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정치정세와 노동자 민중의 과제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2023년은 민생경제 위기와 한반도평화 위기의 최고점에서 친미친일수구보수세력과 자주민생민주평화세력 사이의 정치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의 연장전이자 내년 총선의 전초전 성격을 갖는 치열한 싸움이다. 정부와 민중 사이, 여당과 야당들 사이, 여야 내부 계파 간의 대립이 그 어느 때보다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생경제를 악화시키고 전쟁 위협을 부추기며 검찰 독재를 자행하는 윤석열 정권과 이에 맞서 민생-평화-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노동자 민중의 광장 대결이 고조되고 여당과 야당 사이의 원내 쟁투도 치열할 것이다. 또 여야 내부에서 총선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도 심화할 것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석열의 임기 안정 기반 확보를 위한 친윤세력의 당권 장악-공천 물갈이 기도와 이에 맞선 비윤세력의 도전, 국회 다수당이자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윤석열 정권의 이재명 대표 비리 의혹 관련 기소와 재판 회부를 놓고 친명세력의 버티기와 비명세력의 대표 교체 추진이 그것이다. 노동운동-시민사회운동 세력들과 진보정당들도 민생-평화-민주 수호를 위한 반미 반일 반윤석열 공동투쟁을 전개하면서 내년 총선의 연대연합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의 민생 평화 민주 ‘참사’ 지속
윤석열 정권은 부자 감세, 부동산규제 해제, 금리 인상, 민생복지예산 감축 등의 반서민 정책에다가 ‘확전 각오’,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등 반북 동맹의 돌격대 역할로 민생경제 위기과 한반도평화 위기를 동시에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여기에 더해 이 땅의 민주주의까지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등을 동원하여 제1야당 대표와 이전 정권 핵심 인사들을 가혹하게 칼질하고 노동법 개악 기도와 노동조합 음해·탄압, 통일운동가 공안사건 조작, 비영리 민간단체 감사 등의 파쇼적 행태를 노골화하고 있다. 윤석열은 자신의 무능과 실정으로 악화되는 민생-평화 위기의 책임을 이전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운동에 덮어씌우고 있다. 비겁한 자기변명이자 내년 총선용이다.
이 같은 범야권 왜곡·탄압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의 국정 지지도는 올라가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10~12일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긍정 평가 35%, 부정 평가 57%로 지난 연말을 기점으로 꺾였으며 향후 마땅한 반전 카드나 상황도 없어 보인다. ‘경험·자질 부족과 무능함’(12%),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10%) ‘소통 미흡’(10%) ‘독단적·일방적’(9%) 등 부정 평가 이유가 개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긍정 평가 이유로 거론되는 ‘공정·정의·원칙’은 차별적 탄압으로, ‘국방·안보’(8%)는 평화위협으로, ‘노조 대응’(7%)은 노동자의 저항으로 점차 보다 많은 국민의 불신을 자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갈등과 균열 ; 당 대표, 친윤이냐 비윤이냐
정부 여당의 상황은 어떻게 전개될까? 먼저 1월 22일 설 전후로 예상되는 개각의 폭과 대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교체하여 10·29 이태원 참사로 인한 반정부 민심을 가라앉히려 할 것이다. 이 최소한의 조치마저 외면한다면 윤석열의 ‘독단·일방’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높여 국정 지지도의 추락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다음은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표 경선이다. 윤석열은 친윤 대표를 세워 총선 후보 공천 물갈이를 통해 임기 안정 기반을 구축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비윤의 선두주자인 나경원이 출마하거나 불출마하더라도 안철수 유승민 등 비윤 후보들이 결선에서 합종연횡하여 친윤 후보를 위협할 것이다. 물론 ‘살아있는 권력’이 지원하는 친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지만, 박빙 승부로 친윤 후보를 억지로 당선시키면, 윤석열은 체면을 구기고 불안감을 갖게 된다.
친윤 당 대표 체제는 국민의 힘 정당 지지도를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더욱 연동시킨다. 향후 윤석열 지지율 하락이 국민의힘 지지율의 동반 추락을 이끌어 내년 총선에 적잖은 장애를 조성할 것이다. 여기에 친윤 총선 후보 공천 강행으로 인한 잡음과 후유증까지 더해지면 윤석열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 내년 총선의 패배를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중의 촛불 투쟁과 야당들의 정치공세가 강화되고 여당 내부 비윤 세력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윤석열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다. 반대로 민중의 반윤 촛불이 확대 강화되지 않고 범야권이 분열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윤석열과 국힘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총선에서 제1당을 빼앗길 수 있다. 그 후 친미 친일 친재벌-반북 반중 반서민 정책 강행으로 민생 민주 평화의 위기는 더 악화될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비리 의혹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복합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할 2023년,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분열 갈등이 아니라 민생·평화·민주를 지키는 반윤석열 투쟁에서 통일 단결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돈을 받았다는 결정적 증거가 나온다면 민주당은 빠르게 재정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그러지 않는 한, 뚜렷한 지도력 대안도 없이 ‘이재명 물러나라’는 식의 계파 이익을 앞세운 주도권 쟁투는 호불호를 떠나 자제해야 한다. 윤석열 검찰 파쇼의 야권 분열 공작에 말려들어 제1야당이자 국회 다수당을 스스로 파괴하고 이 땅의 민생 민주 평화를 지키는 동력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비리 의혹의 늪에 빠져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측근 구속에 대해 ‘정치적 공동체’의 문제이지 본인의 부정 비리가 아니라며 정치보복의 논리를 펴고 있다. 사실 중남미의 사례에서 보듯이 합법적으로 당선된 민주진보 성향의 대통령을 아웃시키기 위해 비리 의혹을 과장 왜곡하고 수사-기소-재판-구속하는 정치 탄압은 친미수구보수세력의 상투적인 수법이다. ‘내로남불’ 같은 진영논리를 피하고 공명정대하게 사건-사태를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의혹만으로 보수 언론-SNS의 선동에 현혹되어서는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낳을 뿐이다. 윤석열 검찰 파쇼는 이재명 재판을 총선 때까지 끌고 가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에 불리한 상황이 조성될 경우, 이재명 총선 체제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다.
