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H OF QUEENS! An Se Young (안세영) Put On A Masterclass Against Akane Yamaguchi! - YouTube
위 유튜브 영상을 다시 보니, 오전에 TV 중계로 봤을 때의 필자의 기억과는 많이 다른 느낌이 들어 아랫글의 파란 글자 부분을 수정했다.
오늘 야마구치는 제1 게임에선 어제 푸싸를라와의 풀게임 접전의 후유증으로 경직된 온 몸의 근육을 풀기 위함이었는지 어설픈 랠리 게임을 하다가 맥없이 게임을 내준 반면, 제2 게임 들어서는 180도 돌변하여 마치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기어를 최고조로 올리고 풀악셀을 밟기 시작했다. 안세영이 필사적으로 그 속도에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했으나(오늘 같은 야마구치와의 속도전 진검 승부에서 밀리지 않을 지구상 유일한 선수는 안세영뿐이리라.) 간발의 차이로 랠리의 주도권은 게임 내내 야마구치에게 있었고, 안세영의 몇 차례 아쉬운 범실과 선심의 오심까지 더해지며 결국 제2 게임을 3점 차로 내주게 된다. 안세영의 풋워크가 느렸던 것은 결코 아니나, 야마구치의 스피드에 뒤처진 것은 사실인 만큼 향후 더 발전시킬 과제가 될 것이다.
다행히 제3 게임 들어서는 제2 게임에서 오버페이스를 한 여파로 야마구치가 지치기도 했고, 안세영도 야마구치의 스피드에 맞춰 적절한 전략 수정을 가함으로써 다시금 일방적인 경기 흐름이 되었지만, 야마구치의 오늘 경기 운영은 안세영에게도 많은 공부가 될 것이다. 특히 26일부터 이어질 개인전에서 중국의 천위페이와 왕즈이를 4강과 결승에서 연이어 만나는 대진을 받아들 경우, 천위페이와의 4강전은 오늘의 야마구치처럼 적극적인 선제 공격을 앞세운 속도전으로 가지 않으면 왕즈이와의 결승전에서 체력적 열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지난 3월의 전영 오픈 준결승에서 천위페이와 73분간 긴 랠리 게임으로 풀게임 접전을 벌인 후 다음 날 왕즈이와 다시 긴 랠리 게임을 벌이다가 지구력에서 밀리며 패했던 실례가 있다. 아마 안 선수 본인이 더 잘 기억하리라.) 부디 풋워크와 공격력에서 왕즈이와 천위페이보다 월등하게 우위에 있다는 걸 명심하고,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오늘 야마구치가 그랬던 것처럼 빠른 속도전으로 가져가길 바란다. 자신의 장점을 버리고, 굳이 상대가 원하는 전술에 맞춰주며 힘들게 경기 운영을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야마구치로서는 어제 푸싸를라와의 혈투로 인한 피로 누적에 발목이 잡혔다고 보여진다. 만일 어제의 대전 상대가 서로 맞바뀌어 안세영이 푸싸를라를 상대한 뒤였다면, 오늘의 승자는 야마구치가 되었을 가능성은 다분했다. 그만큼 이런 큰 대회에서는 대진운도 따라야 하는 법이다.
문제는 내일이다. 야마구치는 오늘 대(對) 안세영 전(戰) 7연패 사슬을 끊기 위해 마치 내일이 없는 것처럼 뛰었지만, 내일 왕즈이를 상대로 단체전 결승 첫 경기를 치러야 한다. 체력적으로 쌩쌩한 푸싸를라에 이어 압도적 여왕 안세영과 이틀 연속으로 풀게임 접전을 벌였으니 지금 야마구치가 느낄 피로도는 왕즈이가 느낄 그것보다 극심할 것이다. 그러나 왕즈이의 오른쪽 허벅지 상태도 상당히 안 좋은 만큼, 신체적 핸디캡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기에 내일 경기의 승자를 섣불리 예측하진 않겠다. 누가 이기든 1시간이 넘는 풀게임 대혈전을 벌이며 두 사람 모두 더 심각한 신체적 데미지를 입은 채 개인전에 돌입하게만 된다면, 안세영 입장에선 최고의 어부지리를 얻는 셈이다.(미야자키 토모카 역시 천위페이에게 승리하거나 풀게임 접전을 벌여준다면 더욱 고마운 일이고...... 일본이 이렇게만 해준다면 필자는 내일 기꺼이 일본을 응원할 것이다.)
단체전 2연패에 진심이었던 안세영인 만큼, 아마 오늘 결과가 실망스럽고 속이 쓰릴 것이다. 그러나 안세영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세계 랭킹에 있어선 일본이 전체적으로 우리보다 한 수 위였고(이소희·백하나 조가 패배한 순간 이미 승부는 결정난 것이었다), 충분히 벌어질 수 있었던 패배일 뿐이다. 그래도 귀중한 동메달을 땄으니 선수들의 노력이 아예 물거품이 된 것은 아닌 점에서 위안을 얻길 바란다. 아쉬운 마음을 빨리 털어내고, 이제는 모든 정신을 개인전 2연패에 집중해야 할 때다.
지금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안세영의 개인전 2연패에 위협이 될 왕즈이, 야마구치, 천위페이 모두 최상의 컨디션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셔틀콕의 신은 안세영의 개인전 2연패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안배를 다 해주었고, 이제 모든 것은 안세영이 하기 나름이다. 신중하면서도 과감하게,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트리플 그랜드슬램을 향한 반환점을 성공적으로 돌아주길 기원한다.(우리가 사는 우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 즉, 우리의 운명은 우주의 탄생 시점부터 이미 모두 정해져 있다. 단지 우리가 미래를 미리 알 수는 없을 뿐이고...... 그러니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면 어떤 결과든 후회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승패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은 가질 필요가 없으며, 운명이 이끄는 대로 대회를 즐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