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 오늘로 마지막 날이다. 마지막 가는 해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부부 동반으로 강화 덕포리로 해돋이와 해넘이를 보기위해 5쌍의 부부가 함께 했다. 민박은 사전 예약으로 넓직한 2층 방으로 11명이 자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11시 인천을 출발하여 흥왕리의 토가집에서 곤쟁이 순두부해장국 집으로 향하였다.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앞차를 따라가 보니 옛날에 한번 왔던 그 집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 추운데도 불구하고 식당 안에 자리를 잡고 따끈한 토장국을 먹고 있었다. 입맛이 저절로 군침이 돌았다.
우리 일행도 주문을 하고 집안에 전시된 옛 조상들이 사용하던 민속자료 전시물을 관람하였다. 물론 옛것은 조상들의 얼이 깃든 물건들로 애완이 서린다. 마침 우리의 국밥이 나왔다. 춥던 몸은 금방 훈훈해지며 맑은 공기와 함께 몸에 활기를 얻는 것 같았다.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며 맛있게 먹었다.
숙소로 돌아와 여장을 풀고는 덕포리 어시장과 갯벌로 나아갔다. 바닷바람이라 매서운 추위가 몸을 움츠리게 하였다. 추운 줄도 모르고 도시의 복잡한 거리보다 한적하고 넓은 갯벌을 바라보니 마음이 시원하고 더 넓은 시야를 볼 수 있었다. 어시장에 들어가니 이곳 저곳에서 우리를 부르는 호객행위를 하였다. 우리는 대명호란 가게에서 해를 떠서 찌개거리와 함께 숙소로 배달을 식혔다.
남자 친구들과는 동검도로 갔다. 동검도는 강화 본도와 연결된 작은 섬으로 촌락이 형성된 작은 섬이다. 역시 이곳에도 펜션이 이곳저곳에 들어서 있었다. 마치 촌락이 아니라 번화한 콘도 촌을 연상하게 하였다. 이곳을 나와 다시 한성 조경 사업장으로 갔다. 다양한 조경 사업을 하는 하나의 기업체이다. 다양한 정원 형태의 모양을 만들어 전시하고 있어 매우 아름다웠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서산으로 넘어가는 해돋이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서산으로 지는 갑오년의 마지막 해를 보며 금년에도 우리가족들과 친척, 친구들과 건강하게 즐겁게 생활하게 해준 데 감사하는 마음을 빌었다. 특히, 나는 40여년전 헤어진 수남의 옛 제자들을 만나게해 준데 대해 더욱 고맙다는 마음을 빌며 숙연해졌다. 이들과 인생의 동반자의 한 축으로 이어준 갑오년이 뜻 깊은 해이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해와 매운탕으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밖은 어둠 캄캄했다. 거실에는 노래방 기계가 있었다. 노래를 부를 줄 몰라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른다, 차라리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푼 마음이다. 한쪽에서는 고스톱이 벌어졌다. 고스톱을 구경하면서 몇 사모님들이 노래를 흥겹게 부르고 있있다. 9시가 넘어서는 완전 노래방으로 변했다. 내 차례가 되었다. 노래 제목도 모르는데 집사람이 좀 노래를 부른다. 아주 쉽고 부로기 좋은 곡으로 선택하여 집사람이 부르는데 흥얼거리며 내 차례를 때우고 말았다. 노래를 계속 자유롭게 이어 부르며 시간을 보냈다.
밖을 내다보니 많은 차량들이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인근 숙소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붐볐다. 이 모든 사람들도 가는 해의 아쉬움과 새로 맞는 해의 각오를 다지기 위함이라는 것을 짐작이 간다. 이는 하나의 우리민족의 정서로 토착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틈을 내어 친척들과 친구들, 옛 교직 동료 및 초중고 대학 동창, 제자들에게 새해 건강과 행복을 비는 문자의 안부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는 순간 그들과의 옛 정을 생각하는 계기를 나에게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자녀들에게도 행복과 건강을 비는 문자를 보냈다. 보냄과 동시에 전화로 문자로 금방 답장이 오니 정말 마음속으로 흐뭇했다.
어느덧 제야의 종소리가 들릴 시간이다. 텔레비전에서 열부터 거꾸로 세워 제야의 종소리를 카운트하였다. 년도가 바뀌는 순간이다. 갑오년에서 을미년으로 넘어갔다. 아 이제는 80을 향해서 달리는 시점이 되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세월은 참 빠르게 지난다. 70km의 속도로 고장도 없이 달린다.
을미년을 맞아 나는 사자성어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을 소개하며 꼭 실천하고자한다. 이는 실버를 중심 대상으로 한 사자성어 해석이다.
盡(다할진)으로 자신이 처지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이다. 다른 의미로는 땀 흘려 운동을 해서 건강을 다지라는 의미이다. 人(사람인)은 인간으로서 인간관계를 잘 맺고 실천하라는 의미이다. 事(일사)는 사회활동에 충실하고 봉사하는 일에 솔선수범하라는 의미이다. 待(기다릴대)는 머리를 써가며(뇌 개발) 생활하라는 의미이다. 天(하늘 천)은 천박하게 술을 먹지 말고 하늘을 우러러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적당히 처신하라는 의미이다. 命(목숨명)은 명대로 살려면 식생활습관을 잘 지키라는 의미이다,
선인들이 말하기를 후회하지 않을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나간 일들을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있는가? 엎어진 물이 아닌가? 앞으로는 생각하고, 봉사하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생활해야겠다는 굳은 마음을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