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魂帛은 습襲과 염殮을 마친 뒤 영좌靈座에 안치하는 것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이 머무를 수 있도록 임시로 만들어 놓은 신위神位의 일종이다. 『가례家禮』에 따르면 신주神主를 만들어 망자亡者의 혼을 완전히 의탁시키기까지 세 단계를 거치면서 각각 다른 물체로 혼을 대신하도록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초혼招魂에 의해 죽은 사람의 웃옷에 망자의 혼을 실어 시신에 의탁하는 방식이다. 유교적 관념에 따르면 인간은 정신을 이루는 혼魂과 육체를 이루는 백魄으로 이루어졌고, 혼과 백이 결합해야만 생명이 유지되며, 혼백魂魄이 분리되는 것은 죽음을 뜻한다고 여겼다. 또 인간이 죽으면 정신을 이루는 혼은 하늘로 올라가고 육체를 이루는 백은 지상에 머무른다 . 이때 하늘로 올라가는 혼을 지상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 초혼의식을 치른다. 즉, 숨을 거둔 후 체백體魄을 벗어나는 혼은 초혼의식을 통해 일차적으로 망자가 생전에 입었던 옷에 임시로 의빙依憑하는 것이다. 이때 사용하는 옷을 ‘복의復衣’라고 한다. 초혼의식이 끝나면 전奠을 차리는데, 이것 역시 체백을 떠난 망자의 혼이 의지할 수 있도록 차리는 음식상이다. 『의례儀禮』 「사상례士喪禮」에서도 “체백을 떠난 영혼은 형상이 없으므로 전을 차려서 의지하게 된다.”라고 했다. 이처럼 초혼의식의 거행과 전을 차리는 것은 망자의 혼을 지상에 머무르게 하기 위함이다.
두 번째 단계는 습을 거행하고 혼백魂帛을 만들어 망자의 혼을 의탁한 후 명정銘旌을 세우는 방식이다. 이로써 혼령은 복의에서 혼백으로 옮겨오게 된다.
세 번째 단계는 시신을 매장한 후 신주를 만들어 망자의 혼을 의탁시키는 방식이다. 신주는 발인發靷 전에 미리 만들어 혼백과 함께 장지葬地로 가져가는데, 아직 망자의 혼이 혼백에 머물러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주는 상자에 넣어서 혼백 뒤에 안치한다. 장지에 도착하면 영좌를 설치하고 혼백에 머물러 있는 혼을 신주로 옮기기 위한 제주題主를 행하는데, 망자의 직함과 이름을 신주에 쓴 후 “공경하는 돌아가신 아버지 아무 벼슬 부군府君께 아룁니다. 형체는 무덤으로 가시고 신령만이 집으로 돌아오십시오. 신주가 이미 이루어졌으니 엎드려 바라건대 높으신 영혼은 옛것을 버리시고 새것을 따르시어 이에 의지하소서.”라는 내용의 축문을 읽는다. 이로써 혼백에 깃들어있던 망자의 혼은 신주로 옮겨오게 된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혼백과 신주의 위치를 바꾸어 놓는다. 즉, 발인 때와 달리 제주전題主奠부터는 신주를 앞에 두고 혼백을 뒤에 놓는 것이다. 제주전을 마치고 신주와 혼백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 후, 영좌에 신주와 혼백을 안치할 때도 신주를 혼백 앞에 두고 우제虞祭를 거행한다. 『가례家禮』와 『사례편람四禮便覽』에 따르면 우제를 지내고 나면 혼백을 깨끗한 곳에 묻는다고 했다. 실제 관행에서는 태우거나 빈소 옆에 묻기도 한다. 또 신주를 만들지 않는 집에서는 삼년상이 끝날 때까지 혼백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통례이다.
[출처] 혼백 魂 帛 V 魂 魄|작성자 교육학박사 박종윤
魂靈혼령은 虞祭우제부터 전(奠)에서 분리되어 제사(祭祀)로 전이되기 때문에 우제는 매우 중요한 제사이다
제주를 마치면 제주전(題主奠)을 올린다. 제주전(題主奠)은 혼령(魂靈)을 혼백(魂帛)에서 신주(神主)로 옮기는 절차. 이때 “OO께서는 형체는 이미 광중으로 돌아가셨으나 혼은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신주가 완성되어 모시겠으니 신께서는 옛것을 버리시고 새로운 것에 기대고 의지하소서”라는 내용의 축문을 읽는다. 『가례 (家禮)』에서는 축문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사례편람 (四禮便覽)』에서는 축문을 제시하고 있어 차이가 있다.
제주전을 마치면 축관이 신주(神主)를 받들어 영좌에 모시고 혼백(魂帛)은 상자 안에 넣어 신주(神主) 뒤에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