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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시대 노동운동의 대안
정년 연장이 아니라 생애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사과연 6월 월례 토론회 발제문
김태균(ktg0948@hanmail.net)
Ⅰ. 들어가는 말
한국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평균수명 연장은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체계 전반에 새로운 과제를 제기하고 있다. 정권과 자본은 이를 노동력 부족의 문제로 규정하며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제도를 핵심 대안으로 제시하고, 숙련 노동력 활용과 연금 재정 안정 등을 이유로 노동자가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논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고령화를 단순한 인구학적 현상으로만 이해할 뿐, 자본주의 생산관계 속에서 노동력 부족 담론이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력 통제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측면은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노동력 부족은 절대적인 노동력 감소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불안정 고용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럼에도 정부와 자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인구 감소라는 불가피한 현실로 일반화하며 노동시장 유연화와 정년 연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인공지능(AI), 자동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노동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을 지속적으로 감소시키는 객관적 조건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를 더 오래 노동시장에 묶어두어야 한다는 근거가 아니라,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소득 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역사적 가능성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성 향상의 성과가 노동자의 자유시간 확대가 아니라 잉여가치 생산과 자본축적에 귀속된다. 그 결과 한편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노동강도 강화가 지속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실업과 불안정 노동이 확대되는 모순이 재생산된다. 결국, 오늘날의 문제는 노동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산력 발전의 성과가 자본의 축적 논리에 종속되어 노동시간의 사회적 재분배와 노동자 삶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 자체에 있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의 핵심 과제는 노동자를 더 오래 노동시장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시간 단축과 사회적 소득 보장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자본과 정권이 추진하는 정년 연장은 고령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비용 절감, 그리고 노동력의 장기 활용을 제도화하려는 자본의 축적 전략에 가깝다. 이에 맞서 노동자계급은 노동 기간의 연장이 아니라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의 강화와 조기 지급,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핵심 요구로 제기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자본의 이윤이 아니라 노동자의 자유시간과 인간다운 삶으로 환원하는 것, 그것이 고령화 시대 노동정책이 지향해야 할 근본적 방향이며, 노동을 생존을 위한 강제가 아닌 인간 해방의 영역으로 전환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이 글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노동력 부족론과 정년 연장 담론의 계급적 성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노동시장 유연화와 사회적 합의주의의 한계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생애 노동시간 단축으로서의 정년 단축,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 퇴직자노조를 포함한 생애 주기 노동운동을 노동자계급의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결국, 고령화 사회에서 노동운동이 제기해야 할 질문은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적게 일하면서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이다. 이는 정년 제도의 개선을 넘어 노동자의 시간 주권과 노동 주권을 실현하고, 노동 이후의 삶까지 포괄하는 새로운 사회적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이다.
Ⅱ. 정년 연장을 둘러싼 주요 쟁점
1. 노동력 부족론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년 연장 논의의 출발점에는 이른바 ‘노동력 부족론’이 자리하고 있다. 정권과 자본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제도, 노동시장 유연화를 불가피한 정책으로 제시하며, 고령 노동자의 노동시장 체류 기간을 연장해야 경제성장과 연금 재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력 부족론은 인구 구조 변화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주의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인구학적 문제로 환원하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의 성격을 지닌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인력난은 절대적인 노동력 부족이라기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불안정 고용 등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노동자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려는 노동자가 부족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권과 자본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노동력 공급 확대를 정책의 중심에 두고, 정년 연장, 계속 고용제도, 이주노동 확대, 여성·고령자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등을 추진한다. 이는 자본과 정권이 주장하고 있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라기보다 기업이 노동력을 보다 유연하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전략이다. 특히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유연화의 핵심 수단이다. 자본은 고령 노동자를 기존의 조건으로 계속 고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임금피크제, 직무급, 성과급, 저임금 재고용 등을 통해 노동비용을 절감하고 노동력을 더욱 유연하게 활용하려 한다. 따라서 정년 연장은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이라기보다 노동력의 가치를 낮추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확대하는 정책으로 이해해야 한다.
결국, 노동력 부족론은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시간 단축과 자유시간 확대가 아니라 자본축적에 귀속시키는 논리적 장치로 기능한다. 고령화 시대의 핵심 과제는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생애 노동시간 단축, 사회적 소득 보장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노동자계급은 노동력 부족론의 전제를 넘어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누구를 위해 사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2. 생산력 발전과 노동시간 단축
― 정년 연장이 아닌 생애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적 필연성
정년 연장 논의의 근본적인 한계는 생산력 발전이 가져온 역사적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정권과 자본은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이유로 노동 기간의 연장을 주장하지만, 현대의 생산력 발전은 오히려 노동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의 과제는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시간 단축과 자유시간 확대로 전환하는 데 있다.
