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의 생활
조 영 주
따듯한 커피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푸른 상록수에 하얀 눈이 내린 한 폭의 설경과 그윽한 커피 향의 조화는 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잔잔한 음악이 배경으로 깔리고 세 개의 황금색 발과 손잡이가 달린 작고 새하얀 영국식 본차이나 찻잔에 담긴 진한 에스프레소, 아니면 투박한 사기대접만큼이나 크지만 세련되고 화려한 표면의 장식이 멋스러운 머그잔 속에 소용돌이치는 아메리칸식 커피가 앙증맞은 탁자 위에 놓여있다. 그리고 그 옆에 펼쳐진 한 권의 책이 있는 풍경은 한겨울 오전 한때 고층 아파트 베란다에 머무는 햇살과 더불어 향기로운 미소가 스며난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언제 들어왔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고종황제가 아관파천 당했을 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고 개화기에 서울 중심지에 커피점들이 성행했다고 하니 20세기초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내가 커피와 첫 대면을 하여 연을 맺은 것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이다. 커피 자판기가 처음 생겼던 것이 중학교 때였으니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참 잘도 참아 냈던 것 같다. 부모님이 커피를 즐기지 않았으므로 우리 집의 커피는 그저 손님 접대용에 불과했으니 어찌 보면 유혹이나 호기심을 참아 냈다기 보다는 무신경한 쪽이었다. 이 즈음은 간혹 마지못해 이른 아침에 잠을 깨야 할 때면 깔깔한 입안에서는 달고 진한 커피를 그리워한다.
대학 다닐 때 명동에 ‘퀸’ 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 앞을 그냥 못 지나가듯 명동에 가면 퀸에는 꼭 들리곤 했었다. 요즘처럼 다양한 커피의 종류가 있어서 이것저것 맛보는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다방커피보다 향이나 질적으로 좀 나은 원두커피와 생크림을 얹어주는 비엔나 커피가 다였던 시절이었다. 퀸의 소파가 다른 곳에 비해 무척 고급스럽고 편안하긴 했지만, 문지방이 달토록 불이 나게 드나들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는 카페의 예쁜 집기 모으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었다. 영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 줘’에서 여자친구가 예쁘다고만 하면 뭐든 집어다 주는, 심지어 약혼녀의 반지까지 빼다주는 얼빠지고 순수한 남자친구처럼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카페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양말속에서 차숟가락이나 포크가 나오는가 하면 바지 허리춤에서 유리컵 같은 부피가 큰 것들이 나오기 일수였다. 그것들은 모두 여자친구에게 받쳐지는 일종의 뇌물이었다. 여학생들은 더 대담하여 팬티속에 집어넣고 나오는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집어가다 걸려도 예전의 아이들이 참외나 수박 서리하는 정도의 애교로 보아 넘겨주었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하건데 그건 분명한 절도행위였다. 그런데 카페 퀸에서는 아무도 무엇인가를 감히 집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것은 퀸의 경비가 삼엄 하다든가 집어갈 만한 예쁜 것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모두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카페 퀸에는 똑같은 집기가 하나도 없었다. 열 사람이 가건 스무 사람이 가건 모든 사람 하나 하나에 주어지는 집기가 모두 달랐다. 옆 테이블에는 혹 같은 것이 있을까 둘러 보았지만, 둘러보는 사람의 시선이 무색할 정도로 같은 것은 없었다. 커피잔과 받침, 스푼과 포크, 주스잔, 칵테일잔, 아이스크림 접시...... 각 테이블에 놓여있는 재떨이까지도 각양각색이었다.
카페 퀸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벌써부터 ‘오늘은 어떤......’ 이라는 기대가 마음을 가득 메웠었다. 기대에 부흥이라도 하듯 새로운 커피잔을 비롯한 여러 집기들은 그저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던 여린 감성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커피는 어느새 우리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와 알게 모르게 동고동락한지 오래이다. 예전에 숭늉 마시듯 식사후의 커피가 습관화 된 사람들도 많다. 커피를 좋아한다는 사람들은 말한다. 같은 커피라도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커피 맛이 확연히 다르다고. 종류를 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진 요즘의 커피는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커피를 골라 마셔야 할 정도이다. 우울하거나 몸이 무거울 때는 설탕을 듬뿍 넣고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 한조각을 띄운 카페모카를, 포만감에 기분 좋을 땐 연한 원두커피를, 몸이 으슬으슬 추워질 때는 거품 가득한 카푸치노를 마시면 좋단다.
