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os 외 3편
소은옥
둥글게 둥글게 원뿔이 굴러간다
하지만
변방은 서두르지 않는다
카오스의 합창 소리
강약 약 강
혼돈의 강가
천천히 뿌리를 적시고
뼈를 만들어 구조물을 걸어 올린다
의문 부호는 생성을 거부하고
커서 위엔 스펫이 걸려든다
우르르 쏟아지는 상생 부호
오늘은 활강〳
내일은 하강〽
행이 행간을 지우고 날개를 다는데
그렇다면
생존에 도움이 될까요?
한 번도 빌드 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보호막 급진적 옵션
새로운 버전의 야수파
능력치 500⟰
해괴한 뉴스가 한 꼭지를 장식하면
커서는 구멍을 크게 벌린다
시작도 혼돈
지금도 혼돈
저울질하던 카오스 급하게 행을 바꾼다
만약에
만약에 신이 온다면 빛으로는 오지 않을 것이다. 어둠 속으로 스며드는 그림자처럼, 누구도 환호하지 않고, 누구도 알아채지 못하게, 발밑에 조용히 깔려있는 길처럼 올 것이다.
늦은 밤 강가를 걷다 보면, 물결 위로 부서지는 달빛. 금세 사라지지만 흐름은 여전히 이어진다.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신을 본다. 붙잡지 않아도 되고, 흘러가는 것에 몸을 맡겨도 괜찮다는 안도감. 신은 사라지는 빛이 아니라 남아 있는 어둠 속에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바람이 뺨을 스칠 때, 낙엽이 길 위에 쌓일 때, 첫눈이 내릴 때를 생각한다. 그것은 사라짐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예고하는 약속이다. 모든 불빛이 꺼진 뒤에도 남은 재는 따뜻함을 기억하듯, 신은 언제나 작고, 낮게 그리고 조용하게 온다.
발밑에 깔린 꽃잎처럼, 투명한 바람의 손길처럼, 돌의 묵묵한 무게처럼, 멀리서 들려오는 묵직한 위로처럼.
어머니의 밭
묵정밭에 봄꽃이 핀다
얼마를 묵혀뒀는지
이름 모를 들꽃이 다복 다보록하다
민들레 홀씨가 나부끼는가 했더니
어느새
애기똥풀이 가득하다
뿌연 쌀뜨물 같은 개망초도 피어난다
묵정밭은 어느새 환해지고
멀리서 들려오는 뜸 북이 소리 선연하다
뜸 북이 소리 들려오는 초여름이면
콩 참깨 들깨 고추 대파들이
어머니의 발목을 질기게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어둠이 으슥하게 내릴 때까지
쉬지 않고 들려오는 호미질 소리에
개망초 꽃 따지 지칭개의 어린순들은
맘 편히 새순을 올릴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오늘도 묵정밭에 계신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묵정밭을 떠나지 못한다
하루 종일
달그락달그락 호미질 소리
볕 좋은 날이면
어머니의 풀 메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온다
소은옥
전주기전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 문창과 졸업
춘향문학 편집장
전북작가회의
2022 전라매일 《신춘문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