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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10. 20/화)이야기
[댓골부리 - 계남마을 - 솔밭해적길 - 목장불해변 - 큰풀안해변 – 문희소나무]
산책(댓골부리)
지저귀는 새소리와 향긋한 풀냄새가 잠을 깨웁니다. (06:00)
옛날 신랑신부가 함께 배 타고 들어왔다던 '댓골부리' 쪽으로 발걸음이 향하는데요, 낮과 밤이 다르듯 이른 아침 정경 또한 다릅니다.
송이산과 부아산 사이골에 형성된 장골습지 물안개 풍경이 장관입니다.
뜻밖에 몽돌해변에서의 일출풍광까지 가슴 벅찬 풍경을 맞이합니다.
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며,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천천히 걸어야 가장 낮은 곳까지 눈길을 줄 수 있습니다.
자동차로 빠르게 지나가는 사람에게 1m의 꽃길은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만,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에게 가을날의 풍경은 더할 나위 없는 아름다움입니다.
높은 벽에 간판글씨를 쓰는 사람은 글씨가 바른지 비뚤어졌는지를 스스로 알 방법이 없는데요, 결국 아래쪽 낮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여러 번 물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자세를 한껏 낮춰야 옳게 볼 수 있습니다.
저마다의 인생길이 다르지만,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볼 줄 아는 것이야말로 삶의 지혜이고 용기입니다.
여행은 스스로 자신의 성(城)을 떠났다가, 다시 스스로 현실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아주 느리게... (느린 게 게으른 건 더욱 아닙니다)
치열한 경쟁의 삶속에서 자만에 빠진 토끼보다도, 깨워 함께 가려는 거북이의 삶을 꿈꿉니다.
대이작도의 일출풍광 앞에서 느끼는 '갯바위' 단상(斷想)입니다.
조식
소박한 듯 화려한, 그리고 정성 그득한 아침상을 받습니다. (08:00)
와~ 조기구이에 게장(새우)까지...
근데 나를 황홀감에 젖게 만든 것은 '세모'국이었습니다.
게 눈 감추듯 해치우고 리필도 했는데요, 오랜 만에 느껴본 고향 맛이었습니다.
음식깨나 한다는 소릴 자주(^^) 듣는 '자스민'도 극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게다가 '자스민'이 샘플로 챙긴 새끼(^^)양주가 해장을 도와주네요. ㅋ
벽에 붙은 칭찬의 글들이 그냥 쓴 게 아니었군요.
(근데 낯익은 필체 발견 -, 인천에 있는 울 동기들도 다녀갔군요. ㅎ)
"꺼억~ 자알 부우따~! ㅎ"
아~ 정말 행복합니다.
계남마을
포만감에 배를 몰고 또 트레킹에 나섭니다. (09:20)
섬 끝 계남마을까지는 가마신세를 집니다.
아담하고 한적한 섬마을이 새색시처럼 홍조를 띠고 있네요.
바닷가를 끼고 Deck 따라 걸으면서 보이는 이곳 풍경도 눈을 사로잡습니다.
계남정(桂南亭)도 참 운치 있습니다.
펜션 앞 그네에 몸을 얹고 흔들면서 먼 바다를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노라니 저절로 Healing이 되는 기분입니다.
예까지 왔으니 옛날 생각하며, 흐드러지게 떼창(^^) 때립니다.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19살 섬 색시가 순정을 바쳐 사랑한 그 이름은 총각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가지를 마오.
구름도 쫓겨 가는 섬마을에 무엇하러왔는가 총각선생님
그리움이 별처럼 쌓이는 바닷가에 시름을 달래보는 총각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 떠나지 마오~♬ ('박시춘'곡/'이경재'사/'이미자'노래)
섬마을선생님
섬 끝 계남마을에 있는 계남분교입니다.
'이미자'가 부른 노래를 1967년도에 영화로 만든 '섬마을 선생님' 촬영지라는데요, 흉물처럼 남겨진 폐교가 안타깝네요.
섬마을선생님기념비 앞에서 총각선생님과 섬 처녀이야기로 추억여행 떠납니다.
