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사회도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 국가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도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그 비율이 이미 매우 높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이 겪는 양육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가족 내 심리적 어려움이 보고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어머니로 구성된 가정에서 양육 문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그에 따라 자녀의 정서·행동 문제도 사회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양육 문제는 사회적 지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가정 내부의 심리적·문화적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가족이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본 다문화 가족이 양육하기 어려운 이유
1. 아버지 역할의 부재 : 경제 활동에 집중하다 보니, 자녀와의 정서적 교류가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이가 느끼는 안정감과 애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2. 어머니 역할의 혼재 : 한국에 결혼으로 입국한 여성 중 상당수는 동남아시아권 출신으로, 같은 아시아 문화권이지만 양육 가치와 방식은 매우 다릅니다. 자신이 자라온 방식으로 아이를 돌보다가 문화적 차이로 인해 혼란을 겪기도 하며, 언어 장벽으로 인해 문제를 해소할 방법이나 정보를 얻기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양육 자신감이 낮아지고, 가족 내 갈등이 커질 수 있습니다.
3. 경제적 어려움 : 부모 모두 경제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결과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줄고, 돌봄의 공백이 생기며, 정서적 교류의 부족으로 양육 스트레스가 심화됩니다.
제도적 지원과 그 한계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사회가 제공할 수 있는 ‘중간자적 조력자’ 역할을 수행합니다. 양육 교육, 정보 제공, 문화 적응 프로그램 등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정서적 충돌과 관계 문제는 개별적인 상담과 심리적 개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사회 제도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접근이 필요합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한 초기 지원 및 정보 획득
보건소·소아청소년정신건강지원센터 등 공공기관의 연계
필요 시 병원이나 민간상담센터를 통한 정서·관계 중심 상담
다문화가족의 양육 문제는 ‘다문화이기 때문’에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부모의 양육 방식, 가족 간 의사소통, 자녀의 정체성 형성 과정에서 비롯된 보편적인 가족 문제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특별하게 구분하기보다, 동등한 시선에서 세밀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