산업혁명 이후 기계화와 자동화,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의 발전은 동일한 생산에 필요한 노동시간을 크게 줄였다. 사회 전체의 생산능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이러한 성과가 노동자의 삶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이 아니라 노동강도 강화와 잉여가치 확대, 자본축적의 수단으로 활용되며, 그 결과 장시간 노동과 실업이 동시에 존재하는 구조적 모순이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생산력 발전의 성과가 노동자의 자유시간으로 귀속되지 못하는 자본주의 생산관계의 한계를 보여준다. 생산력이 발전할수록 노동자는 더 오래 일하는 것이 아니라 더 적게 일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고령 노동자의 노동 기간을 연장하는 정책은 역사적 발전의 방향과도 배치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년 단축은 단순히 퇴직 시기를 앞당기는 정책이 아니라 생애 노동시간을 사회적으로 단축하는 정책이다.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정년 단축이 결합될 때 노동은 사회 전체에 더욱 균형 있게 배분될 수 있으며, 청년고용 확대와 고령 노동자의 노동 부담 완화,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결국, 생산력 발전의 성과는 자본의 이윤 확대가 아니라 노동자의 자유시간 확대와 사회적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활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고령화 시대의 대안은 정년 연장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결합한 새로운 사회적 전환에 있다. 이는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자계급의 삶으로 환원하는 가장 근본적인 노동정책의 방향이다.
3.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유연화
정년 연장은 단순히 노동자의 고용 기간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라,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를 결합한 노동시장 재편 전략의 핵심이다. 정권은 고령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내세우지만, 실제 정책은 기존의 임금과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피크제와 저임금 재고용을 전제로 설계되고 있다. 따라서 정년 연장의 본질은 고용 보장보다 노동비용 절감과 노동력 통제에 있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수단이 임금피크제, 직무급·성과급 확대, 저임금 재고용이다.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임금을 단계적으로 삭감하는 제도이며, 저임금 재고용은 정년 이후 노동자를 계약직이나 기간제로 다시 고용하는 방식이다. 직무급과 성과급은 연공성을 약화시키고 기업의 필요에 따라 임금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체계이다. 이들 제도는,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노동력의 가치를 낮추고 기업의 인건비를 절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변화는 고령 노동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직무급과 성과급의 확산은 노동시장 전체의 임금체계를 성과 중심으로 재편하며, 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임금 수준의 전반적인 하향 압력을 초래한다. 결국,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 전체의 임금체계를 자본 친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출발점이 된다. 동시에 정년 연장은 계약직 재고용, 기간제와 파견 노동 확대, 탄력적 노동 시간제 등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결합된다. 이는 노동자를 안정적인 고용 관계의 주체가 아니라 기업의 필요에 따라 활용되는 유연한 노동력으로 전환하는 과정이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 청년과 고령 노동자 사이의 분절을 심화시켜 노동조합의 단결과 계급적 연대를 약화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이 맞서야 할 대상은 정년 연장 자체가 아니라, 그 이면에서 추진되는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장 유연화 전략이다. 이에 대한 대안은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계속 고용이 아니라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과 사회보장체계의 강화이다.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비용 절감이 아니라 노동자의 삶과 자유시간의 확대로 연결하는 것, 그것이 정년 연장 중심 정책을 넘어서는 노동자계급의 대응 방향이다.
4. 청년고용과 세대 갈등론의 허구
정년 연장 논쟁에서 가장 자주 제기되는 쟁점은 청년 고용과의 관계이다. 정권과 자본은 정년 연장을 추진하면서도 고령 노동자의 계속 고용이 청년 일자리를 잠식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기하고, 일부에서는 이를 근거로 정년 연장 자체를 반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노동시장을 고정된 규모의 일자리로 보는 ‘일자리 총량론’에 기초하고 있으며,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세대 간 경쟁으로 왜곡하는 한계를 지닌다. 청년과 고령 노동자는 경쟁 관계가 아니라 동일한 사회적 생산과정에 참여하는 노동자계급의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자본은 세대 간 갈등을 부각해 노동자계급 내부를 분열시키는 반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구조, 노동시장 유연화와 같은 근본 원인은 은폐한다. 실제로 청년실업은 고령 노동자의 고용 유지 때문이 아니라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와 비용 절감 전략, 불안정 고용 확대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청년 고용의 해법은 고령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하거나 조기에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애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사회 전체의 노동을, 보다 균등하게 재분배하는 데에 있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노동시간 단축으로 전환하면 신규 채용을 확대하는 동시에 고령 노동자의 과도한 노동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은 공적연금 강화와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와 결합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연금과 사회보장이 뒷받침될 때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장기간 노동을 지속해야 하는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청년과 고령 노동자 모두에게 더욱 안정적인 삶의 조건이 마련된다.
