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부터 러시아 방문이 한결 수월해진다. 러시아가 인천~모스크바 국제선 정기운항을 주 1회 허용하고, 입국 금지 조치도 해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COVID 19) 사태 이전처럼 (내가) 원할 때 마음대로 가고 오지는 못할 게 분명하다. 원하는 러시아 여행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20일 한국을 비롯해 CIS국가인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4개국과 정기 항공편의 운항 재개및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4개국 국민과 거주 허가를 받은 사람들은 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입국할 수 있으며 러시아인도 해당 국가로 출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서상으로는 (4개국 국민에 한해) 지난 3월 말에 내려진 입국금지 조치가 해제됐다. 그러나 출입국 실무에 들어가면 비교적 까다로운 입국 절차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신종 코로나 사태 이전에 러시아를 마음대로 가고 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양국간의 '무비자 협정' 때문이다. 관광객이든 비즈니스맨이든 가리지 않고, 단기 방문자들에게는 서로 비자 없이 '입국 도장'을 꽝 찍어주던 그 실무적 절차가 지난 4월 잠정 중단된 이후 아직 풀리지 않았다. 주한 러시아대사(영사)관에서 러시아 방문 목적을 설명하고 비자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한러 '무비자 협정'이 발효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앞으로 실무적인 영사 협의가 앞으로 더 필요한 부분으로 생각된다.
러시아 국적항공사 아에로플로트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주 1회 운항을 계속할 것이지만, 대한항공이 언제부터 모스크바 취항을 시작할지 불투명하다. 인천~모스크바 노선의 여객 수요가 그 시기를 결정하지 않을까 싶다.
아에로플로트 항공 홈페이지에서 모스크바행 예약 여부를 검색하면, 10월 3일부터 가능하다. 3일엔 84만원(편도), 10일엔 70만8천원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유로운 방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든, 러시아든 상대국의 신종 코로나 방역 상황에 따라 국가별 개방 정도가 달라 일률적으로, 또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무척 어렵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는 상대국의 방역 안전 기준에 따라 국경을 개방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2주일 간의 신규 확진자 수다. 인구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가 40명을 넘지 말아야 한다. 또 2주일 내에 신규 확진자가 1% 이상 증가하지 말아야 한다.
이 기준에 충족하면 일단 국경을 개방하기로 했지만, 이후 진전 상황은 국가별로 또 달랐다.
러시아는 지난 8월 1일 처음으로 영국과 터키, 탄자니아에 국경을 개방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러시아측이 적극적으로 개방에 나선 경우다. 영국은 유럽연합(EU)의 화이트리스트(입국 가능 국가 리스트)에 포함되지 못해 유럽으로 가는 길을 튼 셈이고, 뒤이어 스위스와 항공편 운항이 재개됐으나 단체 관광객을 제외하고 출입국은 엄격히 제한됐다. 그리스와도 휴가 성수기에 단기간, 출입국 인원마저 제한된 상태에서 국경이 개방됐다.
9월 초에 재개된 이집트, UAE, 몰디브 역시 관광지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11개국과 국경을 개방, 혹은 개방하기로 했다. 그중에서 러시아인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아닌 곳은 한국과 CIS권 국가다.
우리에게는 양국간 국경개방으로 과학기술및 경제 등 많은 분야에서 협력의 길이 조만간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도 안겨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미 한러수교 30주년을 맞아 기획한 수많은 기념사업이, 양국간 방문이 제한되면서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오는 11월 카자흐스탄에서 발사하기로 한 국내 최초의 '차세대 중형위성 1호' 발사도 미뤄질 판이다. 조립된 위성과 발사체가 제대로 결합·분리되는 지 여부를 검증할 러시아 연구진이 입국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500㎏급 위성에 50㎝ 해상도의 관측장비를 탑재해 농림·산림관측, 수자원·재난재해 등 공공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이라도 서두른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