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6일 일본의 오키나와
남정우
내 남은 생애에서 가장 젊은 날이 바로 오늘, 아님 지금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편의 생일을 기념하여 가족과 함께 태평양 하늘을 날아 오키나와에 있는 나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만난 낯선 여행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렌트카 회사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우리나라 차와 반대인 오른쪽 운전대를 잡고 의젓하게 운행하는 딸의 모습이 새삼 대견스러웠다. 달리는 차장 밖의 숨결은 맑고 깨끗하고 청조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운 작은 섬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우리나라 동해안의 해안도로와 비슷했다.
제주도 보다는 조금 작은 섬으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여행지라고 한다. 그곳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오늘’ 이라는 단어를 음미해 보며 건강하게 살아갈 내 남은 생을 저울질 해보았다.
얼마를 달려 호텔에 도착을 했다. 로비에 들어서자 파란 바다가 내가 선 그 자리에서 넓고 환하게 펼쳐져 있었다. ‘아, 너무나 아름답다’ 마음속 답답함이 한순간에 사라져 가는 것 같았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 역시나 짙고 푸른 혹은 연푸른 붉게 또는 검게 보이는 색색의 바다색을 띄운 물결이 출렁거렸다. 고희가 되었다고 여행을 잡아준 딸이 고마웠다.
석양이 바다에 몸을 적시며 사라져 가는 모습이 고귀해 보였다. 베란다로 나가 모래사장을 내려다보았다. 그 곳에 미니 웨딩을 할 수 있는 작고 아름다운 교회가 있었다. 아름다운 바다와 어우러진 예배당은 마치 천국의 한 곳 같이 아름답고 신성하게 느껴졌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커플들은 평생 잘 살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본식 저녁을 먹고 밤이 무르익도록 바다를 보았다. 그리고 내 마음속에 담은 사연을 다시 써보며 지워보기도 했었다. 파도소리에 소원도 빌며 감동과 감회로 자축하며 남은 시간도 오늘처럼 변함없기를 기원했다.
다음날 아침, 우리가족은 식당으로 내려갔다 주변에는 짙은 또 옅고 파란 물결이 잔잔하게 출렁거리고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이 물 속 깊이 잠겨 진 붉은 빛의 바다와, 신비스런 절경을 이루고 있는 식당에서 색색의 풍경을 바라보며 식사하는 곳이 세계에 몇 곳이나 될까 생각하자 참으로 잘 왔다는 마음이 들었다. 너무도 내 입맛에 맞는 이 지역 음식과 에메랄드 빛 바다가 어우러져 황홀한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가족은 딸 덕에 언제나 자유여행을 택했다. 손녀수지의 유창한 일본 말도 보고 싶었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다. 차에 타고 해안가로 만들어진 도로를 달리며 맑은 공기 속에 빠져드는 여행의 묘미를 맛보았다. 내 남은 생애 중 ‘오늘’이 존재하기에 오키나와에서 유명하다는 관광명소 순례 길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순례자가 된 듯 변해가는 일상도 새겨보는 시간도 되었다.
우리는 츄라우미 수족관에 도착을 했다. 중요도를 따지는 것조차 민망할 만큼 명실상부한 오키나와 관광대표라 말한다. 우리나라 tv 출연으로 인해 알려진 수족관이다. 이곳의 바다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 한 웅장한 스케일과 신비로운 비주얼을 통해 해양 상태를 경험할 수 있다. 태평양지역의 크고 작은 색색의 물고기들을 종류별로 잘 보관되어 있었다. 아주 큰 상어가 우리들 머리위로 달려 나올 듯이 보이기도 했다.
수족관을 돌아보고 우리 가족은 비세 후쿠기 마을로 갔다. 강풍에 강한 후쿠기 나무가 자라서 동화 속 장면을 연상케 하는 산책로가 생긴 지역이다. 오키나와는 태풍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에 태풍에 거뜬히 버티는 후쿠기나무를 심었다 한다.
그곳을 떠나 코끼리 코를 닮은 모양을 한 돌이 있는 만좌모로 향했다. 청명하고 푸른 바다는 석양 명소로도 유명해 일몰 시간대에는 멋스럽다고 한다. 붉은 노을 사이로 보이는 코끼리의 검은 실루엣이 오묘한 분위를 뿜어낸다고 쓰여 있다. 이토록 맑은 공기 속에 비록 코끼리 코와 많이 닮지는 않았지만 여행객을 즐겁게 해주는 하늘과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다.
우리 가족은 오키나와에서 유명한 아메리칸 빌리지와 국제거리를 둘러보며 여행을 마무리 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오늘’ 여행이 주는 즐거움은 매우 크다. 내일을 보장하기 어렵고 ‘오늘 이 순간’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적잖이 아쉽다. 그러기에 가족과 함께의 시간은 더욱 소중하다.
괴로움도 기쁨도 함께 어우러지는 여행은 보다 발전 하는 손녀 수지를 바라보며 위안을 가져야 한다. 항상 여행을 주선하는 딸에게 모든 영광과 고맙다는 말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
여행의 소중함을 안고 살아가는 ‘오늘’이 매우 고귀한 일이라 생각된다. 밝은 내일은 오늘도 나를 기다릴 것이라는 소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