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강은 우리가 생활 속에서 쓸 수 있는 산 약초로(가지차), 숲에서 가을 가지를 모았는데 그 이유는 영양분이 모인 가을 가지를 찾기 위해 10시에 양산 사송 숲길에 모였다. 샘께서는 숲에 오시면서도 다른 숲에서 가져오신 생강나무와 감태나무를 한 아름 안고 오셨다. 사송 숲에는 생강과 감태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들 가지차에는 생강, 감태, 뽕, 다래, 비목, 칡의 가지가 들어갔다.
가을나무는 갈무리를 하는데, 그냥 잎을 마구 떨구지 않고 가지로 거둬들인단다. 식물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겨울은 땅도 얼고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광합성을 멈추고, 쉼의 시간을 가지며 겨울 준비를 한단다.
뽕나무는 버릴 게 없다 하셨다. 질겨지면 덖음차 여린 건 나물로 먹는다. 서리를 맞은 뽕잎이 좋다고 하는데 날씨가 따뜻한 남부지방은 겨울이 돼야 서리 맞은 뽕잎을 생각할 수 있어 그때는 이미 잎들이 모두 떨어진 상태라 서리 맞은 뽕잎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고 했다. 마침 사송 숲에 알록달록한 뽕나무가 보여 조금 이른 감도 있지만 며칠 전 추웠던 걸 생각하며 효능이 있을 거란 선생님 말씀에 정성껏 가을 뽕잎을 따다 모았다. 잎 차로 최고라 한다.
선생님 말씀으로는 가지를 자르는 기준도 분명했다. 무작위로 자연을 훼손하며 자르는 것이 아닌 내가 우리 뒷산에 있는 나무를 가꾼다는 마음으로 그늘진 곳, 아랫부분이나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가지를 잘라준다고 하셨다. 또 만약 내가 가을 가지를 얻고 싶다면, 1년이 지난 가지에서 올라온 햇가지를 잘라 쓰면 좋단다. 왜냐하면 묵은 가지보다 햇가지가 양분이 많기 때문이다. 사람주나무의 예쁜 단풍도 보았고, 보랏빛 좀작살나무의 열매도 맛보았다.
모두가 특별하게 오래 기억했을 붉나무의 열매로 하늘샘께서 따로 우리를 위해 소금 열매를 가져오셨는데 너무 신기했다. 열매 자체가 소금을 만들어 동물이나 새에게 소금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자기 씨앗 번식을 한다고 했다. 사람이 소금을 먹듯이 동물도 그렇다 한다. 맛을 보니, 시고 짰다. 강원도에서는 소금 구하기 힘들 때 물에 녹여 끓여 이것을 소금처럼 썼다고 하니 붉나무는 참 재미있고 신기한 친구다.
혜림샘께서는 한동안 숲에서 나무를 복잡하게 감고 있는 다른 가지들을 치고 걷어내기를 반복하셨고, 선생님이 훑고 지나간 자리는 정리가 되면서 훤해졌다. 혜림샘덕분에 사송 나무들도 한결 숨통이 트였을 테다.
노란색 꽃의 이고들빼기, 지금 산에서 한창인 보라색 꽃향유, 구절초, 느릅나무, 다래를 닮은 노박 덩쿨도 보았다. 감의 시조인 고욤나무도 있었는데, 고욤나무는 감나무 잎의 단풍과 달리 나뭇잎 안쪽이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봄, 선생님께서 다래 하나는 꼭 알고 지나가야 한다며 강조하셨는데 가을 산에 와보니 또 달래라는 것도 알쏭달쏭할 뿐이다. 다래는 고급 나물로 묵나물로도 좋단다. 맛과 약성이 좋다는데 내년 봄에는 다래나무 하나쯤은 꼭 기억해봐야겠다.
9강은 가지차를 위해 각자가 모은 가지들을 들고 집으로 향했고 선생님 말씀은 차로 쓸 수 있게 가지를 물로 씻고 말려 단면이 최대한 보이도록 잘게 잘라 오자고 하셨다. 산 약초를 쉽게 뒷산에서 구할 수 있지만, 적절한 시기에 부지런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가을 양분이 양껏 모여 있어 사람 몸에 좋다는 우리가 채집한 가지차, 맛은 또 어떨지 다음번 수업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