월남전에서 돌아온 의대생 '명식('오영일')'은 휴학하여 섬마을로 내려가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당시 부하였던 '권'상병이 전사한 것에 대한 깊은 자책감을 느껴, 그의 유언대로 섬마을 사람들을 계몽하고 진료해주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명과 단절된 섬 주민들은 그의 의도를 오해하여 섬 밖으로 몰아내려 합니다.
죽은 '권'상병 여동생인 '영주('문희')'만이 그의 뜻을 헤아려 진료소 일을 돕습니다.
'영주'에게는 성실한 약혼자('이낙훈')가 있고 '명식'에게도 서울에 두고 온 약혼녀가 있지만, 마을 청년들은 둘의 사이를 오해하여 '명식'을 구타하고 진료소 약품들을 쓸어버립니다.
가르치고 치료하는 일보다 먼저 편견과 무지, 오해의 벽을 넘어서는 게 과제였던 것입니다.
섬마을 선생 '명식'은 부하의 유언대로 뜻을 이뤘을까요?
옛날 라디오 연속극을 듣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온 동리사람들이 '이미자'의 간드러진 노랫소리에 맞춰 방안에 모여앉아 가슴을 조였습니다.
70년대 후반 '어청도'에서 1년여 섬 생활을 하면서 배타적인 섬 주민들의 모습을 체험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참~ 옛 생각 많이 나네요.
솔밭해적길
섬 끝에 숨겨진 멋진 길이 있습니다. (10:00)
파도소리 따라 걷는 '솔밭해적'길 -.
백사장, 해안절벽, Deck, 솔숲..., 끊어진 길을 잇고 숨은 길을 찾아 실핏줄처럼 이어진 길입니다.
옛 사람들의 자취 따라 멋진 바다조망과 해조음의 속삭임을 들으며 걷습니다.
밀가루보다 고운 하얀 백사장은 농염한 여인의 속살처럼 부드럽고, 그리운 정이 소용돌이치는 노을에 젖은 바다는 여인의 입술보다 더 붉다죠.
천년의 통한을 품은 듯 울어대는 가녀린 갈매기들의 춤사위는 덤입니다.
늘씬한 소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유려한 곡선 길엔 여유와 인정, 그리고 운치가 있습니다.
함께 한 이들의 밝은 미소가 쪽빛바다에 머물고, 갯바위에 핀 행복의 꽃이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거립니다.
희미하게 다가온 계절이 풍경들이 노랗게, 빨갛게 물들이며 그리움을 불러냅니다.
추억, 사색, 고독에서 인생의 여정을 배웁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저절로 비움, 버림, 느림이 행복의 샘임을 알게 해줍니다.
길가에 있는 해룡루(海龍樓)에서 마신 캔 맥주가 다정하게 포옹하며 즐거움을 배가시켜 줍니다.
무지무지 좋은 길입니다.
목장불해수욕장
'목장불해수욕장'입니다. (10:50)
울창한 소나무 숲과 맑고 깨끗한 바닷물은 여전합니다.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계속 찾아와도 전혀 싫증나지 않을 것 같은 해변입니다.
고운 모래사장은 대이작도를 와야 할 이유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길을 걷다가 '心m'란 이정표에 발걸음을 멈췄던 적이 있었습니다.
생각에 잠겼던 심(心)m -.
사람마다 느끼는 마음의 거리는 어쩜 다를지도 모릅니다.
혼자 쓸쓸히 걸을 때는 멀게만 느껴지던 길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으면 짧게 느껴지기도 하니까요.
가끔은 정말 가까운 거리인데도, 마음은 멀다고 투정부릴 때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들이 걸어내는 심(心)m는 얼마나 될까요?
큰풀안해수욕장
건너편 '큰 풀 안 해수욕장'으로 넘어옵니다. (11:10)
대조기(大潮期)인지라 긴 백사장이 시원하게 펼쳐져있네요.
조용한 바닷가의 정취가 물씬 풍겨 조용함을 원하는 관광객들이 좋아한다죠.
맑은 물에 밀가루처럼 고운 모래가 깔렸다는 해수욕장인데, 물이 워낙 나가니 온통 속살을 다 들어내고 있습니다.
