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자두꽃축제. 추억의 경운기 타고 꽃길 체험<사진제공·김천시청>
4월은 꽃의 계절이다. 남도의 매화와 벚꽃, 산수유에 이어 수도권에도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앞다퉈 피어 꽃물결을 이룬다. 어디라고 할 것 없이 산천에 봄이 만개한 이즈음, 경북 김천시 농소면
이화만리 권역은 마을 전체가 눈처럼 희고 고운 자두꽃으로 뒤덮인다.
이화만리 자두꽃길 걷기<사진제공·김천시청>
김천은 자두, 포도, 복숭아, 사과, 배와 같은 과일이 많이 재배되는 고장이다. 그중 자두는 생산량이나 품질이 전국에서 손꼽힌다. 2014년 기준 김천시 자두 재배 농가는 2930여 호, 총 재배 면적
1140ha에서 전국 생산량 20%에 달하는 연간 9110t이 생산된다. 명품 자두 생산지답게 김천시를 상징하는 시화(市花)도 자두꽃이다.
자두꽃 아래서 즐거운 한때<사진제공·김천시청>
자두꽃은 3월 말 꽃을 피우기 시작해 4월에 절정을 이룬다. 희고 앙증맞은 꽃잎 다섯 장과 샛노란
수술이 달린 생김새가 매화를 닮았다. 오얏꽃이라고도 하는데, 오얏은 자두의 옛말이다. 복숭아와 비슷하지만 진한 자줏빛이어서 '자줏빛 복숭아'라는 뜻으로 자도(紫桃)라고 하다가 자두가 되었다.
작고 앙증맞은 자두꽃<사진제공·김천시청>
이화만리 권역은 이맘때 가장 아름답다. 자두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자두꽃 향이 만 리를 간다'는
곳이다. 큰 새가 떼 지어 살았다 하여 샙띠마을이라고도 한다. 해마다 2월이면 청정 지역에 산다는 백로와 왜가리가 마을 뒷산을 찾아 여름을 난다. 4월에는 들녘과 골짜기에 달콤한 가루를 뿌린 듯 흩날리는 자두꽃이 지천이다.
김천자두꽃축제의 관광객<사진제공·김천시청>
김천자두꽃축제가 올해는 4월 9일에 열린다. 폐교를 리모델링한 '이화만리 커뮤니티센터'가 축제의 주 무대다. 꽃마차 만들기(마을 퍼레이드), 자두꽃 주민 노래자랑, 자두 음식 만들기, 가족 미술 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축제의 흥을 더한다. 이화만리 커뮤니티센터는 도자기 만들기, 염색 등 체험 프로그램을 연중 진행한다. 자두 따기, 사과 따기 같은 계절 체험 프로그램도 인기다.
지례흑돼지촌 입구
꽃구경 나선 길에 꼭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김천의 또 다른 명물, 지례 흑돼지다. 농소면에서 30분 거리인 지례면에 흑돼지 전문 식당 15곳이 모여 있다. 메뉴는 대개 왕소금구이와 고추장불고기다. 삼겹살과 목살은 왕소금구이로, 그 외 부위는 고추장불고기로 판다.
흑돼지 고추장불고기
지례는 예부터 몸집이 작고 털빛이 검은 토종 흑돼지 원산지로 유명했다. 일반 돼지에 비해 사육
기간이 길다 보니 경제성이 떨어져서 도태되었다가, 1980년대 들어 복원 작업을 거쳐 현재 5개
축산 농가가 사육 중이다.
[왼쪽/오른쪽]흑돼지 고추장불고기는 연탄불에 초벌구이 후 내어준다. / 흑돼지 왕소금구이
맛은 어떨까? 돼지고기 맛이 거기에서 거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일단 먹어보면 왜 지례 흑돼지가 김천 명물인지 알 수 있다. 삼겹살의 비계는 인절미처럼 차지고 쫄깃하며, 목살은 퍽퍽하지 않고 탄력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맛도 일품이다.
연탄불에 구워주는 고추장불고기는 적당히 단맛과 매운맛에 불 맛이 더해져 밥도둑이 따로 없다.
고기 맛이 깊고 풍부한 것은 일반 돼지에 비해 사육 기간이 두세 달 길기 때문이다. 1인분(180g)에 8000~1만 원으로 값도 저렴하다.
꽃구경에 설레고 맛있는 돼지고기로 배도 두둑이 채웠다면, 김천을 대표하는 직지사와 청암사로
발길을 옮기자.
승가대학으로 쓰이는 청암사 육화료 풍경
[왼쪽/오른쪽]직지사 비로전과 삼층석탑 / 직지사 대웅전과 3층석탑 2기
418년(눌지왕 2) 아도화상이 창건한 직지사는 사명대사가 출가한 사찰로 유명하다. 경내가 넓고
전각도 한둘이 아니어서 무엇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대웅전(보물 1576호)에 집중한다.
직지사의 많은 전각이 오랜 세월 지나며 불타거나 자리를 옮겨 고풍스러운 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대웅전은 1735년(영조 11)에 중건해 오늘에 이른다.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좌우에 모셨고, 뒤에 대형 후불탱화를 봉안했다.
1744년(영조 20)에 그린 이 불화는 보물 670호로 지정되었다. 대웅전 마당에 선 통일신라 말기의 삼층석탑 2기는 비로전 앞 삼층석탑과 함께 문경 도천사지에 쓰러져 있던 것을 옮겨 왔으며, 각각 보물 606호와 607로로 지정되었다.
[왼쪽/오른쪽]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 전경 /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 전시실 입구
직지사 앞에는 음악 조형 분수, 광장, 폭포, 어린이 종합 놀이 시설, 산책로, 정자 등을 갖춘 직지문화공원이 있어 가족 나들이 코스로 사랑받는다. 웨지우드, 마이센, 로열코펜하겐 등 유럽 자기 명가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도 바로 옆에 자리한다.
[왼쪽/오른쪽]청암사 대웅전과 다층석탑 / 청암사 육화료 댓돌에 돌아가며 번호표가 붙어 있다.
청암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 정진하는 청정 도량이다. 859년(헌안왕 3)에 도선국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직지사처럼 큰 절은 아니지만 단아한 멋이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극락교를 건너면 아담한 대웅전과 삼층석탑이 보이고, 승가대학으로 쓰이는 육화료 댓돌 위에는 따스한 봄 햇살이 내려앉아 고즈넉함을 더한다. 보광전은 장희빈의 무고로 인현왕후가 폐위되자, 복위를 빌기 위해
건립되었다고 한다.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에 탐방객이 많이 찾는다.
[왼쪽/오른쪽]김천 부항댐 산내들오토캠핑장 전경 / 김천 부항댐 산내들오토캠핑장. 시가 관리해 깔끔하고 쾌적하다.
청암사와 함께 도선국사가 창건한 수도암이 근처에 있으니 들러봐도 좋다. 본당인 대적광전의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307호), 대적광전 앞의 동·서 삼층석탑(보물 297호), 약광전의 석조보살좌상(보물 296호)이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청암사 인근 수도산자연휴양림과 지례면의 김천부항댐 산내들오토캠핑장은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당일 여행 코스>
이화만리 녹색농촌체험마을→청암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이화만리 녹색농촌체험마을→청암사
둘째 날 / 직지사→김천세계도자기박물관→직지문화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