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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유튜버에 혜성처럼 등장한 '뉴페이스 할머니' 박막례(70)씨. 스모키 메이크업에 도전하는 등 매번 신선한 시도로 인기를 끌고있다. 작은 사진은 노란 아이섀도를 이용해 박 할머니가 일명 '프리지아 메이크업'에 도전한 모습. [박막례 인스타그램] |
뻔뻔·웃음·걸쭉한 욕 '유튜브 짱'
'계모임 메이크업' 신선한 주제
소셜미디어 팔로워 40만 명이나
사소한 일상 평범한 시각 '인기'
WP, "시니어 모습 확 뒤집었다"
"씨디오는 붓으로 잘못 만지면 조사버릴 수 있응께 조심햐!" (아이섀도는 브러시로 잘못 만지면 부스러질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해).
주름진 얼굴, 거친 손등. 친숙한 할머니가 화면에 등장한다. 투박한 손길로 화장품을 바르고 신중한 모습으로 마스카라를 칠한다. 화장품 이름이 길거나 어디에 쓰는지 알 수 없을 때는 걸쭉한 욕이 나온다. 영락없는 우리네 시골 할머니의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14일 뷰티 유튜버로 활동 중인 한국인 박막례(70)씨를 조명했다. 그녀를 소개하는 명칭은 '한국에서 가장 핫한 유튜브 스타'다. 신문은 "젊고 예쁜 여성들로 넘쳐나던 한국 뷰티 유튜버 시장이 박막례씨의 등장으로 새로운 활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꾸밈없이, 가식도 없이. 있는 그대로 날 것을 보여주는 70세 할머니의 유튜버 도전에 한국의 청춘들이 열광하는 이유를 알아봤다.
그녀의 메이크업 영상은 기존의 영상보다 훨씬 뻔뻔하고, 솔직하다. '프리지아 메이크업' '계모임 메이크업' 같이 기존의 뷰티방송과 다른 신선한 주제도 인기에 한몫한다. 손녀와 여행을 가거나 자신의 집을 공개하는 등 사소한 일상을 평범한 노인의 시각으로 제공하는 면도 인기를 얻는 요소 중 하나다.
WP는 박 할머니의 등장이 대중매체에서 흔히 '꼰대'로 묘사되던 대한민국의 시니어 계층에 대한 묘사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시니어들은 미디어에서 가난 때문에 악착같이 살거나, 애국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되고는 한다. 그러나 박씨가 보여주는 모습은 사회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 '그 자신으로 살아가는 노인'의 모습이다.
박 할머니를 유튜브 스타로 키운 사람은 그녀의 손녀딸 김유라(27)씨다. 연기 지도자였던 유라 씨는 '할머니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자 본업을 그만두고 할머니와 호주 여행을 떠났다. 40년 동안 홀로 세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헌신해 온 할머니에게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조손간에 여행을 떠나 즐거워하는 영상이 유튜브에서 크게 히트를 치자 두 사람은 영상을 더 찍어보기로 마음먹는다. 그 결과 현재 박씨의 소셜미디어 팔로워는 40만 명에 이른다.
"할머니도 우리처럼 여행을 좋아하고, 예쁘게 사진찍는 것을 좋아한다"는 손녀딸은 이제 PD 겸 감독으로 나서 할머니 방송을 뒷바라지한다.
박 할머니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소감에 대해 "유튜브 방송을 하기 전 내 인생은 썩은 콩나물 같았다"며 "요즘 나는 인생이 70세부터라는 생각으로 살아간다. 내 인생은 지금부터"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LA중앙일보] 발행 2017/07/15 미주판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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