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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중루의 화천 해산(日山)과 비수구미계곡 산행기
"바람부는 저 들길 끝에는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삼포로 가는 길' 노랫말이다. 해산 가는 길
에 삼포로 간다. 산과 강 바다가 있는 남해의 삼포가 아닌, 산.강.호수가 한 데 잘 어우러진 화천의 삼포로, 먼 길로 돌아
간다. 춘천의 소양강을 지나고, 용화산을 관통하는 407번 지방도로를 따라 부다리터널을 지나, 화천읍 거례리수목공원에
이르니 붕어섬 띄운 북한강이 늦은 아침에 연무 날리며 평화롭다.화천대교를 건너며 검푸른 강심에 마음을 적시고, 적근
지맥 끝자락의 산수화터널을 지나, 풍산마을에서 다시 파로호를 담으러 460번 도로를 탄다. 화천에서 평화의 댐으로 가
는 유일한 육로인 이 도로는 해산령을 지나간다. 해산 자락의 가파른 굽잇길 돌고 돌아 올라서 700m 고지에 있는 터널을
빠져 나가면 곧바로 해산령이다. 직선으로 뚫은 해산터널은 입구에 들어서면 반대쪽 출구가 하얀 점으로 보인다. 평화의
댐 준공에 맞춰 1986년에 건설된 터널은 길이가 1,986m다 . 댐 준공 연도를 상징하는 숫자라 할 수 있다. 아침 10시의 해
산령이 갑짜기 사람들로 분주해진다.
해산은 강원도 중부 내륙 휴전선에 인접한 전방의 적근산 백암산과 같은 줄기에 있는 산이다. 표기는'일산(日山)'으로 하
지만, 읽고 부르기는 '해산'이라 한다. 화천읍에서 아침 해를 가장 먼저 받는 산이며, 그 유명한 '비수구미계곡'을 품은 산
이다. 파로호가 숨겨둔 비밀의 계곡 마을인 비수구미는 평화의 댐과 연계해 오늘날 유명한 관광지가 된 곳이다. 해산령
옆 안골에 있는 한 폭의 그림같은 산장인 '해산령 쉼터' 앞에서 해산골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해산골은 해산과 재
안산을 경계하는 골짜기다. 300여 미터 고도차의 해산골 가파른 능선을 올라 가는데 잔뜩 흐린 여름날의 비 오기 직전의
후텁지근함이 연신 이마의 땀을 훔치게 하니 입안에서 단내가 난다. 그렇게 1시간, 높이1,000여 미터의 해산단맥 주능선
에 올라서니 기어이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가뭄 속에 내리는 단비지만, 애써 찾은 해산에서의 주변 조망을 재대로
할 수 없게되어 아쉽다.
해산은 해산단맥(日山短脈)의 주산이다. 적근지맥에서 분기한 단맥이 한묵령을 건너와 적설봉 옆에 재안산을 솟구치고,
남쪽으로 내려서면서 능선따라 해산 연봉들을 일으킨다. 높이1,194m인 해산 장군봉을 비롯해 해산 6.5.4.3.2.1봉이 그들
이다. 높이1,110m인 해산 제1봉은 높이는 상장봉에 미치지 못하지만, 해산의 주봉(主峰)으로서 인근의 2.3.4.5.6 다섯 봉
을 당당히 거느린 모양을 취한다. 해산단맥은 이곳 주봉에서 남쪽으로 곧장 달려 두류봉으로 내려서며 북한강에 연해 그
맥을 다하지만, 해산은 다시 주봉에서 동쪽 사면으로 또 다른 능선을 늘어뜨리며, 건너편 재안산 남사면과의 사이에 아
흔아홉 굽이 계곡인 비수구미계곡을 품는다.
