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여름은 앞으로 살아가야하는 여름 중 가장 덜 더운 여름일 될것이라고 한다.
더위의 끝이 보이지 않는데,
무더위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걱정반 투정반으로
우리는 907기후정의행진을 말해야했다.
(참 이상하다. 아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찬이슬이 내린다는 백로가 와도 한여름 보다 더운
이런 이상 기후를 걱정해야하는데 우리는 벌써 더위를 걱정하며, 근본에 멀어져 있다.
2022년 924기후정의행진, 2023년 923기후정의행진에도 참여했지만 2024년 907기후정의행진에는 더 의미가 깊다.
작년엔 날다를 졸업하고 청년일경험드림사업에 참여하고 있었던 청년과 동행을 했고,
올핸 한번 다녀온 청년이 졸업생인 유준에게 권유를 하여 함께 가게 된 것이다.
그런 중 학생들에게도 기후정의행진이란 의미를 알리고 갈 사람은 동행해도 된다고 말했더니 두명이나 따라 나선것이다.
그러니 날다에서는 5명이 함께 907기후정의행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짬을 내어 피켓도 만들고
준비물도 좀 챙겨 서울로 향했다.
그리고, 의논하여 자유롭게 부스에 참여하고, 본행사가 시작되면 모여 앉기로 하였다.
숙제는 딱 하나, 눈에 띄는 피켓 2개, 많으면 3개 정도를 뽑아서 나눔을 하자.
자기의지와 상관없이 언니 따라 점심을 먹지 않고 있는 아이가 계속 신경이 쓰였지만
성가시거나 불편하거나 하면 둘이 얘기를 나눠 나에게 전달이 될것이라고 생각했다.
중간 중간 괜찮냐고 물어보는 것 외엔 별루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섬세하고 생각이 많고 감정이 잔바람이 많은날의 파도 같은 시기의 아이들이라
그냥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내가 볼수 없는 것도 보는 눈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걸 잘 나눠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고 생각했다.
차치하고,
자본주의의 메카라 할 수 있는 강남사거리에서 우리는 오후시간 내내를 보냈다.
높은 빌딩숲이 아스팔트에 앉아있는 우리에게 일찍 그늘을 만들어 주어 고마운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했다.
부자동네 강남은 한쪽 차선을 온전이 양보하지 않았다.
한쪽 차선의 일부만을 우리에게 내어주고, 나머지는 차가 다녔다.
그러다보니 부스는 참여하기 어려웠고, 사람들의 줄도 더 길게 늘어서게 하여
본행사 때는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아 그냥 더위를 버티며 우리끼리 쫑알쫑알 재미를 찾아야했다.
이제 행진의 시간이다.
강남사거리를 지나 삼성역까지를 걷는 동안은 바람도 간간히 불어와 괜찮았고
중간중간에서 준비해 온,
청소년들의 풍물패들의 놀이와 트럼펫, 클라리넷?, 호른 등 브라스의 향연이 벌어지고도 했다.
초등학생들의 무리는 패트병에 콩을 담아 소리를 내고, 호루라기를 불며 발을 맞춰 걷게 했다.
나는 그날 뿔뿔히 흩어져 지구의 위기를 한뼘씩이라도 늦춰보려는 사람들과 연대했고
이 거대한 사람들의 무리 속에 개개인의 거대함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좋았고
무더위 속에서 힘이 빠질 때, 브라스 소리가 풍물소리가 마이크의 높은 구호보다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위로를 받았다.
함께 했던 아이들도 그랬기를 바랐다.
(다녀와 나눔을 했어야 했는데 늦은 귀가를 문제삼아 바로 집에 보내고
졸업한 청년들과는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날 학생 중 한명은 엄마가 와서 짐을 싸갔고, 나머지 한명과는 차분히 또 다른 이야기를 나눴음.)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는 꺼내지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