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문자라, 배우기는 엄청 쉽지만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한글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내용이다. 한글의 애초 이름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개리 레드야드(Gari K. Ledyard)라는 한글에 정통한 미국 학자는 이를 'The Correct Sounds for the Instruction of the People'로 번역하여 훈민정음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1966년의 일이다.
10월 9일 한글날의 기원
훈민정음은 세종 25년인 1443년 음력 12월에 만들어졌다. 세종은 훈민정음을 만든 뒤 믿을 만한 학자들에게 글자를 만든 원리와 사용법 등에 대한 상세한 해설서를 펴내게 했다.
이 책자가 바로 문자의 이름과 같은「훈민정음」이다. 이 책자는 우리나라 국보 제 70호인 동시에, 1997년에 유네스코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한 세계적인 보물이다.
「훈민정음」은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 상순에 편찬되었는데, 음력 9월 상순을 양력으로 환산한 것이 10월 9일이다. 한글날은 이런 사연을 안고 탄생한 기념일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 '한글'
그러면 이런 한글을 세계의 석학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칭찬을 우리나라 학자들의 자화자찬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의 학자들뿐만 아니라, 서양의 저명한 학자들 역시 한글의 뛰어남을 칭찬하는 데 결코 인색하지 않았다. 그것도 약 200년 전부터 이런 평가를 해 왔다고 하면 많은 한국인들은 눈과 귀를 의심할 것이다. 이제 서양의 석학들이 한글을 평가한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동양학 붐을 일으킨 학자는 아벨-레뮈자(Abel-R�musat)로 알려져 있다. 그는 1820년에 발간한 "한글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진 문자라, 배우기는 엄청 쉽지만 그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한글의 특성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 내용이다. 한글의 애초 이름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이었다.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이다. 그래서 개리 레드야드(Gari K. Ledyard)라는 한글에 정통한 미국 학자는 이를 'The Correct Sounds for the Instruction of the People'로 번역하여 훈민정음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1966년의 일이다.
「타르타르 여러 언어 연구」라는 책의 부록에서 한글(당시 표현 '언문')을 진정한 알파벳(자모문자)의 하나라고 언급하였다.
서양에서 한글을 언급한 이야기는 이보다 이전에 몇 더 있었으나 과학적 견지에서 한글을 탐구한 최초의 사람은 바로 아벨-레뮈자였던 것이다.
이후 많은 학자들이 한글의 우수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들의 다수는 당시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른 채 한글의 뛰어남을 언급하였으니, 문화의 위대함에 새삼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필자는 숱한 학자들 가운데 특히 맥콜리(J. D. McCawley)교수의 일화를 잊을 수 없다. 시카고대학의 저명한 언어학자였던 그는 1960년대 중반 무렵에 한글의 우수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논문 등으로 널리 알리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한글과 관련된 그의 행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한글날에는 강의마저 물리고 학생들과 교수들을 자기 아파트로 불러 한국 음식을 먹으며 한글날을 기념했던 것이다. 그런 세월이 무려 20여 년이었다. 무엇이 이 백인 학자를 이렇게까지 만들었다 생각하는가? 이제는 고인이 된 그분의 명복을 빈다.
한글, '자질문자'로 주목
1980년대 중반부터 한글은 새로운 평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알파벳이라는 그동안의 찬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차원인 '자질문자(featural writing)'라는 찬사를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ㄱ→ㅋ, ㄷ→ㅌ, ㅂ→ㅍ, ㅈ→ㅊ'과 같이 선을 더하면 예사소리가 거센소리가 된다든가, 'ㄲ, ㄸ, ㅃ,ㅆ, ㅉ'과 같이 글자를 겹치면 예사소리가 된소리가 된다든가,'ㅏ→ㅑ, ㅓ→ㅕ, ㅗ→ㅛ, ㅜ→ㅠ'와 같이 획을 더하면 단모음이 이중모음이 되는 등의 절차가 체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자질문자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자질문자라는 용어를 세계적으로 퍼뜨린 학자는 영국 서섹스대학의 샘슨(G. Sampson) 교수다. 그는 우리나라에 와서 세종대왕 동상 앞에 엎드려 큰절을 하며 세종의 업적에 경의를 표한 사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계의 저명한 많은 학자들이 한글의 자질문자설에 동의하고 있다. 자질문자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필자는 '왜 우리나라 학자들은 우리가 만든 문자에 이런 표현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나 자신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중국의 정치가 위안스카이(袁世凱)가 한때 한자(漢字)를 버리고 중국어를 한글로 표기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밖에도 여러 나라, 여러 민족이 자기들의 언어를 적는 문자로 한글이 가장 적합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요즘이다.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문화유산! 그것은 바로 한글이 아닐까.
김정대(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