결국, 청년과 고령 노동자를 서로 경쟁시키는 세대 갈등론은 노동자계급을 분열시켜 자본의 축적 전략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 공세이다. 노동자계급이 맞서야 할 대상은 다른 세대의 노동자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요하는 자본과 국가이다. 따라서 우리의 대안은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통해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자계급 전체의 자유시간과 사회적 삶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이것이 청년과 고령 노동자의 계급적 연대를 강화하고 고령화 시대 노동운동이 제시해야 할 근본적 대안이다.
5. 사회적 합의주의와 노사정 협의의 한계
정년 연장과 함께 정권과 자본은 노사정 사회적 합의를 해결책으로 제시하지만, 이는 노동자와 자본이 대등하게 협의하는 중립적 과정이 아니다. 국가는 자본주의 생산관계를 유지하는 제도적 장치이며, 사회적 합의는 자본이 필요로 하는 정책을 노동자의 동의를 통해 관철하는 통치 방식으로 기능한다. 정년 연장 논의 역시 협상의 전제는 이미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을 인정하는 데 맞춰져 있으며,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 강화와 같은 계급적 대안은 배제된다. 결국, 노동자는 임금 삭감과 노동조건 후퇴의 폭만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노동자계급의 집단적 투쟁을 제도권 협상으로 흡수하고, 계급적 요구를 자본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축소한다. 이를 통해 정권과 자본은 임금피크제, 직무급, 성과급, 계속 고용제도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정당화한다. 노동자계급의 과제는 자본이 설정한 협상 틀 안에서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쟁취하기 위한 독자적인 계급 투쟁을 강화하는 것이다.
고령화 시대 노동자계급의 과제는 정년 연장을 전제로 한 사회적 합의가 아니라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노동자계급의 조직된 힘으로 쟁취해야 할 권리이며, 노동시간과 사회적 부의 재분배라는 새로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독자적 계급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Ⅲ. 노동자계급의 대안
1.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고령화 시대의 핵심 과제는 노동자를 더 오래 노동시장에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사회적으로 재분배하여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데 있다. 정권과 자본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년 연장을 추진하지만, 이는 노동력을 더 오래 활용하려는 자본의 이해를 반영한 정책일 뿐이다. 노동자계급이 제기해야 할 대안은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애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단순히 근로시간을 줄이는 문제가 아니라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자의 삶으로 환원하는 사회적 재분배 정책이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의 발전으로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시간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노동자의 자유시간이 아니라 자본의 이윤 확대에 귀속되고 있다. 따라서 생산성 향상의 성과는 임금 삭감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자유시간 확대를 통해 노동자에게 환원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원칙은 실질임금을 유지한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 삭감이나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진다면 그 본래의 의미는 사라진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노동자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노동시간은 줄이되 생활 수준은 유지하는 것이 핵심 원칙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필요한 것은 정년 연장이 아니라 생애 노동시간 단축이다. 이는 퇴직 시기를 앞당기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애 전체를 기준으로 노동과 자유시간을 새롭게 배분하는 사회적 원칙이다. 노동자는 일정 기간 인간다운 노동을 수행하고, 이후에는 공적연금과 사회보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아야 한다. 생애 노동시간 단축은 청년과 고령 노동자의 이해를 조화시키는 대안이기도 하다. 노동시간과 생애 노동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면 신규 채용이 확대되고 세대 간 일자리 경쟁도 완화될 수 있다. 이는 청년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고령 노동자에게는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난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는 기반이 된다.
결국,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애 노동시간 단축은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자의 자유시간과 삶의 질 향상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재분배 전략이다. 고령화 시대 노동운동이 제기해야 할 요구는 더 오래 일할 권리가 아니라, 더 적게 일하면서도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이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노동정책과 사회보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2. 공적연금 강화와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애 노동시간 단축이 실질적인 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공적연금과 사회보장체계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노동자의 생애 노동시간을 줄이면서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려면 노동시장 밖에서도 안정적인 소득과 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공적연금은 단순한 복지정책이 아니라 노동시간 단축과 정년 단축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기반이다.
