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129. 또 다른 일 (만남 3)
그 동안 배워서 알고 있는 말을 모두 들어보기로 한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환영합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배 고파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괜찮아요.
맛있어요. 아파요. 예뻐요. 더워요. 어디 가세요?......
아마 그 밖에도 개개인이 아는 말들은 훨씬 더 많을 것 같다.
그들이 하는 말의 뜻을 이해하는지 하나하나 영어로 되물어 본다.
-감사합니다. Thank You. -배 고파요 I`m hungry. - 맛 있어요. Delicious. -괜찮아요. No thank you.
" 응? " 내 눈이 커진다. 어떤 경우에 그 말을 쓰는지 예를 들어 보라고 다시 묻는다.
"누가 먹을 것을 주었을 때 받지 않고 인사만 할 때 괜찮아요 라고 한다." "아, 그것도 그렇긴 하구나!"
나는 일반적인 경우를 예를 들어 다시 설명해 준다.
"누군가 길에서 넘어졌다. 그 사람에게 뭐라고 묻는가? Are You OK? 라고 묻는다. 괜찮아요? 라는 물음이다.
그러면 그 사람이 I am OK라고 대답한다. 그것도 괜찮아요.라는 대답이다. NO Thank you의 경우보다는 I am OK 가 더 많이 쓰이는 말이다.
나는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서 소리글이 되는 이치를 칠판에 써 가면서 설명한다. 그들은 내가 나누어 준 자료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맞추어 간다. 자음과 모음의 발음기호를 찾아서 조합하느라 끙끙거린다. 아무래도 자음과 모음을 익히고 나야 수월 할 것 같다.
나는 가수 송창식을 떠 올린다.
유명한 가수의 이름이 Song이라고 하고 가나다라마바사아 자차카타파하 에헤~ 까지를 신나게 손뼉을 치며 부르고 다같이 하자고 한다.
가나다라마바사..자차차차차차까지를 얼버무리고나서 에헤~는 엄청 크고 신나게 손뼉을 쳐가며 불러 댄다.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 글자가 되고 자음이 받침이 될 수도 있다는 것까지 일러준다. 아직은 서투르지만 모두가 열심이다.
마부하이는 필리핀 고유언어로 welcome이란 뜻이다. 한글로도 마부하이를 쓸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해 한다.
열심히 설명을 하다가도 좀 지루하다 싶으면 곧 바로 가나다라마바...에헤~로 손벽을 치며 장단을 맞춘다.
에헤~ 그들은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지만 에헤~는 아주 큰 소리로 즐겁게 불러댄다. 그 표정이 영락없는 개구쟁이 소년들 같다.
첫 단어로 나는 하느님을 가르쳐 본다. 그들이 수사님이니까.
공부할 때 앉는 자리는 바꾸지 말게 하고 번호를 준다. 그들의 이름이 내겐 너무 어렵고 낯설다. 번호와 얼굴을 기억하는 게 내겐 더 쉽다.
공부가 끝난 뒤에도 제멋대로 가나다라를 웅성거리며 나간다. 내가 나누어 준 자료를 보물처럼 안고 다닌다.
첫댓글 나는 특히 어문학에 소질이 없어
외국어 공부가 어렵더군요.
나는
영어영문학과
뭐 알고 다녔나
톨스토이
섹스피어
햄릿
영시
국어도 제대로 모르는 놈이 영어한다구
영문법은 대학 동기 선후배에게 박사 칭호를 받었지요
영문법 초급 중급 고급 1학년 2학년 3학년 6학기 학점 따느라 엄청 고생들 했지요
난 어학도 빵점이어유!
국어도 그렇고 영어는 더더구나 마이나스 빵점이고유!
그런데 국민학교 선생시절 고학년인데도 문자 미해득 어린이들은 내가 이찌방으로 해결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