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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섭 선생님과 필내음문학동인회 -"필내음문학동인회” 43년을 추억하며 송 세 헌(4회 졸업. 옥천중앙의원장)
충남대학교 의과대학 내 문학 클럽인 필내음문학동인회가 창립된 지 올해로 43년이 되었다. 그 동안 필내음문학동인회는 송세헌(4회), 조석현(5회), 주영만( 회), 김승기 ( 회), 박권수( 회), 권주원( 회), 김호준( 회) 등 명의 시인을 배출하였으며 김욱중( 회), 김대겸( 회) 등 2명의 수필가를 배출하였다. 현재 개업한 곳을 연고로 전국적으로 ( )명의 회원들이 분포하고 있으며, 현재도 매월 2째주 월요일 7시 30분에 대전에서 합평회를 꾸준히 하고 있다. 현재 의과대학 내에서 그 명맥이 끊어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Ars longa, vita brevis)라는 명제를 안고 의료인으로서의 예술적 소양을 고양하여, 히포크라테스의 선서와 같은 덕목으로 복무하기 위해 창립한 문학동호회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의사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독수리 같은 눈과 사자와 같은 심장과 예술가 같은 손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필내음문학동인회는 재학 당시 어려운 학점과의 전쟁 속에서도 다수의 문학의 밤과 시화전과 시집을 발간하며 시와 수필로 청춘을 발화, 승화시켜 의대생들에게 예술적 자장을 미쳐왔다고 자부한다. 전국 어느 의과대학 내에서도 이런 문학클럽이 없다고 하니 또 자랑스럽다. 현재 6명의 동인들이 한국의사시인회에 등록되어 있으며 해마다 공동 시집을 발간하고 있다. 지금도 어려운 의료환경 속에서도 가슴에 숯처럼 남은 기억과 감성에 이성의 불을 붙이며 시혼의 광맥을 찾아 의학의 예술로의 승화를 꿈꾸고 있는 의사들의 모임인 것이다. 올 가을에도 권주원 원장이 시인으로 등단하였고 박권수 원장님이 시집 "엉겅퀴 마을"을 발간하였다.
가을이 되면 기억을 되돌아 보는 법인가. 손기섭 선생님께서는 "혹"이라는 시를 발효하신 적이 있다.
혹
손기섭
언제부턴가 내 등에 점점 커가는 콩알만 한 혹 하나가 생겼는데 손에 닿지 않아 만질 수도 없고 거울로 비쳐봐도 잘 보이지도 않고 가끔 가려운 듯하면서 신경을 긁는다 손수 칼 잡을 때 같으면 친구 이리 와 그까짓 것 문제없어 하고 손쉽게 떼어내 줄 것 같은 것이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렇게 해줄 만한 친구 하나 없다 나온지 오래 됐어도 근무했던 병원에 가면 마음 써줄 후배나 제자도 있겠지만 그 까다로운 수속이며 절차며 어쩔 수 없이 번호가 되어 기다려야 하고 그 밖의 처지들을 생각하니 눈물이 난다 번지도 잘 모르는 곳에서 눈물이 난다 "神의 칼"이라는 이름으로 충남대학교 외과과장이시며 의과대학장과 대학병원 원장을 역임한 분이 이런 시를 쓰시다니! 불현듯 노후에 다가올 우리 앞날의 모습이기도 하지 않는가! 필내음문학회 합평회의 날, 이 시를 소개하고 회원들이 상의하여 수술해드리기로 하고 전화 드렸더니 "그 시는 전에 써놓았던거야. 지금은 괜찮아. 전화도 해주고 고맙네."하시는 것이었다. 너무 반갑다며 전화를 이어가시니 다시 목이 울컥했었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어 필내음문학동인회 창립 43주년 기념으로 선생님을 모시고 추억의 합평회를 하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본과 1학년 때인 1973년, 손기섭 선생님을 지도교수로 필내음문학동인회를 창립하였었다. 그 문학회를 자랑스런 후배들이 이어 받아 어느 덧 불혹의 창립일을 넘긴 것이다. 올해 추워지기 전에 옛 지도교수님들을 모시고 지난 날을 회고해보자는 회원들의 의견에 따라2016년 9월 9일 회고 합평회를 하었다. <송은애 시인, 김욱중 원장,이정구 원장, 박권수 원장, 윤은경 시인, 김기범 원장, 김호준 논산보건소 근무, 나와 오세영 선생님, 손기섭 선생님, 권주원 원장>
손기섭 지도교수님(88세, 시인, 충남대학교 부속병원 외과과장 역임, 충남대 대학병원 병원장 역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장 역임)과 오세영 시인님(74세, 시인, 서울대 국문과 졸업, 서울대 국문과교수 역임, 한국시인협회장 역임)을 대전시 만년동에 있는 중국집 리홍으로 모셨다. 대전 괴정동에 거주하시는 손기섭 선생님은 야간 거동이 불편하여 김욱중 원장이, 서울에서 ktx로 오시는 오세영 선생님은 윤은경 시인이 모셨다.
