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전시는 2021. 11. 15(월) ~ 2022. 1. 15(토)까지 두 달 간
* 글씨21 온라인 갤러리에서 온라인 전시로 개최됩니다.
* 온라인갤러리:http://geulc21.com/review/view.html?tname=b_review&idx=35
[고문]
23회박용설
[명예회원]
김수만 신주철 이길환(월림)
[출품회원]
강영자 강태언 구도희 김남철 김덕자 김성자 김순호 김애자 김영기 김외자 김인순 김종호 김찬호 김창한 김형원 남두기 민경희 박상림 박원제 박철수 백계완 백기천 옥용대 우종순 원준수 유순이 유승진 이길환(산전) 이돈섭 이명자 이상세 이상진 이성곤 이승우 이양기 임선옥 정복자 정영태 정일석 정종명 조경화 조영환 채영란 전유진 최홍규 하수연 홍재범 홍종찬 황순용
-----------------------------------------------------------
2021년 고윤서회 노자전은 노자 「도덕경」을 읽고 느낀 점을 작품화한 것이다. 서예란 문자를 조형화하는 예술로 인문정신이 강조된다. 인문이란 인간이 그리는 무늬다. 무늬는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계속 변한다. 세계와 인간 사이의 관계문제를 따져보는 것이 인문학이다.
초민(艸民) 박용설(朴龍卨, 1947-) 선생의 서예관은 인문과 예술 실천을 통한 합일에 있다. 그는 문 자에 대한 이해와 필법의 연찬(硏鑽)을 통해 예도(藝道)를 함께할 것을 강조했다. “글자의 기본구조를 이해하려면 부수를 알아야 한다. 문자의 어원을 통해 문(文)과 자(字)의 함의(含意)를 알 수 있다. 문자를 바탕으로 서법의 연마를 통해 화면에 펼쳐내는 것이 서예이다.” 이는 초민 선생님이 후학들에게 늘 들려주는 말이다.
고윤실(古胤室)이란 옛것을 법으로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란 의미로 초민 선생님의 당호이다. 고윤서회는 1996년 11월 2일 고윤서학회전(古胤書學會展)으로 출발했다. 이어 고윤서회(古胤書會)로 명칭을 변경하여 1998년 제1회 고윤서회전(古胤書會展)을 시작으로 16회에 걸쳐 서울 예술의전당, 김해, 원주, 중국 북경(北京) 등에서 전시했다. 지금까지의 고윤서회전 특징은 크게 서체전(書體展)과 명언명구전(名言名句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서체전(書體展)이다. 전 · 예 · 초 · 해 · 행서와 한글서예의 임서와 창작을 선보임으로써 전통서예의 조형 특징과 심미관을 탐색했다.
둘째, 명언명구전(名言名句展)이다. 사서(대학 · 중용 · 논어 · 맹자)와 불교 선어(禪語), 한시(漢詩), 노자(老子)를 통해 경전과 문학작품에 내재된 사상을 탐색했다.
고윤서회는 학문에 대한 지적 탐구와 미적 탐구를 서예라는 형식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서예는 공간예술이지만 시간성을 강조한다. 공간에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고 추상적인 선(線)의 변화로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래서 끊임없는 연찬(硏鑽)을 요구한다. 서예의 기법에 대한 숙련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서예가 하나의 예술이라면 예술로서 서예가 표현해야 하는 것은 창조성과 독특한 감각이다. 어떻게 자신이 느끼는 세계를 필법의 기교로, 먹의 운용으로, 그리고 팔의 운용으로 구체화 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예는 단순히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익숙함 너머의 생경(生硬)함에 있다.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나를 진솔하게 담아내느냐에 있다. 그래서 노자(老子)는 고졸함의 극치로 대교약졸(大巧若拙)을 말했다. 최고의 기교는 서툰 것처럼 보인다. 이 말은 익숙함 너머의 꾸미지 않는(不巧) 자연스러운 경지를 말한다.
노자사상의 핵심은 유무상생(有無相生)이다. 노자는 양극단의 조화통일을 통해 새로운 존재가 형성 된다고 했다. 미추(美醜) · 선악(善惡) · 난이(難易) · 장단(長短) · 고하(高下) · 전후(前後) 등의 관계와 변화는 무궁무진하며 서예가 현묘(玄妙)한 예술로 일컬어지는 것은 이들 양극단의 대대(待對)와 조화통일에 의해 이루어지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예술과 미의 관계는 다양하게 열려있다. 여기에는 고전 예술이 배제하던 추함이나 일상성의 아름다움도 진지한 구성원으로 포함될 수 있다. 예술사에서 미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이 있었던 적은 없다. 예술은 이미 확립된 미를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미의 관점을 탐구하고 제시하는 과정이다.
가을이 짙어가고 있다. 여름내 푸르던 잎사귀는 형형색색으로 떨어진다. 그 나무는 다시 생명의 원천이 된다. 2021년 고윤서회 노자전은 당시 노자에서 얻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고윤서회 회원들은 서예와 함께 꾸준히 경전 강독을 해왔고, 경전 속에 담긴 의미를 작품에 담아내고 있다. 고윤서회는 앞으로 노자에 이어 장자(莊子)와 동서고금 명현(名賢)들의 이야기를 찾아 서예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