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날도 다 가고 한가한 날이다. 출근시간 딱 맞춰 가까스로 학교에 도착 했다. 오늘도 아이들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내게 왜 이제 오냐며 내 가방과 차 열쇠를 하나씩 빼앗아 들고 계단을 올라간다. 빼빼로 데이라고 말만 꺼내도 학교로 사 들고 올까봐 아무 소리도 안했는데 내 책상 위에 빼빼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내가 못살아. 저걸 다 어찌한다? 급식을 먹이려면 있는대로 다 나눠주면 안된다. 감질나게 맛만 보여야 한다. 두 명에 한 통씩 나뉘주며 짝지랑 같이 나눠 먹으라고 했다. 한 통에 열 한개씩 들어있는 빼빼로를 하나씩 하나씩 나눠 먹다가 남은 하나는 분질러 또 나눠 먹는다. 먹은 것 보다 몇 배나 남은 빼빼로를 가리키며 저건 어쩔거냐고 묻는다. 매일매일 우유 먹을 때마다 나눠주면 흰우유가 아니라 쵸코우유를 먹는 게 되니까 더 좋지 않겠냐고 했더니 안심하는 눈치다. 우리 반 엄마들은 과자를 보내도 모든 친구들이 다 먹을 만큼씩 보내 주신다. 그걸보고 다른 반 선생님이 우리 반은 부잔가 보다고 말한다. 부자지. 마음씀이 넉넉한 부자!
퇴근하고 내성적 싸롱 호심에서 일러스트 수업을 받았다. 마치자마자 야소주반에 왔다.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온 5과부장 총각과 일러스트 강의를 한 내성적 싸롱 호심의 밥장과 실장, 그리고 삼문당카페 사장님가족들도 같이. 가족 같은 사람만 올 수 있는 키친 파티란다. 식구들만 드나들 수 있는 부엌에 간이의자를 펴고 앉아 맥주 한상자, 소주 열댓병을 비웠다. 우리 부부는 12시 조금 전에 일어섰다. 버티다 버티다 한계가 와서 먼저 일어났다. 5과부장과 나머지 사람들은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