진보세력, 반윤 촛불과 정치세력화에 힘 합쳐야
이처럼 2023년 정치정세는 노동자 민중의 반윤 투쟁, 범야권의 단결과 연대, 집권 여당 내부의 균열, 윤석열의 국정 지지율에 달려있다. 제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야당들이 단결하고 연대하여 민생·평화·민주 수호를 위한 반윤석열 투쟁을 잘할수록, 또 집권 여당 내부의 균열과 잡음이 심할수록, 윤석열의 국정 지지율은 더 추락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경제위기 국면에서 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노동자 서민의 생존권과 경제의 자주화 민주화 요구를 올바로 대변하는 민생투쟁, 오는 3월과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야기하는 한반도 전쟁위기 국면에서 제 자주평화통일단체들이 광범하게 결집한 반미반전평화투쟁, 노동개악과 노동자-노조 억압, 비영리민간단체 감사, 공안사건 조작, 이전 정권 및 야당 탄압 등 윤석열 검찰 파쇼행위를 저지하는 제2 민주화투쟁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윤석열의 대노동 대북 강경책이 그의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경제위기와 평화위기가 결합된 지금의 복합위기 국면에서 일반 국민의 요구와 의식과 정서에 맞게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의 도덕적 정치사상적 전략전술적 우월성을 부단히 입증하는 세심한 고민과 실천이 요구된다. 이미 윤석열 검찰 파쇼와 조중동 등 수구보수언론은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를 공격하고 있다. 향후 대기업, 공기업 노조에서 빌미를 찾고 과장 왜곡하여 민주노총 흠집 내기-고립 탄압을 계속 획책할 것이다.
내년 총선대응, 진보선거연합당으로
올해 제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진보정당들은 반윤석열 공동투쟁을 기반으로 내년 총선 공동대응을 위한 진보선거연합정당 건설로 나아가야 한다. 진보 정치세력화 없는 반윤석열 투쟁은 대중적 진보역량을 유실하는 한계를 갖는다. 진보 정치세력화의 강화는 민생 민주 평화를 수호하는 반미 반윤 투쟁의 질을 높이고, 반미 반윤 투쟁은 진보 정치세력화의 대중적 토대를 확대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진보 정치세력화를 강화할 것인가? 노동자 농민, 시민이 앞장서고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등 기존 진보정당들과 윤석열 퇴진 촛불의 진보정치세력까지 합류하는 진보선거연합당을 건설하여 내년 총선에 공동대응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고 현실적이다.
기존 진보정당들을 유지한 상태에서 연합연방제 방식으로 건설하는 진보선거연합당은 최소 10~15% 지지를 확보하여 약 6~8석 이상의 비례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 기반이 튼튼한 지역구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하여 진보민주단일후보로서 국힘 후보를 꺾어 7석 이상의 지역구 국회의원을 낼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총선의 이런 성과에 기초하여 4년간 선거연합당 이름으로만 계속 출마한다면, 현행법 상 기존 진보정당들은 중앙선관위의 등록이 취소되고 진보연합당 안의 독자당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선거연합당이 진보연합당으로 발전하는 경로이다.
연합당의 선거 공동대응과 관련한 절차적 기술적 어려움이 전혀 없다. 관건은 노동진보정치 주체의 심리적 실천적 준비 정도이다. 이 점에서 아직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노동운동은 자본과 정권의 악선전에 의한 노동자 민중의 불신을 주동적으로 해소하면서 지난 진보정치의 분열 갈등이 초래한 현장의 실망과 좌절을 걷어내야 한다. 원내 의석을 갖고 있는 정의당은 독자 대응-국고 보조금-현 수준 유지라는 작은 이익이나 착각과 오만에서 벗어나 선거연합당 건설에 앞장서야 한다. 의석은 없지만 당원 수가 가장 많은 진보당은 ‘통합-연합하면 먹힌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종래의 패권행태 청산 등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비워야 한다.
가장 좌쪽의 정체성을 자임하는 노동당이나 생태 생명의 가치 실현이 더욱 중시되는 기후위기 시대의 녹색당도 선거연합당으로 의석 보유의 기회를 갖고 연합당 안의 독자당을 유지하여 자기 정체성에 맞는 세력화를 도모할 수 있다. 윤석열 퇴진 촛불도 독자 정치세력화를 통한 비례 의석 확보 수준에 그치기보다 선거연합당에 합류하여 촛불 시민이 열망하는 대안의 진보정치세력을 가시화하는 역사적 소임을 다해야 하지 않겠나.(2023년 1월 15일 작성,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