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추석 차례상을 간단하게 차린 후 친정으로 출발했다.
역시 추석은 민족의 대명절이다.
이 도시의 외곽을 벗어나는데 만 평소보다 30분 이상 지체된다.
하늘에는 회색빛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다닌다.
즐거운 기분으로 긴 터널에 들어섰는데 저 앞에 앞서가던 차량이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한다.
대단하다. 터널 중간에서 차선 변경이라니.....
"아마 저 사람은 좋지 않은 운전습관을 가진 사람이라서 또 변경할 것이다"라고 남편에게 말하는 순간, 역시나 다시 1차선에서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1차선으로 변경한다.
꼴불견이다.
남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친정이 있는 도시의 입구다.
8차선이 꽉 차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차량의 흐름이 엄청 느려진다.
12시까지 도착한다고 했는데 벌써 30분이 더 경과됐다.
지금 친정에서는 부모님과 세 동생 부부, 조카들이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마음이 바빠진다.
그런데 앞을 보다 웃음이 빵 터졌다.
좌회전을 위해서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하려던 승용차가 좀처럼 끼어들 틈이 생기지 않자, 계속 좌측 깜빡이를 켠 채 가고 있다.
그때 갑자기 뒷좌석 창문이 내려가더니 두 팔이 차창 밖으로 쑥 나와서 두 손으로 싹싹 빈다.
그러자 너그러운 1차선의 운전자가 잠시 멈춰 선다.
그 틈에 2차선의 그 차량이 1차선으로 끼어든 후 차창 밖으로 나온 손이 다시 엄지손가락을 쑥 치켜들고, 그 차량은 좌회전에 성공한다.
흐뭇한 광경이다.
친정에서는 조금 늦게 도착한 우리를 모두 반겨준다.
96세의 아버지께서는 큰 변화 없이 그만하신데, 비교적 건강하셨던 91세의 엄마께서는 요즘 어깨가 많이 아프시고 다리 힘도 빠져서 걱정이라고 하시니 안타깝고 걱정스럽다.
오랜만에 본 조카 수현이는 몰라보게 멋있어졌고, 조카 결이는 내년 5월로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한다.
또 동생의 예쁘고 귀여운 외손녀 재이도 증조 외할머니 댁에 같이 왔다.(재이의 조부모께서 코로나에 감염돼서 친가에는 못 갔다고 한다)
우리 4남매가 모인 친정의 추석 상은 항상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한데, 이번에는 어깨 아프신 엄마께서 음식 장만을 전혀 못하겠으니 동생댁에게 아주 간소하게 차리라고 하셨다는데 예전처럼 다양하게 준비했다.
직장인인 동생댁이 엄청 고생했을 것 같아서 고맙고 미안하다.
우리는 입을 모아 앞으로는 정말 초간단하게 차리자고 했다.
부모님께서 기다리시니 가지 않을 수도 없고, 앞으로 동생댁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아버지와 엄마께서 사시는 날까지 건강하시고 즐겁게 지내시기를 간절하게 바라며 집으로 왔다.
#오늘 아침 과일 샐러드
#평범한 일상
#추석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