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성탄절에는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행사가 두 곳에서 연이어 열렸다.
낮 시간에는 긴 세월동안 ‘소망을 찾는 이’의 김용삼목사가 이끌어 온
‘성탄 나눔 홀리몹‘이 새꿈공원에서 열렸고,
오후에는 '성민교회'에서 마련한 주민을 위한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렸다.
공원에서 열린 ‘성탄 나눔 홀리몹’은 SNS에서 모인 많은 분들이 동자동 쪽방촌으로 몰려 와
공연을 보여주며 각기 준비한 선물을 전해주는 행사였다.
'성민교회'의 성탄공연에서는 ‘시냇가 푸른나무교회’ 신용백 목사의 좋은 말씀도 들었다.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석 같은 사람이 되라고도 하였고.
마디 마디마다 어둠에 쌓여 있지만, 푸르름을 잃지 않으며 꺾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살라고도 하셨다.
'성민교회'에서도 콘서트가 끝난 후 도시락을 비롯하여 김과 스팸이 든 선물을 나누어주었지만,
공원에서 열린 '성탄나눔 홀리몹'에서 전해 받은 선물은 또 다른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 날따라 날씨가 너무 추워 공원에 나온 주민이라고는 칠 팔십명 정도 밖에 되지않았으나,
제각기 선물을 들고 몰려 온 사람은 200여명이 넘었다.
공연을 지켜보기도 곤욕스러웠지만, 공연하는 분을 비롯하여 함께하는 분들의 고생도 이만 저만 아니었다.
사회보는 여성은 추워 칭얼대는 아이를 들쳐업고 사회를 볼 정도였다.
다행스럽게, 따뜻한 실내에서 열린 '성민교회'의 성탄 콘서트는 찾아 온 주민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새꿈공원'에서도 어렵사리 공연을 끝낸 후 사랑의 선물을 전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공원에 나온 주민들이 적어, 선물을 전해 주지 못한 분들은 쪽방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주는 사람마다 선물이 다 다르니 마음에 들던 안 들던 복지복대로지만, 받은 선물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으나, 받은 선물로 다시 선물하는게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풀어보니 털실로 짠 무릎덮게와 팔 장갑인데, 여성용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그 이튿 날 정영신씨께 전해 주려 녹번동으로 달려갔다.
대뜸, 선물이라며 내밀었더니 뭔지도 보지 않은 채 입이 쩍 벌어졌다.
술 취하면 별 알랑방귀를 다 뀌지만,
평소에는 사랑한다는 말 조차 쪽팔린다고 여길 정도로 애정표현을 못하는 인간이다.
더 웃기는 것은 이 나이가 되도록 선물 한 번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선물타령을 하기도 했으나, 가족은 한 몸이나 마찬가진데,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는 게 어디 있냐고 둘러대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다닌 것이다.
도통 씨알이 먹히지 않으니 포기한 지 오래 되었는데, 느닷없는 선물공세에 놀라 자빠진 것이다.
정영신씨가 그토록 선물을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다.
선물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진, 글 / 조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