산림욕장 산책로에는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해송(海松)인 곰솔이 우거졌다는데, 그냥 해변 따라 걷습니다.
도란도란 나누는 이야기도 정겹습니다.
굴 양식장도 드러나고, 어부는 그물 걷느라 바쁩니다.
풀등이 가깝네요.
승봉도 탐방 때 건너갈 수 있을까요? ㅎ
멋진 해변입니다.
작은풀안해변
해안가 Deck 따라 작은 풀 안 해수욕장을 걸으며 코로나세태를 생각합니다. (11:40)
평범한 일상이 그립습니다.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는 웃지 못 할 농담이 회자(膾炙)되니 모임도 어려워졌습니다.
평소 당연하다고 여겨 고마운 줄도 모르고 누려왔던 일들이 추억거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자유롭게 여행 다니며, 여기저기 정겨운 모임 갖던 기쁨도 사라져버린 지 오래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난 후에야 평범한 일상에 담긴 고마움과 기쁨을 간과해 왔음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을 집어삼킨 역병의 환란 속에서. 이제야 행복과 기쁨은 거창하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 감춰져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바라던 행복은 평범한 일상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일상에서 벗어난 그 무엇에서 행복을 찾으려 했던 것입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기보다는 내가 갖지 못한 것을 갈망하며 자신에게 어떤 큰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했습니다.
연속적인 생로병사의 삶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게 우리네 일상입니다.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발견하는 일 -.
평상심(平常心) 속에 도(道)가 있는 것입니다. ('함현준'/평범한 일상의 행복)
오찬
대이작도에서의 마지막 섬 밥상을 받습니다. (13:00)
오찬은 펜션주인 인심만큼이나 넉넉한 칼국수입니다.
삼면(三面)이 바다인 우리나라 -.
물과 성분이 다르니, 동서남해에서 나는 해산물도 다릅니다.
예전여행 땐 구경거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지만, 요즘은 먹을거리가 대세입니다.
그만큼 잘 먹는 게 여행의 큰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는 증거입니다.
실상 풍경은 날씨 따라 감흥이 변하게 마련이지만, 비나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음식은 절대 배반하지 않습니다. ㅎ
길 떠나 얻는 보상 -, 그게 바로 그 지역 먹거리입니다.
그것도 제철에 접해야 제 맛인데요, 제대로 걸렸다하면 돌아와서도 내내 음식이야기 뿐입니다.
따라서 여행은 언제 어디로 누구랑 가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뭘 먹느냐 하는 것도 놓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어떤 의미에서의 '여행은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말에 동의합니다.
갈 때는 기대를 안고 가고, 돌아올 때는 포만감을 안고 돌아오고...
나이가 드니 점점 더 그래집니다. ㅎ
민박집과 작별
하룻밤이지만, 추억의 민박집과 아쉬운 작별시간입니다. (14:10)
재회를 약속하며 인증 샷도 남깁니다.
미국의 여행 잡지 'National Geographic Traveler'가 선정한 일생동안 가봐야 할 여행지 50곳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나는 이제야 겨우 4곳 정도를 가봤으니, 아직 1/10도 못 가봤네요.
인류세계의 정신과 다양성을 담아 선정했다는데, 나이 70이 넘도록 아직도 엄두를 못 내고 있으니 젊은 애들 말마따나 이번 생애는 글렀나봅니다. ㅎ
그래도 꿈을 버리진 못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기 전에 국내외 여행이든, 일주이든 어디론지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꼭 할 거야'라고 다짐하는데요, 그런 사람들에게 여행깨나 해본 사람들이 권하는 말은 '지금 당장 떠나라~!'입니다.
지금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결국 나중에도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마련이거든요.
왜냐고요?,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을 줄 알기 때문입니다~! ㅋ
대이작도 선착장
큰 마을과 장골마을이 통하는 '장골'고개를 넘어 선착장으로 나왔습니다. (14:20)
시간이 있어 '문 희'소나무까지 또 걷기로 합니다.
