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Gravity)
최용현(수필가)
러시아의 고장 난 인공위성이 자국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폭파되면서 그 파편들이 고속으로 지구궤도를 돌고 있다는 뉴스가 전파를 탄다. 미국우주센터에서는 위험상황을 감지하고 지상에서 600km 상공에 떠있는 우주왕복선 익스플로러호 팀의 조종사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 扮)와 허블망원경 통신 패널을 수리하는 라이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 扮), 항공엔지니어 샤리프에게 임무를 중단하고 속히 지구로 귀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예상보다 빨리 날아온 인공위성의 파편들이 미국 우주정거장의 구조물들과 부딪치기 시작한다. 이때 밖에서 작업을 하던 샤리프는 날아오는 파편에 머리를 맞아 즉사하고, 스톤 박사는 우주선과 연결되어있는 로봇 팔이 부러지면서 우주공간으로 튕겨나가 표류한다. 코왈스키가 스톤 박사에게 다가가 서로의 우주복을 케이블로 연결하고 우주왕복선으로 돌아오면서 샤리프의 시신을 회수한다.
우주왕복선 안은 인공위성의 파편에 맞아 처참하게 손상되어 있었고, 승무원들은 우주공간에 맨몸으로 노출된 탓에 모두 동사(凍死)한 상태였다. 이곳의 온도는 영하 100도와 영상 125도 사이를 오르내리지 않는가. 코왈스키와 스톤 박사는 생존자가 자신들 둘밖에 없음을 미국우주센터에 보고하고, 가장 가까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있는 러시아우주선 소유즈를 타고 지구로 귀환하기로 한다.
그런데 소유즈에 도착해보니 이곳도 파편에 맞아 엉망이 되어 있었다. 우주선 충돌사고 여파로 다리와 발목에 고장난 소유즈의 낙하산 줄이 감기어 둘 다 위험에 처해지자, 코왈스키가 ‘당신은 꼭 살아서 돌아가라.’며 자신에게 연결된 생명줄을 끊어버린다. 그러면서 통신기로 ‘소유즈를 타고 중국 우주정거장 텐궁으로 가서 우주선 센조를 타고 귀환하라.’고 말하고 우주 공간으로 사라진다. 스톤 박사는 이제 막막한 우주에 홀로 남겨진다.
스톤 박사는 소유즈에 들어가 우주복을 벗고 통신기를 찾아서 코왈스키를 계속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다. 그때 우주정거장에 화재가 발생한다. 스톤 박사는 소화기를 찾아서 불을 끄다가 급히 소유즈로 들어가 거주부분과의 도킹을 해제한다. 조종석에 앉은 스톤 박사는 텐궁으로 가려고 시동을 켜는데, 아뿔사! 연료가 하나도 없었다.
통신기를 켠 스톤 박사가 ‘메이데이! 메이데이!’를 외치자, 잠시 중국인의 응답이 있는 듯 했으나 이내 교신이 끊어지고 만다. 스톤 박사는 ‘아, 여기서 죽는구나.’ 생각하며 산소농도를 낮추고 눈을 감으며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는데, 그때 죽은 줄 알았던 코왈스키가 해치를 두드리며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그는 ‘이봐, 라이언.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야.’ 하면서 연료가 없으면 지상착륙용 로켓엔진을 쓰면 된다며 옆에 앉아서 작동방법을 가르쳐준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는 아무도 없었다. 환상이었을까? 용기를 얻은 스톤 박사는 다시 산소농도를 올리고 매뉴얼을 찾아보면서 코왈스키가 가르쳐준 대로 지상착륙용 로켓엔진을 작동한다. 그렇게 하여 텐궁 가까이까지 날아간 후, 밖으로 점프하여 소화기의 분사력을 이용하여 텐궁에 안착한다.
그러나 텐궁도 파편에 공격당한 여파로 많이 망가져서 급격히 고도가 떨어지면서 곧 대기권으로 진입하는 상황이었다. 스톤 박사는 급히 텐궁의 우주선 센조의 조종실로 들어가는데, 조종 버튼이 모두 중국어로 되어 있었다. 처음 조종법을 배울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가까스로 거주부분과의 도킹을 해제하고 발진을 시작한다. 센조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신원을 밝혀달라는 미국우주센터의 교신소리도 들리고 라디오에서 노랫소리도 들려온다.
지상이 가까워지자, 낙하산이 펴지면서 센조는 한 호수에 떨어진다. 센조 밖으로 나온 스톤 박사는 우주복을 벗고 수면 위로 올라온다. 잠시 불타면서 떨어지는 우주 파편들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배영을 하면서 호안(湖岸)에 닿는다. 일어서다가 중력 때문에 주저앉은 스톤 박사가 다시 땅을 밟고 일어서서 천천히 걸어가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그래비티(gravity)’는 ‘중력’을 의미하는 말인데,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년)를 연출한 멕시코 출신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2013년에 만든 SF재난영화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촬영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음향상, 음향편집상, 음악상 7개 부분을 수상하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휩쓸었다. 러닝 타임 90분.
이 영화는 2013년 8월에 열린 베니스 영화제의 개막작품으로 상영되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비롯한 여러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지수에서 96%라는 엄청난 평가를 받았고, IMDb 평점은 10점 만점에 7.7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별 5개를 주거나 10점 만점을 주는 평론가도 있었다.
고립된 우주에서 느끼는 심리적 고통과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연출한 점이 가장 돋보인다. 우주에서 보는 푸른 지구의 모습과 장엄한 해돋이 장면, 대기권으로 들어오면서 불타는 우주선의 모습 등에서 웅장한 영상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소리를 죽여서 우주의 진공상태를 표현하거나, 긴박한 상황을 표현하는 음향 등 그때그때의 분위기를 살린 음악도 인상적이었다. 과학과 예술의 협력이 영화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스톤 박사 역은 원래 안젤리나 졸리가 맡기로 했으나 출연료와 스케줄 문제로 불발되었고, 이후 오디션 없는 캐스팅 제의에 응한 나탈리 포트먼에게 기회가 갔으나 임신과 스케줄 문제로 또다시 불발되어 결국 산드라 블록에게 돌아갔다. 코왈스키 역도 원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내정되어 있었지만, ‘아이언맨3’(2013년)의 촬영 스케줄과 겹치는 바람에 조지 클루니가 맡게 되었다고 한다.
첫댓글 영화 배역도 인생과 같아 어떤 인연이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거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안젤리나 졸리나 나탈리 포트만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