인간 상실의 또 다른 고뇌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인간에게 무한한 안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또 다른 시적 감성을 홍지은 시인은 보여주고 있다.
3.
홍지은 시인의 작품에서 자연과의 교감과 사랑에 의한 강한 심상을 읽을 수 있다. 그 자연에 내재한 영상을 찾아 삶의 일상과 접근하는 작품과 여성적인 섬세한 감성과 정서로 가족이라는 사랑의 바탕을 자상하게 보여 주고 있다.
시인의 자연과의 교감은 그 정서의 폭을 넓히면서 공감의 영역을 상호 절충하여 이미지의 확충을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많은 자연의 대상물 가운데 꽃이 지니는 내면의 영감을 폭 넓은 은유의 세계로 끌어 들이면서 작품의 윤곽을 넓혀간다. 다음 작품「꽃무덤」에서 퍼소나의 토운은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응시한다.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언제나 평행선상으로
가을볕에 말라가는
남아있는 말들을
되뇌이어야 하나
편지 한 줄 쓰지 못한 채
짓무른 아픔이
머물다 가는 길
뇌까려 보아도
언제나 세상을 버리고
멀어지는 하늘
차라리
바람을 부여잡고
부풀어 오른 노래는
-「꽃 무덤」전문
이 작품의 부제는 ‘상사화’이다. 상사화相思花는 그 꽃말에서 말하듯 “꽃과 잎이 서로 등져서 보지 못한다.”고 하여 상사화라는 말이 있다. 시인은 이러한 꽃말이 지닌 영감을 찾아 시인과 시적 화자가 상호 교감하면서 상사의 이미지를 찾고 있다.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언제나 평행선상으로// 가을볕에 말라가는/ 남아있는 말들을 / 되 뇌이어야 하나> 아픈 심상을 상사화의 퍼소나에 의해 자신을 돌아보려 한다. 그러다가 시인은 <편지 한 줄 쓰지 못한 채/ 짓무른 아픔이/ 머물다 가는 길>로 자신을 돌아본다.
상사화의 꽃이 가져다 준 영감의 이미지와 시인이 공유하는 정감이 교차하여 상호 상상적인 공간을 해체하여 꽃말을 교감한다.
촌스런 계집애처럼
수선을 떨며
뾰조름 내민 수줍은 얼굴은
(생략)
서걱거리는 치마폭 담아낸 속내
숨죽이고 일어서는 아침 같은
생큼한 파 꽃.
-「파꽃」에서
참았던 혼잣말
뿜어낸다
-「서리꽃」에서
위의 작품에서 보듯 시인은 하나의 꽃에서 생명체를 동반하면서 내면으로부터 분출하는 영감을 찾아 자신으로 돌아온다. 파꽃과 서리꽃에서 동조되는 영감은 스스로 꽃 자체의 중심에 머문 형상과 함께 감성을 부풀어 올린다.
오늘날 많은 시인들의 작품에서 자연에 존재하는 영상적인 사물을 대하였을 때 시인은 그 영상과 함께 동질의 이미지를 교감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자연에 존속된 영상물은 그 자체가 존립하면서 시인에 의해 새로움의 정서적인 사물을 재생시키는 것이다.
홍지은 시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사물과 공유하는 영감의 함축은 바로 이러한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홍지은 시인의「아욱국을 끓이며」「조리대 앞에서」「간고등어」「고들빼기」「어머니」「형님 내외」등의 작품에서 여성이라는 화자의 입지에 공감하는 세계, 그리고 생활의 단면을 적절하게 묘사하여 하나의 사물에 접근하고 있다.
바람결에 눌러 앉아
뿌리 내린
움킨 마음 속
태양을 채워가며
진실하게 살아온
고뇌
가을 볕
살강대는 바람에 헹궈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삶
맛깔스레 돋는다
-「고들빼기」전문
1연에서 3연까지는 고들빼기의 형상을 의인적인 비유에 의해 <진실하게 살아온/ 고뇌>의 삶을 비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뇌의 형상을, <가을 볕/ 살강대는 바람에 헹궈>서 모든 고뇌를 마무리하고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삶/ 맛깔스레 돋는다>는 긍정적인 고들빼기 스스로의 퍼소나로 이미지화 시킨다. 여성만이 지닐 수 있는 감각적인 자각으로 생활의 단면을 형상화 시킨다.