섬 처녀 '문 희'가 섬 떠나는 선생님 배웅모습을 촬영한 곳이라는데요, 그 절박함이 아련하게 묻어나는 느낌입니다.
여행은 역시 지쳐가는 심신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영양제입니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는 말에 다시금 공감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쉼표 같은 수줍은 모래섬, 대이작도(大伊作島) -.
쉼이 있고, 맛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신비한 매력도 있었습니다.
영화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지가 될 만큼 아름다운 풍경도 아직 그대로입니다.
뜰채로 새우를 떠내고, 작살로 광어와 우럭을 잡는 등 옛 삶대로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광활한 모래사장은 섬의 명물이 된지 오래입니다.
여름 끝물에라도 가서 온몸을 바닷물에 담가보려 했던 것이 가을까지 미뤄졌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119 부르듯 긴급전화 걸면 나룻배가 나타나 신기루 같이 눈앞에 펼쳐지는 모래섬에 내려놓는다던데, 내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꿈만 같은 1박 2일이었습니다.
(소이작도)
대이작도 선착장 맞은편에는 아우 격인 소이작도가 있습니다.
엎어지면 배꼽 닿을 거리인데요, 두 섬 선착장 직선거리가 200m 정도로 가깝습니다.
해안선 길이가 10km 정도인 이 작은 섬에도 2개(벌안, 약진넘어)의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하지만 워낙 섬이 작고 편의시설도 많지 않아 외지인의 발길은 뜸한 편입니다.
선착장 옆으로 몽돌해변 따라 Deck산책로가 개설되어있는데, 끝날 즈음에 명물 손가락바위가 있습니다.
영락없는 곧추세운 검지모양인데요, 보는 각도에 따라 아이를 업고 있는 여인 또는 반가사유상이나 관음보살로 보이기도 합니다.
대이작도와 연결하는 연도교가 내년에 착공되어 2024년에 준공 예정이라니 다리가 완공되면 다시 찾아와 대소 두이작도를 두루 둘러보고 싶네요.
"그때 다시 한 번 올까요?"
모두 손을 번쩍 듭니다. ㅎ
추억 안고 -.
산과 바다, 풀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섬에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
대이작도를 밀어냅니다. (15:00)
대이작도 10경은 밀물 때는 잠기고 썰물 때는 나타나는 신비의 모래섬 풀등(1경), 부아산정에서 바라다본 하트모양의 해변(2경), 신선들이 걷는다는 부아구름다리(3경), 금빛모래들이 반짝이는 작은풀안해변(4경), 산과 바다를 이어주는 큰풀안해변(5경), 계남마을 근처 고운모래가 있는 띄넘어해변(6경), 굳센 기상이 보이는 남자의 산 송이산(7경),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둘얼래쪽의 최고령 암석(8경), 계남분교 총각선생과 섬마을 처녀의 사랑이야기가 있는 계남분교(9경), 부모님 기다리다 바위가 된 형제의 전설이 깃든 오형제바위(10경) 등 열 곳입니다.
이번에 발 도장을 못 찍은 곳이 두 군데나 되네요.
자기한테 들리지 않는다고 승봉도가 삐져 있습니다.
내년 봄쯤 산악회에서 승봉도트레킹 계획이 올라오길 기대합니다.
다시 대부도로~!
이젠 돌아가는 길입니다.
승봉도를 거치면서 또다시 갈매기들과의 일전이 펼쳐집니다.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또 들이댑니다.
기억은 시간을 이기지 못합니다.
지난 추억들을 현실로 불러내어주는 게 사진입니다.
놓치지 않으려 애써도 저 멀리로 사라지려는 사연들이 안타까울 때를 대비해 계속 박아댑니다. ㅎ
짧지만 여행의 매력을 만끽한 여정이었습니다.
현실에 대한 아쉬움과 불만은 물론 스트레스와 매너리즘을 떨쳐냈습니다.
근심걱정 비워진 자리에 활력이 충전되었으니, 이제 다시 열심히 살면 됩니다.
아직은 건강하기에 여행할 수 있는 삶을 누리고 있으니, 그저 일상에 감사할 밖에요.
