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논리
권대근
문학박사, 수필가
학생들의 활동은 대부분 ‘지식 습득’의 과정이기 때문에, 지식과 논리의 관계를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 지식의 형성에 있어서 논리가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면, 학생들은 지식을 단순 암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이해를 통해서 받아들일 것이다.
우리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많은 지식을 얻는다. 그리고 이 지식을 이용해서 삶을 엮어 나간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지식의 종류와 질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우리가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삶도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리는 올바른 지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주장을 지식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세 가지 진리 조건들, 즉
1) 일관성 조건,
2) 정당성 조건,
3) 믿음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이 조건들 중에 어느 하나라도 만족되지 않은 주장을 지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다.
지식의 세 가지 조건들 중에서 우리가 관심을 두고 연구해야 할 것은 ‘정당성 조건’이다. 우리는 참이 아닌 주장을 믿게 될 수 있으며, 우리가 믿지 않는 주장도 참일 수 있기 때문에, 믿음 조건과 진리 조건은 우리가 아무리 만족시키려고 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부분은 정당성 조건을 만족시키는 일이다. 정당성 조건을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리를 드러내고 진리에 대한 신념을 갖게 된다. 정당성 조건을 만족시킴으로써 우리는 우리의 믿음이 진리라는 것을 확인하거나 적어도 진리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이다.
1. 좋지 않은 이유의 유형
유형 1. "무관": 안건과의 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이유
유형 2. "확대": 의미와 적용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은 이유
유형 3. "편협": 객관적이 못되고, 부분적으로만 적용이 가능한 이유
가장 바람직한 이유는 어떤 것인가? 첫째, 안건과 직접 관계있는 내용이면서, 둘째, 객관적이어서 문제의 여러 면을 다 포함하는 "큰 생각"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안건으로부터 결론으로 넘어간 사고 과정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유가 안건과 관계없는 것이면, 그것은 우선 부당하다. 가령, 자장면을 가지고 온 배달원의 머리 염색이며 옷이며 실발, 그리고 그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음식값을 줄 수 없다고 한다면 부당하다. 왜냐하면 배달원을 보고 그것으로 음식값 주고 안주는 것을 결정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배달원과 음식값 지불은 서로 관계가 없다.
또, 이유가 객관적이지 못하면 좋은 이유가 아니다. 가령, 사람들이 그 자장면을 맛있게 잘 먹는데, 한 사람만 자기는 그 자장면 맛이 이상해서 음식값을 내지 않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부당하다. 왜냐하면 동일한 자장면을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은 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그 한 사람만 "맛이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음식값 지불을 않하겠다고 한다면, 사실은 돈이 없어서, 또는, 일부러 시비를 걸려고 또는 다른 이유에서 "맛이 없다"는 거짓말을 내세워 돈을 주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것을 우리는 객관성이 없거나 부족하다고 한다. 이런 경우 그 이유는 좋지 않다.
제시된 타당한 이유가 절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제시된 타당한 이유와 다소 다른 이유를 각자가 생각해 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숨은 생각을 찾아내는 사고 과정은 탐구적이고 창의적이므로, 사람에 따라서, 장소와 시간에 따라서, 더욱 수준 높은 사고의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의 것들은 제한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정리한 것이므로, 나열된 이외의 생각도 더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우리는 주어진 상황과 안건에 대해서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해 낸 여러 가지 이유들을 "우리의 생각"이라고 보고, 그 중에서 제일 좋은 이유를 찾는 연습을 하려 한다. 좋은 이유와 좋지 않은 이유의 구별 기준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위에 언급한 상관 관계와 객관성이다. 우선 이유가 안건에 직접 관계있어야 하고, 그 이유로 안건의 중요한 여러 상황을 다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 이유들은 좋지 않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