해산 능선 헬기장에 올라서 뒤돌아 동북쪽을 본다.적설봉과 재안산이 지척에서 반기고, 멀리 양구 백석산은 연무 속에서
가물거린다. 서북쪽 건너편엔 적갑지맥 마루금이 또한 수리봉을 넘어 적갑산을 향해 아슴거리며 달려간다. 천연림 우거
진 능선에는 이따끔씩 깊은 계곡에서나 흔한 양치식물인 관중고사리가 군락을 이루었고, 카펫을 깐듯한 민능선 사초밭
을 지나가니 이번엔 도깨비부채가 넓게 군락을 이루고 긴 꽃대마다 하얀 솜꽃을 피웠다. 섬뜩한 그 이름과는 달리 꽃모
양은 총상꽃차례로 모듬 피어 예쁘다. 1,194m 해산 최고봉에 오른다. 간간이 내리던 이슬비가 멎고 연무는 더욱 옅어진
다. 흐려 아쉽기는 해도 그나마 기대하던 풍경은 담을 수 있어 다행이다. 소양강과 북한강이 지나는 춘천이'호반의 도시'
라면 북한강과 파로호가 펼치는 화천은 '물의 나라' 다. 산. 강. 호수가 잘도 어우려져 멋진 비주얼을 펼친다. 장관이다.
마치 남도의 다도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정의 바위에 걸텨 앉아 그 넉넉하고 평화로운 모습을 쫓다보니, 산행길 바삐
뛰던 심장의 고동이 이내 잦아든다.
해산 6봉 5.4.3.2봉을 거쳐 주봉에 오른다. 아무도 없는 주봉 정상석 옆에 초롱꽃 한 송이가 피어 있다. 자세히 보니 아
름답다. 하얀 꽃 피운 채 다소곳한 그 모습이 마치 나를 기다리기라도 한듯하다. 얼른 무릎 꿇고 담아본다. 인증샷을 남
기지 못한 아쉬움을 그렇게 털어낸다. 주봉에서 해산단맥 마루금 길을 버리고. 동사면 능선으로 틀어 그 유명한 비수구
미를 향해 내려선다. 꿩고비 큰앵초 우산나물 군락지가 저마다 지천에 늘렸다. 골바람 살가운 조붓한 능선을 타고 깊은
개울로 내려서는데 계곡이 소란해진다. 조용해 한갓지던 능선과 달리, 지절대는 개울 물소리에 산새들 우짓고, 철 앞서
일찍 우화를 마쳤는지 봄매미들이 주거니 받거니 울어 댄다.
화천군의 해산(日山) 산행은 유명한 비수구미와 파로호 호안 트레킹을 덤으로 할 수 있어서 여느 산행지 보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비수구미계곡으로 내려서서 굽잇길 트레일에 접어든다. 인구에 회자된 유명세 만큼이나 아름다운 계
곡은 물 또한 맑다. 8km 비수구미계곡 트레일 양지쪽 길섶에는 큰까치수영. 털중나리. 물레나물들이 피어나 벌써 꽃길
을 만들어 놓았다. 이 굽 저 굽이길 돌아가기를 수 십여에, 어느 순간 눈에 익은 말뚝 표지판이 나온다. '산장 팬션' 이다.
드디어 비수구미 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산장 앞 개울바닥 드러누운듯 넓다란 느럭바위에, 그 암반타고 옅게 흐르는 물
살이 비수구미에 왔으니 이마 한 번 적셔보라 유혹한다. 해산 산행길에 덤으로 얻는 비수구미 관광이 긴 산행길 노독을
일순 싹 가시게 한다. 딱 세 집 있는 산촌마을 개울가 마당에, 해묵은 된장.고추장 항아리 켜켜이 줄세워져 있는 집이 고
즈녁하다. 이 마을 이장댁이다. 넉넉한 인심이 배어있는 이 집 산채비밥은 그 맛이 일품이다. 시장기도 한 몫 거들었겠
지만 -.
▼ 해산령(日山嶺)과 해산터널(길이 1,986m) 입구
▼ 해산령 쉼터와 해산골 산행 들머리
-해산령-해산골-안부-전망대봉-해산-해산6,5,4,3,2봉-해산(주봉)-비수구미계곡-비수구미-
◀ 적근지맥(赤根枝脈) ▶
한북정맥 말고개 북쪽 3.8km 지점에서 분기하여 남동진 하며 적근산, 주파령, 1057봉, 수리봉, 상덕봉을
거쳐 화천천이 북한강에 합류하는 지점에 이르는 약 35km의 지맥을 일컷는다. 한편 적근지맥 1057봉 아
래에서 다시 또 한 갈래의 맥이 뻗어나와 한묵령을 건너 재안산 해산을 거쳐 화천읍 두류봉으로 이어지는
. 데 이 능선이 바로 일산단맥이라 하며 그 주산이 바로 해산 연봉이다.