소중한 이들과 함께한 인연을 오래도록 잊지 않고 간직해야죠.
젊음이 아름다운 건 열정 때문이고, 지금이 아름다운 것은 추억이기 때문입니다.
만찬
방어머리에 돌아왔습니다. (16:40)
지난번에 칼국수를 먹었으니 이번엔 농어 매운탕입니다.
'만남'이라는 큰 그릇에 '기쁨'의 물을 듬뿍 붓습니다.
'진실'의 농어를 큼지막하게 썰어, '믿음'이란 야채와 같이 넣습니다.
이어 '행복'이란 가스에 불을 붙여 '정열'의 냄비에 열을 가합니다.
그리곤 '우정'이라는 주걱으로 정성껏 젓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억'이란 달콤한 양념을 뿌리고, '미소'라는 국자로 떠서 맛을 봅니다.
싱겁다싶으면 '축복'을 조금 더 넣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여 '사랑'이라는 아주 멋진 매운탕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서로 나누고 베푸는 인생 -.
품어주는 사람이 있어 좋고, 사랑하는 마음 알아줘 행복하고, 소리 없이 그 자리에 늘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그래서 오늘이 좋습니다.
그냥~♡
복귀
집구석으로 돌아갑니다. (계룡도착/20:20)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리하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라.
이는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마태복음 11: 28-30)
우리는 하던 일이 실패했을 때나 질병에 걸렸을 때 쉬게 됩니다.
때로는 큰 고난과 역경, 그리고 시련을 겪고 나서도 쉽니다.
같이 일하던 사람과의 갈등으로 쉬기도 합니다.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쉬게 될 때, 우리는 낙심하고 좌절합니다.
하지만 쉬면서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이 있는데, 쉼표는 쉼표일 뿐 마침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쉬는 동안 다음을 준비하면 됩니다.
잠시 멈춰야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고, 평소에 지나쳤던 아름다운 것들도 보입니다.
쉼표와 마침표는 모양이 비슷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쉼표는 '잠시 멈춤'이고, 마침표는 '아주 멈춤'입니다.
쉼표와 마침표 찍을 곳을 잘 분별하는 것이 진정한 삶의 지혜입니다. ('정지환')
에필로그
처음으로, 여행이 우리를 떠났습니다.
여행이 떠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이 있던 일상의 소중함을 -.
모든 여행의 마지막은 제자리로 돌아왔듯이, 우릴 떠난 여행도 그리고 일상도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어느 광고의 카피인데요, 여행이란 단어를 사랑으로 바꾸면 절절한 연가(戀歌)가 됩니다.
누군가 여행은 '여기에서 행복하자'의 축약(縮約)이라 했더군요.
어디로 떠나든 그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여행의 참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가느냐보다 누구랑 가느냐가 여행의 즐거움을 결정한다는 말은 어디를 가든 머무는 현장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행복을 나누고 오라는 뜻이 아닐까요?
'코로나19'의 앙탈이 굽힐 줄을 모릅니다.
우리를 떠난 여행이 꼭, 그리고 어서 빨리 돌아오길 고대합니다.
1박 2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함께한 여우(旅友)들과 성취감을 공유하며 나눈 무언의 대화였습니다.
인천바다에 자리한 보물섬의 그리움을 지웁니다.
우리는 만나면 늘 기분 좋은 관계들입니다.
그러기에, 또 봐야합니다~♡
♡ 자투리
↓ 댓골부리 -.
↓ 그때 그 식당 -.
↓ 계남마을 -.
↓ 솔밭해적길 -.
↓ 목장불해수욕장 -.
↓ 칼국수 매니아 -.
↓ 문희소나무 -.
후기가 좀 늦었네요.
복귀 시 저녁식사 마련한 '정이품'형, 지름값 내라 소리 않는 가마꾼 '여울목'형, 김밥에 군것질까지 특급 도우미 '자스민'양, 그리고 여행기획에 배삯까지 대준 '갯바위'까지 환상의 멤버들입니다. ㅎ
추억의 이작도 -.
함께 한 여행, 잊지 못하겠습니다. ㅎ
금욜(10. 23) 아침에 갯바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