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 (2017, 2005, 1993, 1981, 1969, 1957, 1945, 1933년 출생)
12지 동물 중 10번째인 유(酉)는 닭을 상징한다. 시간으론 하루해가 기울어가는 오후 5∼7시이고, 계절로는 낙엽이 붉게 물들며 빨갛게 익은 열매가 수확을 기다리는 음력 8월이다. 이쯤이면 대지는 바짝 말라 건조하기 이를 데 없고, 아침저녁으론 제법 차가운 기운이 옷 속을 파고든다. 시계 ․ 반지 등 귀금속에 해당하는 유酉의 본성은 ‘희고, 맑고, 차갑고, 깨끗함’이다. 물상 적으로 酉는 수분이 없기에 더러운 것에 오염될 일도, 감성에 휘둘릴 것도 없다. 그저 어린 아이 같은 해맑음, 차가운 이성만이 존재하는 세계다.
이성적 ․ 논리적 ․ 독선적 … 현실과 이상세계의 괴리가 ‘양날의 칼’로 존재 (天刃星)
근래까지 우리 민족에게 닭(鷄)은 가장 친한 가축 중의 하나였다. 집에서 풀어놓고 기르면서 달걀과 고기를 얻었고, 매일 울음소리로써 새벽을 깨우는 상서롭고도 신통한 존재가 바로 닭이었다. 즉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현대판 '알람'인 닭은 다가올 일을 미리 알려주는 예지능력이 있다고 여겼다.
닭은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상징동물이기도 하다. 설날이나 대보름날 새벽에 우는 첫 닭의 울음소리로 한 해 농사의 풍년과 흉년을 점쳤으며, 무속신화나 건국신화에서는 닭이 천지개벽이나 왕의 탄생을 알리는 존재로 등장한다. 닭은 우리의 전통 세시풍속에도 깊이 파고들었다. 결혼식 날 초례상에는 반드시 닭이 올랐고, 신랑신부는 닭을 가운데 두고 백년가약을 맺었다.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인 결혼식에서 닭이 활용되는 것은 그만큼 닭을 길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선조들은 닭이 5가지의 덕((鷄有五德)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닭 벼슬은 문(文), 발톱은 무(武), 적과 싸우되 물러나지 않는 것은 용(勇), 먹이를 발견하면 "꼭꼭"거리며 동료를 불러들이는 것은 인(仁), 때를 맞춰 새벽을 알리는 것은 신(信)이 그것이다.
닭띠는 12지지 중에서 가장 자기 색깔이 강하고 독선적이다. 자기 자신을 지표로 삼아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여길 만큼, 자신은 늘 옳고 타의 모범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닭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대체로 올곧고 부지런하며 바른 성품을 지녔다. 자기만이 세상을 다스릴 수 있다고 여길만한 나름의 포스(force)도 갖추고 있다.
닭띠 생들은 정의감이 강해서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 또한 논리적이고 정확하다. 닭이 매일 목청을 높여서 새벽의 도래를 경고하듯이, 닭띠 생들은 사회의 질서 확립에 앞장서며 타인에게도 질서의식과 法 준수를 강요한다. 자칭 ‘진리의 수호자’, ‘정의의 파수꾼’으로서 바른 말 하기 좋아하며 대체로 직설화법을 사용한다. 남의 일에 참견도 곧잘 하는 성격인데, 감성적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데는 서투르기 그지없다. 열두 띠 중에서 가장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 할 수 있다.