두 분다 필내음시집 출판기념회 이후 4년만의 해후인 것이다. 회원들이 인사를 드리고 선생님들의 약력을 소개하고 옛날을 회상하시는 말씀을 들었다. 당시의 의과대학 분위기와 발전 과정과 대전 문인들과의 교류와 대학이 시국 문제에 얽힌 애기까지 많은 말씀을 들었다. 야간 출입이 어려우신 손기섭 선생님께서는 약간 노쇠한 모습이었으나 문학을 얘기하실 때는 눈빛이 형형하셨고, 목소리가 굵어지셨다. 나이 먹으며 시를 더욱 생각하게 된다고 하시며, 시가 삶을 지탱해준다시며 회억에 잠기신다. 오세영 선생님은 당시 충남대 국문과에 근무하시고 계셨기 때문에 지도교수로 모실 수 있었으니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추운 겨울 연탄불 위에 동태찌게를 올려 놓고 막걸리를 따르며 경쾌하고 단호하게 현대문명을 비판하고 시의 위의를 설파하시던 청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필내음문학동인회의 필내음의 이름이 참 좋습니다. 난 지금도 연필로 시를 쓰는데 그 연필의 내음...지울 수도 있는....." 선생님께서는 혈연의 덕은 없으나 스승과 동지의 덕이 많다며 생을 반추하시던 중에 두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고 말씀이 떨렸다. 지난 달 34번째 시집을 놀라운 집필력이시다. 유렵 여행 다녀오신지 7일째이고, 3일 후면 남미로 떠날 계획이신데도 찾아주시니 여간 감사한 일이 아니다. 우리가 스승복이 많은 것이다! 시를 안 썼더라면 은퇴 후에 할 일이 없었을 것이라면서 은퇴 후에 할 일이 더 많아 생각할게 더 많아지셨다고 하신다. 시혼의 불은 꺼지지 않는 것이다. 특히 두 분은 대전에서 문학의 길을 같이 걸으시며 상부상조하셔서 매우 친한 문우이셔서 서로 안부를 묻고 인사할 때는 형제분 같으셨다. <권주원 회장, 손기섭 선생님, 오세영 선생님, 나 >
두 분의 문운과 건강을 빌며 우리 필내음 문학동인회 회원들도 두 분 스승 시인님들의 기운생동하는 시혼을 물려 받기를 빌어본다.
덧붙인다면 앞으로 이런 좋은 전통을 잇는 문학회가 충남대 의과대학내에 만들어져 그 맥을 이어가기 바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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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회장님, 총무님 ( )를 채워주세요.
이 원고는 김대겸 총무님께 발송, 동창회지에 실을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원장님
귀한 글...잘 싣겠습니다.
참 좋은 자료들이 남았네요...가을이 무르 익었습니다
김승기: 12회 권주원 : 13회 주영만선배님: 8회 박권수: 17회 김호준: ? 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