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틀동안 맡았던 명은이와 인사할 때도 후기를 이야기할 때도 마지막 캠프라는 것은 알았지만,
나는 그 마지막을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싶었다. 마지막 캠프라는 아쉬움, 너무 많은 것을 배운 감사함,
이유는 정확히 모르는 슬픔이라는 감정들을 나는 느끼고 싶지 않아서 외면하였지만
마지막으로 수타오짬뽕에서 짜장면을 먹고 새벽에 집에 와서 이 후기를 쓰려고 컴퓨터를 키자
내가 외면하였던 감정들이 한번에 느껴졌다.
수만세 캠프 후기방에는 내가 1학년 때부터 썼었던 후기들이 있었고, 차마 열어서 읽어보지는 못했다.
꾹 참고 있던 눈물이 나올까봐, 수만세 캠프가 너무 그리워질까봐 두려웠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잘 놀아주지도 못하고, 오히려 내가 낯을 많이 가렸었는데
이제는 너무 재미있게 놀아주고 있는 나의 모습을 내가 보았을 때 나는 내가 어느새 수만세 3년 차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5번의 캠프를 하며 이제는 익숙한 아이들의 얼굴이 많이 보일 때,
아이들이 웃으며 장난칠 때, 크게 웃어줄 때 나는 아이들의 얼굴만 보아도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사실 마지막 캠프 때 명은이를 맡으면서 나의 어릴 적 모습이 많이 생각났었다.
낯을 많이 가리고, 말을 너무 잘 듣고, 소심하고, 얌전했던 명은이를 보며 나는 먼저 장난도 걸어보고,
말도 걸어보고, 재미있게 해주려고 하였지만 너무 낯설어하고 어색해하는 명은이를 보며 내가 더 잘 놀아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명은이는 점점 나에게 마음을 주었고, 그래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데 명은이는 한 번도 손을 잡지 않았다.
마지막 날, 저녁만 먹고 이제는 헤어지게 되는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을 때, 급식실에서 교실까지 오는 길에
명은이가 먼저 나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명은이는 내가 먼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작은 목소리로 명은이 이야기를 해주었고,
나는 그저 묵묵히 들어주었다.
아직은 너무 부족하고 잘하는 것 하나 없다고 생각하였던 내가
어떠한 아이에게 기댈 수 있는 언니가 되어주었고, 털어놓을 수 있는 언니가 되었다는 것이
나는 너무 고마웠고, 어떠한 말로 표현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감동이였던 것 같다.
수만세 캠프는 내가 도움을 주려고 하는 것이지만, 나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고,
쉽게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꼈던 것 같다.
수만세에서 나의 가장 큰 배움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내가 누군가에게 큰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마지막 캠프까지 마치며,
나의 감정들을 글로 잘 표현하지는 못하였지만
그 때 느낀 나의 감정들은 내 마음 속에 계속 간직될 것이다.
3년의 수만세는 나에게 너무 큰 배움이였고, 기쁨이였다.
마지막까지 캠프할 수 있게 옆에서 도와준 초현이와 의현이, 그리고 희란쌤께 감사하다는 말을 이 글을 통해 전해드리며 마지막 후기를 마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