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가 좋은 이유?]
그 때 였었지!
누구랑 갔더라?
여긴 어디?
시나브로 시들어 가는 기억속에 또렷하게 남은 흔적은 오직 사진 뿐!
필름 사진기가 만연된 시기에는 필름값 아끼려고 한장의 사진을 찍더라도 EPL 손흥민식 사진 프레임을 머릿속에 미리 짜보고
그 안에 가상의 피사체를 가두고 뇌에서 O.K 싸인이 나면 비로소 셔터라는 결제가 눌려졌다.
그렇게 한장씩 담은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고 며칠 지나 찾으러 가는 발걸음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만면엔 미소를 머금었었다.
이윽고, 현상소에서 찾은 사진들에 지문이라도 묻을까봐 예리한 끝날을 쥐고 분석에 들어간다.
해상도, 채도, 명도, 구도...
즉석에서 과감하게 찢겨지는 사진이 있는가 하면, 어느 한두장엔 확대하여 액자속에 담는 특혜도 주었다.
그런데...
디지털 혹은 휴대폰 카메라가 인구에 비례해진 이 즈음엔 순간포착은 물론이요, 연속 촬영과 3D도 주저 없으며, 저장공간의 제약만 없다면 동영상도 무시로 찍어대는 시대가 됐다.
그리고는 즉석 편집을 통해 SNS로 퍼 나르고 일정 시간 지나면 새로운 일상에 밀려 기억속에서 포멧!
그러다가 순간 잘못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디지털의 명암!
지리산 자락으로 삶터로 옮긴 표정이 아주 근화한 형이 오래전에 사준 외장 하드가 우연히 눈에 띄어 그 안의 내용물이 무척 궁금했지만 컴과 연결하는 젠더가 없어져 오랫동안 꿀먹은 벙어리 신세였었다.
그런데 이 새벽에 그 젠더를 발견했다.
곧바로 놋북에 연결하니 아스라이 사라졌던 추억의 때와 장소와 사람들이 펼쳐진다.
표정이 근화한 형이 보내준 귀중한 음악과 영상자료는 물론 가족사진들이...
특히 솜털같은 어린 자녀들의 성장기가 그 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이어지고 나는 파노라마를 돌려보며 스토리를 기억해 냈다.
디지털은 관리 부주의로 인해 전무(全無)해질 수 있으나 아날로그는 어떤 형태로든 현상소를 거쳐 사진이라는 최종적 산물로 남는다. 노출된 시간속에 광해(光害)에 의해 색이 조금씩 퇴색될 뿐 추억과 인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래서 나는 아날로그가 더 좋다."
(※ 아래 사진은 카우보이의 몇년전 모습일까?)
☆ 도시의 카우보이 박상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