홍지은 시인은 이러한 형상과 같이 모든 사물의 시적 함축은 시인과 그 사물의 대칭 속에서 하나가 되도록 동일성의 원리에 입각하여 조립되고 있다. 그것은 시인이 시에 접근하는 언어감각은 물론 그 사물을 비유하는 영상적인 이미지의 특성을 누구보다도 면밀하게 조형하기 때문이다.
시 작품「어머니」「형님 내외」등에서 <마음 한 자락/ 속내 비벼댈 수 없었던/ 적삼 속에 스며드는 눈물 자욱 -「어머니」>와 <봄을 가득 채운 들녘에서/ 냉이를 캤다// 조물조물 무친 이야기/ 향기로 다가오는데-「형님 내외」> 등에서 보듯 여성의 감각을 가장 특유한 감성으로 가족 간 사랑의 입지를 조형시킨다. 홍지은 시인의 자연 교감과 여성적인 감성과 사랑은 직감적인 감성에 의해 시인의 많은 작품에서 보여주는 시인만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4.
이상에서 홍지은 시인의 시작품에 나타난 특징과 감성, 그리고 시를 조형할 수 있는 시인만의 언어감각을 조감하여 보았다. 시인의 시작품을 통하여 본 해설적인 차원에서, 한 편 한 편의 작품이 지니는 문학적 감수성은 결국 우리 시문학에 또 다른 특성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 현대시가 지향하는 많은 요인들 속에서 홍지은 시인이 보여준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영상과 영감이 기계 문명의 도전과 이에 대한 활용의 기대치가 어떤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감성과 자연이 주는 인간 정신의 정서적인 접근은 물론 여성적인 감성의 조율에 의해 나타나는 시적 영감과 형상에 따르는 사랑의 소통 등 또 다른 시의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홍지은 시인의 폭 넓은 시의 흐름이 원활하게 소통하여 또 다른 많은 특성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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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사의 글 ◆
오늘날 현대시가 지향하는 많은 요인들 속에서 홍지은 시인이 보여준 디지털 미디어에 의한 영상과 영감이 기계 문명의 도전과 이에 대한 활용의 기대치가 어떤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감성과 자연이 주는 인간 정신의 정서적인 접근은 물론 여성적인 감성의 조율에 의해 나타나는 시적 영감과 형상에 따르는 사랑의 소통 등 또 다른 시의 세계를 조명하고 있다. 홍지은 시인의 폭 넓은 시의 흐름이 원활하게 소통하여 또 다른 많은 특성을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 조병무 / 문학평론가, 시인
홍지은 시인은 늘 새로운 반신을 꿈꾸며 가장 매혹적이고 유혹적인 이미지를 구사하고 있다. 지난 것들을 잊어버리려는 것에 대한 연민 속에서 갈망하는 진통을 한 꺼풀씩 벗겨 가면서 시의 진한 멋이 배어드는 삶과 믿음의 진실들이 내면 깊이 스며 짙게 풍겨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깊은 향기는 독자들의 공감을 얻으리라 믿는다.
― 곽문환 / 전 펜문학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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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은 시인∥
∙경인 용인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가정학과를 졸업.
∙은평구문화원 시창작교실과 서대문 YMCA(현 선교문화센타)에서 글빛동인 회장을 역임.
∙월간 <스토리문학> 시부문 신인상으로 곽문환 선생의 추천문단 등단하여 한국문입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스토리문학회, 문학예술가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금천고등학교 청소년 상담사로 있다.
∙수상으로는 대한문학에서 주관하고 있는 연암문학상 시부문 본상을 수상(2010년)하였고, 서울시립대부설 <시민대학>에서 서울특별시장 표창장(2011년)을 받았다.
∙글빛동인집 <날으는 새는 하늘이 보인다> <아름다운 작은 목소리> 등 5집과 <시인의 정원> 동인지를 8집까지 낸 바 있다.
∙시집으로는『삶이 가시가 돋아』『숨바꼭질』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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