정권은 정년 연장의 근거로 ‘정년’과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사이의 소득 공백을 제시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노동 기간이 짧은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체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해결해야 할 대상은 정년이 아니라 공적연금과 사회적 소득보장체계이다. 공적연금은 노동자가 창출한 사회적 부를 노후에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권리이며, 조기 지급과 적정한 소득 보장은 장기간 노동을 강요하는 구조를 완화하는 핵심 조건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평균수명의 연장은 더 오래 일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더 긴 노후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장수의 부담을 개인에게 떠넘길 것이 아니라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사회연대의 원칙이 확립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주거·의료·돌봄 등 사회적 재생산 영역에 대한 국가 책임도 대폭 강화되어야 한다. 공공주택 확대, 의료와 돌봄의 공공성 강화, 보편적 사회서비스와 사회안전망 확충은 노동자가 노동시장 밖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이는 노동을, 생존을 위한 강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사회적 활동으로 전환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결국, 노동시간 단축,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는 서로 분리된 정책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사회전략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하고, 공적연금은 노후소득을 보장하며, 사회보장은 인간다운 삶의 물질적 토대를 마련한다. 이 세 가지가 결합될 때 노동자는 평생 노동에 예속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시간 주권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고령화 시대 정년 연장 중심 정책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대안이 된다.
3. 노동시간 재분배와 청년 고용 ― 세대 간 경쟁을 넘어 계급적 연대로
고령화 사회에서 청년 고용과 정년 연장은 대립적인 문제가 아니다. 정권과 자본은 정년 연장을 추진하면서도 청년 일자리 감소를 우려하는 담론을 생산하지만, 이는 청년과 고령 노동자를 경쟁 관계로 설정해 노동시장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이 직면한 문제는 세대 간 경쟁이 아니라 노동과 고용이 불평등하게 배분되는 구조에 있다.
오늘날 청년실업과 고령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은 동일한 구조적 모순의 결과이다.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음에도 노동시간은 충분히 단축되지 않았으며, 일부 노동자는 과잉노동에 시달리지만, 많은 청년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는 노동력 부족이 아니라 노동시간과 고용이 자본의 이윤 논리에 따라 배분된 결과이다. 따라서 청년 고용 확대의 핵심은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의 사회적 재분배에 있다. 생산성 향상의 성과를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전환하고 이를 신규 채용 확대와 결합할 때 청년 고용과 고령 노동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노동시간 재분배는 생애 노동시간 단축과 결합될 때 더욱 효과적이다. 노동자는 일정 기간 인간다운 노동을 수행한 뒤 공적연금과 사회보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받아야 한다. 이는 고령 노동자에게는 존엄한 은퇴를, 청년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사회 진출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적 재분배 전략이다. 또한, 공적연금 강화와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는 노동시간 재분배를 뒷받침하는 필수 조건이다. 안정적인 노후 소득과 사회보장이 보장될 때 노동자는 생계를 위해 장기간 노동을 지속할 필요가 줄어들고, 노동시간 단축으로 창출된 일자리는 청년층에게 더욱 안정적으로 배분될 수 있다.
결국, 청년과 고령 노동자를 대립시키는 세대 갈등론은 노동자계급 내부를 분열시키는 이데올로기적 담론에 불과하다. 노동자계급이 제시해야 할 대안은 노동시간의 사회적 재분배, 생애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국가 책임 확대를 결합한 사회적 전환이다. 이러한 전환만이 청년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고령 노동자에게는 존엄한 노후를 보장하고, 생산력 발전의 성과를 노동자계급 모두가 공유하는 새로운 사회적 질서를 구축할 수 있다.
4. 퇴직자노조와 생애 주기 노동운동의 구축
고령화 사회에서 노동운동은 더 이상 현직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만을 중심으로 머물러서는 안 된다. 노동자의 삶은 취업 이전, 현직 노동, 은퇴 이후까지 이어지는 연속된 과정이며, 노동운동 역시 이를 포괄하는 생애 주기 노동운동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현재 노동조합은 현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어 퇴직과 동시에 노동조합과의 관계가 단절된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노후 소득 보장과 사회서비스가 충분하지 않아 많은 퇴직 노동자가 다시 불안정 노동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노동운동 역시 노동 이후의 삶을 핵심 의제로 조직해야 한다. 이를 위해 퇴직자노조는 친목 단체나 복지조직이 아니라 은퇴 이후 노동자의 권리와 인간다운 삶을 위한 노동자계급의 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 현직 노동조합과 연대하며 공적연금 강화, 노인 빈곤 해소, 의료·돌봄의 공공성 확대, 주거권 보장 등을 핵심 과제로 제기해야 한다. 생애 주기 노동운동은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생애 노동시간 단축을 바탕으로 노동자의 삶 전체를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을 지향한다. 청년·현직·퇴직 노동자를 하나의 계급적 공동체로 연결하고, 노동운동의 영역을 노동시장 내부에서 사회적 재생산 전반으로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퇴직자노조의 건설과 생애 주기 노동운동은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라 노동자의 권리를 생애 전체로 확장하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전략이다. 이는 고령화 시대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며, 노동시간 단축, 공적연금 강화, 사회적 재생산의 공공성 확대와 함께 노동자계급의 미래를 여는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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