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인심이 좋은집
작성자 : 김영순 2004-03-03
군청 소재지 읍내에 자리한 우리집은 우물이 있었다
수돗물이 나오기 전에는 집집마다 우물이 있는 게 아니므로
대문을 개방해 놓고 누구든지 물을 길러가게 하는 인심 좋은집이었다
우리집으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은 물 맛이 특별하게 좋아서가 아니다
바로 뒷집은 병원집 안채가 있었고 그 뒷집은 서장관사 였는데
그집들은 아마도 우리집 우물보다 수질이 훨씬 좋았을거라 생각된다
물맛 좋은집의 물을 안 긷고 굳이 우리 물을 애용 한것은
신작로 바로 옆에 있는 집이기에 골목 뒷편집들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그저 우리집 우물을 길어 갔을 수도 있고 아님 뒷집들은 문턱이 높은 집들이었고
우리집은 아버님께서 정치바람은 좀 타셨기에 선거를 대비하여
대문을 항상 개방했었는지도 모른다.
읍내에서 제일 큰 식당집도 우리집 물을 길어다 먹었는데 종일토록 물지게만 지고 다니던
물통전용 종업원도 있었으니 그 식당이 얼마나 물을 많이 사용했는지 짐작이 간다
우리 엄만 가끔씩 날더러 식당집에 가서 국밥을 얻어오라 큼지막한 남비를 주셨다
어린 마음에 어쩌다긴 하지만 것두 꼭 나만 시키니 멋적어서 심부름을 피하고도 싶었었다
하지만 식당집에 내가 가기만 하면 주인 아주머니가 깜짝 반기며 커다란 솥에서
기름기 동동거리는 국을 푸시고 고기며 파 마늘등등 양념을 듬뿍 그리고 밥까지 넣어주셨다
얻으로간 자체에 다소 기가 죽긴 했어도 집에와서 먹는 뜨근뜨근한 국밥 맛이란....
지금도 침이 넘어갈 정도다 그땐 꼭 얻어먹는 기분이 들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커다란 식당을 운영할 수있도록 물을 제공하는 우리집 이었으니
날마다 밥을 대먹은대도 마다할 처지가 아닌걸로 여겨진다
우리집엔 그 식당에서 제공하는 넙적한 누릉지가 항상 있었다
군것질,간식거리가 풍족하지 못하던 시절 이었기에
가마솥에 노르스름하게 눌어붙은 누릉지를 커다란 쟁반만한 크기 통채로 간식으로 먹을수 있는 것은
보기드믄 행운이었다. 헌데 ...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건지 ...?
우리집 우물 푸는 이야기를 하려고 앉았다가 갑짜기 맛있는 국밥과 파삭거리고 구수한 누릉지가 떠 올라
딴길로 새어 버렸도다 우물 소독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오늘의 추억일기는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