처음 커피열매를 발견한 것은 염소를 치는 목동이었으나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라는 특별한 성분 때문에 수피교도들이 밤중에 기도하거나 공부할 때 졸음을 쫓기 위해 마셨다. 그들은 법도에 따라 기도 전에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모였으며 커피는 종교적인 음료로서 지위를 부여받았다. 유럽여행자들은 아랍인이 둥글게 모여 앉아 한 두 잔의 컵에 커피를 가득 채우고 컵을 돌리면서 나누어 마시는 것을 보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같이 수도승들의 각성제로 사용됐던 커피가 오늘날에는 세계 무역 거래 중 석유 다음으로 비중이 큰 산업으로, 하루에 40억 잔이 마셔진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이다.
요즘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에서는 브라질, 콜롬비아, 에스프레소, 아이스커피 같은 기본적인 커피들에 설탕 우유 초콜릿을 비롯한 각종 향신료를 부재료로 첨가하여 모카카피엔디, 로사맥시카노, 터키시콜라플로트, 샤워커피 등 40여 가지의 새로운 커피들을 만들어 제공한다. 사이즈도 다양하여 숏(short), 톨(tall), 그란데(grande) 등 생소한 용어들을 쓴다. 획일화된 똑같은 인쇄가 새겨져 있는 종이컵에 담긴 커피 한잔 주문하는데도 여러 가지 지식이 필요한, 폼잡고 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원고지 15 매)
브라질 - 부드러우며 쓴맛이 강하다. 주로 배합용으로 쓰인다.
산토스 - 브라질 내에서 생산되는 커피 중 최상품이다.
콜롬비아 - 신맛과 단맛이 뛰어나며 향기와 맛이 부드럽다.
아메리칸 - 향기와 빛깔이 좋고 부드럽다. 주로 젊은층에서 선호한다.
블루마운틴 - 카브리해 연안의 고지대에서 생산되는 커피로 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킬리만자로 - 아프리카산 커피로 떫은맛은 약하나 맛이 진하고 신맛이 강하다.
온두라스 - 신맛이 무척 강한 중남미산 커피.
에스프레소 - 이탈리안 커피로 식후에 피자, 크림빵, 비스켓과 먹으면 좋은 진한 커피.
아이스 커피 - 여름철 커피로 향은 적지만 커피 고유의 색깔이 갈증해소용으로 좋다.
로얄브랜드 - 아라비카 생두 100%를 사용하며 뛰어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
헤이즐럿 - 하와이안 헤이즐럿 향 커피. 젊음과 낭만의 상징.
아이리쉬 - 위스키를 넣은 커피.
모카 - 예맨 지방에서 생산되며 신맛과 단맛이 풍부한 커피의 귀족.
(외 20여종이 더 있음.)
모카카피엔디 : 코코아 가루와 설탕에 뜨거운 초콜릿 향의 모카 커피를 붓고 생크림과 휘핑 크림을 얹고 아몬드를 잘게 썰어 장식한 커피 (카페모카)
로사 멕시카노 : 커피추출액에 거품우유 설탕 식용적색소 넣은 핑크빛 커피
터키시 콜라 플로트 : 진한 아이스커피에 설탕시럽, 커피아이스크림,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넣고 저은 다음 콜라를 천천히 붓고 오렌지로 장식한 커피
샤워 커피 : 컵의 입술이 닿는 부분에 레몬즙과 설탕을 묻힌 위스키가 들어간 아이스 커피
(아이리쉬 커피)
숏 : 8온스
톨 : 12온스
그란데 : 16온스
첫댓글 우와,,, 복잡하고 다양한 커피의세께군요,,, 저 처럼 커피 안 마시는 사람은 좀 뒤 떨어지는 느낌이 나요,,,,
세계의 3대 명 커피 : 자마이카의 블루 마운틴, 하와이의 코나, 예멘의 모카로 모두 아라비카 종입니다. 참고로 커피에는 3종이 있는데 아라바카, 로부스타, 리베리카이며 아라비카종은 고산지대 화산재로 이루어진 토양에서 재배되는 향이 좋고 부드러운 고급종자. 로보스타 리베리카는 쓴맛, 신맛이 강하고 향이 부드럽
지 못해 인스턴트 커피나 식품첨가제 등으로 쓰입니다.
^^* 누리..조영주..다양한 커피종류..에구..맛보고 싶어지네요..^^* 보고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