그 런가 하면 닭띠들은 교과서 같은 이상세계를 지향한다. 이는 닭이 모이를 먹는 모습과도 같다. 닭이 모이를 찾아 먹을 때 발로 땅을 헤집고 흩뜨려서 먹는 것처럼, 닭띠 생들 역시 과거의 것을 흩뜨려서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고 싶어 한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만의 새로운 룰을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며, 이것을 사람들이 지켜줄 것을 강요한다. 그런데 그것이 지극히 이상적인 논리일 뿐,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주장들이어서 종종 낭패를 보기도 한다. 닭띠 생들의 이와 같은 성격은 태어나면서 하늘로부터 악惡을 처단하는 칼(天刃星)을 부여받았기 때문. 하지만 하늘의 법을 인간세상의 질서에 적용시키려니, 이런 저런 오류와 괴리감이 조성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습 타파 & 새로운 질서 확립에 앞장서는 리더 (軍茶利行)
오행 상 닭띠를 가리키는 유(酉)는 강한 금의 기운(金氣)으로 칼에 비유할 수 있다. 칼에는 칼날과 칼등이 있는데, 어느 쪽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현격하게 달라진다. 날로 치면 죽고 칼등으로 치면 아프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양인살(兩刃煞)이라고도 하는데, 닭띠는 이처럼 정확한 판단력과 죽이고 살리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힘은 돈이나 권력과 맞물리기 쉬워서, 한번 쥐면 놓지 않으려는 속성을 지닌다. 또 써늘하고 단단한 金의 성정을 깔고 있어서 논리의 정연함과 냉정함이 과도한 편이다. 그리하여 닭띠들은 자칫 잔인한 독설가가 되거나 남의 마음을 크게 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렇듯 칼에 칼날과 칼등이라는 양면이 있는 것처럼, 인간에게는 이성과 감성의 영역이 함께 존재한다. 그러므로 닭띠 생들은 사람을 대할 때 지나치게 이성적 논리로만 접근하지 말고, 서로 다른 이 두 가지 측면을 잘 조화시키는 것이 대인관계에서의 추구방향이라 하겠다. 왜냐하면 똑 떨어지는 논리로 사람을 이해시킬 순 있어도 상대의 마음을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닭띠는 군마를 일으켜 불의와 싸워 선善을 지켜내는 장군(軍茶利行)에 비유되기도 한다. 개인적인 탐욕보다는 이상세계를 구현하려는 의협심이 남다르다. 불의와 부조리가 판을 치는 현실 앞에 다들 잠잠히 숨죽이고 있을 때, 천둥 같은 고함으로 무리를 깨워서 적진에 뛰어들고야 마는 리더로서의 용기와 기상을 갖췄기 때문이다. 이는 혼자라면 나서지 못하다가 많은 사람이 모이면 분위기에 휩싸여 일을 이루어내는 대중의 군중심리와는 다르다. 닭띠는 무리를 이끄는 리더가 되어 그를 이뤄내기에, 그의 ‘의로운 분노’와 삿됨을 물리치는 ‘위용’을 모두가 칭찬하는 것이다.
다만 그는 자신의 일처리 방식이 이성적 판단에만 기울어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불의를 제거하기 위해 휘두른 칼에 혹시 선한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는지, 한 발 양보하는 자세를 견지하면서 신중을 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글/ 봉은희(작가, 북코치, 책쓰기교실 운영자)
bongcoms@naver.com
첫댓글 오랜만에 들어와 봅니다. 꾸준히 퍼블리싱을 이어가시는 박준서 박사님을 비롯한 몇몇 분께
경의와 치하를 담아 인사 여쭙니다. 수년 전에 한 선생님을 만나서 몇 명의 동료들과 함께
음양오행을 공부한 적이 있었답니다. 흥미진진하고 깊이가 있는 학문영역이라는 걸 알았으나,
이리저리 삶이 분주해지고 저의 게으름으로 인해 중단하고 말았네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이어가리라는 기대를 갖고 말이지요. 그런데 여태껏 스톱상태입니다.
참고로, 이 글은 2011년에 작성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어디까지나 이러한 개연성을 갖는다는
것이지, 딱 맞아떨어진다 신봉할 필요는 없겠지요. 생각해 보니, 박준서 박사님도 닭띠시죠.ㅎ
우와, 방가방가. 봉작가님. 기회는 주어져 있구요, 계속 고고씽 부탁드립니당. 영차영차 홧팅입니다.
근디 어찌 두루두루 지를 알고 지 이야기를 이렇게 쓰셨담.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