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동물원 셔터에 그려진 작품이 얼굴 없는 거리의 작가 뱅크시가 런던 시내에 아흐레째 출현시킨 동물 주제 시리즈의 아흐레째 마지막 작품임을 스스로 밝혔다고 BBC가 12일(현지시간) 전했다. 고릴라 한 마리가 셔터를 들어 올려 바다사자 한 마리와 새들을 놓아주는데 안쪽의 다른 동물들이 바라보는데 휘둥그레 뜬 눈만 표현한 재미난 그림이다.
지난 5일부터 매일 아침 런던 시내를 돌며 선보인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이다. 첫 날 염소 한 마리를 시작으로, 코끼리 두 마리, 세 마리 원숭이, 하울링하는 늑대, 펠리컨들, 고양이 한 마리, 물고기 떼, 마운팅하는 코뿔소에 이어서다.
런던동물원 대변인은 "완전 똑똑하다"면서 작품을 보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동물원의 동물운영국장인 대니얼 시몬즈는 "뱅크시는 런던 장면의 일부가 됐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상징적인 동물원 가운데 한 곳에서 그의 상징적인 지위를 공유한다니 정말 멋지다"면서 "그가 오늘 아침 우리의 정문 셔터를 이용해 믿기지 않는 그의 작품을 그렸으니 우리는 매우 영광스럽다. 절대적으로 똑똑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직원들은 뱅크시가 이 위치에 작업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몰랐다고 전하며 "오늘 아침 온 것이 왜 이렇게 흥분되는지 모르겠고, 뱅크시가 남긴 놀라운 수수께끼의 일부"라고 들떠했다. 경비들이 가림막 같은 것을 벽화 주변에 둘러 안전을 확보하려 하고 있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번 그림을 보존하겠다는 맹세는 앞선 여러 작품들이 제거되거나 부분적으로 지워진 일과 대조를 이룬다. 바로 전날 찰튼의 한 건물 담벼락에 코뿔소가 마운팅하는 것처럼 그려진 뱅크시 작품 아래 버려진 듯한 닛산 미크라 승용차와 그 보넷 위에 놓여 있던 교통 통제용 러버콘(고무원뿔)도 말끔히 사라졌다. 되레 그의 작품이 알려지자마자 스프레이로 흰색 달러 표시와 함께 승리의 "v" 자가 그려졌다.
해당 구의회는 "생각 없는 반달리즘이 정말 부끄럽다"고 개탄했다. 한 작업자가 웨스트무어 스트리트에 있는 벽화 위에 보호 커버를 씌우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아울러 문제의 승용차 보넷 위에 놓여 있던 러버콘이 왜 그렇게 놓여 있었는지, 누가 책임있는지 등은 밝혀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BBC는 뱅크시 팀으로부터 이번이 시리즈 마지막이란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보통 뱅크시는 매일 오후 1시쯤 인스타그램 계정에 포스트를 올려 자신의 작품임을 인정했는데 마지막 날은 아침에 발표해 색달랐다고 방송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