▼ 해산터널 위 높이 964,5m의 해산고개 / 해산과 재안산 갈림길 삼거리
▼ 해산 주능선 헬기장 / 뒤에 보이는 봉이 해산 최고봉인 장군봉(1,194m)
▼ 해산 주능선 헬기장에서 바라본 서쪽 적근지맥과 수리봉.
▼ 해산 주능선 헬기장에서 바라본 적설봉(좌)과 재안산
▼ 해산 주능선 헬기장에서 바라본 동북쪽 백석산
▼ 해산 능선의 사초밭.
▼ 해산 장군봉으로 가는 능선 풍경
▼ 도깨비부채 군락지
▼ 해산 정상 장군봉 표지목
▼ 해산 정상에서 바라본 화천읍 파로호 - 1
▼ 해산 정상에서 바라본 화천읍 파로호 - 2
▼ 해산 정상 풍경
▼ 해산 정상에서 해산 6봉으로 나가는 능선 풍경
▼ 해산능선 해산 6봉
▼ 해산 6봉 정상 풍경
▼ 해산 3봉
▼ 해산 3봉에서 바라본 화천 파로호
▼ 해산 2봉
▼ 해산 제1봉 격인 높이 1,100m인 주봉
▼ 주봉 갈림길 / 좌측은 해산 동릉, 우측은 해산단맥 종줏길
▼ 해산 주봉 동능에서 바라본 해산 주능선과 해산 2봉
▼ 해산 동릉 풍경
▼ 해산 주봉 동릉(비수구미 쪽) 풍경 / 괴목. 암릉. 큰앵초 군락. 꿩고비 군락
▼ 해산 동릉에서 비수구비계곡에 이르기까지의 깊은 골짜기의 '이끼도랑'
- 이곳은 원시자연 숲이 우거져 햇살을 거의 받을 수 없는 개울이라 여러 종의 이끼가 바위에 밀생한다. -
▼ 해산 동릉 골짜기를 나와 '비수구미계곡' 트레일과 만나는 지점
▼ 비수구미계곡 길섶의 큰까치수영과 털중나리
▼ 비수구미계곡 풍경
▼ 비수구미 마을 산장
▼ 비수구미계곡 암반 하상
▼ 비수구미 마을과 장윤일 이장댁
◀ 비수구미(秘水九美) ▶
화천읍 동촌리에 있는 비수구미는 파로호가 숨겨 놓은 북한강변 오지 마을로, 독특한 마을이름의 유래는
한자이름에서 보듯 신비로운 물길이 만들어 낸 아홉 가지 아름다움이 있다는 설(說)과 마을 앞 개울 가 암
벽에 조선시대 왕실에서 이 지역의 소나무를 무단으로 벌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소고미금산동표(非所
古未禁山東標)라는 일종의 '황장금표(黃腸禁標)를 새긴 데서 유래한 이름이라는 설이 있다.
▼ 비수구미 마을 이장댁(이장 부자)에서의 기념사진과 산채비빔밥
▼ 비수구미 현수교와 '비소고미금산동표' 암각 바위
▼ 비소구미 마을 동구 밖 북한강변과 마을 선착장
▼ 북한강 파로호
▼ 옛 수동분교(에코스쿨)와 비수구미 마을로 들어가는 산길,
▼ 비수구미 입구 북한강변의 전호 군락 / 마치 일부러 심은 듯하다.
▼ 비수구미로 들어가는 차량 통행제한 게이트/ 이곳을 나오며 산행을 마친다.
◀ 해산 주능선 야생화 ▶
- 금마타리, 하늘말나리, 감자란, 여로, 원추리, 선밀나물, 밀나물, 꿩의다리, 동자꽃, 종덩굴 -
- 도깨비부채, 해산 정상에 핀 '초롱꽃' , 기린초, 민백이 -
- 인동초, 잔대 , 삽주, 수리취, 솜분취, 우산나물, 꿀풀, 나비나물, 물레나물, 산목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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