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725) - 자연이 숨 쉬는 명품 길을 걷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한여름, 나름의 설계로 건강하고 활기 있는 날들 누리시라.
태풍과 장마전선이 남녘을 관통하는 주말에 간간이 비 맞으며 걷기동호인들과 함께 평택의 들판, 정선의 계곡, 원주의 둘레길 등 중부지방의 명품 길을 순례하였다. 때마침 도서관에서 빌린 책, ‘인생의 품격’을 탐독하며 품위 있는 삶의 모습을 천착하는 기간에 찾은 자연의 숨결이 청아하여 한결 격조 높은 발걸음이 되었다. 세 곳의 명품 길 탐방기를 간추려 적는다.
1. 천사걷기와 함께 한 대동법의 발자취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인근의 명소를 찾아 걷는 천안의 천사걷기 7월 행로는 경기도 평택들판과 안성천을 거쳐 충청남도 성환에 이르는 삼남 길의 일부구간이다. 지난 토요일(7월 20일) 오전 10시 20분, 천안에서 올라온 천사걷기 회원들과 서울에서 내려온 한국체육진흥회 회원 70여명이 평택역에 모였다. 남녘의 강한 빗줄기와는 달리 중부지방은 다소 약한 비가 내리다가 평택에 이르니 우산을 펼치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 걷기에 지장이 없다. 체조로 몸을 푼 일행은 10시 반부터 한 시간 반가량 평택 시내를 두루 돌아 평택시 소사동에 세워진 대동법시행기념비 앞에 도착하였다.
대동법시행기념비는 경기도유형문화재 40호로 지정된 기념물로 조선 효종 시대에 영의정을 지낸 실학자 김육이 충청감사를 지내며 시범시행한 대동법의 성공을 기리기 위하여 세운 비석이다. 현장에 도착하니 경기문화재단 직원들이 일행을 맞아 대동법의 내용과 시행경위를 간략하게 설명해준다. 대동법은 공납의 불균형과 부역의 불공평을 없애기 위하여 가가호호 과세에서 토지 결당 부과하는 세제로 바꾸어 호서지방에서 시범실시 후 성공을 거두어 전국으로 확대되었다는 것, 평택이 그때는 충청도에 속한 지역이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경기문화재단에서 펴낸 책자, 경기옛길을 한 부씩 나눠주어 감사!
평택 소사리의 대동법 기념비 앞에선 동호인들
평택은 평야지대, 튼실하게 자란 벼 포기가 풍년을 예약한 듯 싱그럽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안성천에는 갯벌에서나 볼 수 있는 조가비 떼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점심은 들판가운데 자리한 대중음식점의 오리백숙, 중복을 이틀 앞둔 보양식이 푸짐하다. 점심 후 안성천변에 들러 조선시대 두 번이나 격전을 치른 소사벌 전쟁(한번은 1597년 정유재란 때 일본군과 명나라 군대의 접전에서 명군이 승리, 또 한 번은 1894년의 청일전쟁 때)터의 흔적을 살피고 천사걷기 멤버는 삼남길 따라 성환 쪽으로, 체육진흥회 멤버는 버스에 올라 강원도 정선으로 향하였다.
2. 임계 사통발달 시장의 밤도깨비 트래킹
오후 2시에 평택을 출발한 버스는 한 시간 반 여 평택 – 제천 고속도로를 경유하여 강원도 영월의 국도에 접어들었다. 강원도에 들어서니 낮 동안 멈췄던 비가 다시 내린다. 4차선의 잘 뚫린 국도를 한 시간여 달려 정선군의 산촌에 들어서니 해발 500미터 이상의 꾸불꾸불한 산길이 한 시간 넘게 이어진다.
오후 5시 넘어 도착한 곳은 정선군 임계면 임계 사통팔달시장의 여름 패스타 축제 장소, 100년 넘은 재래시장에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울려 무대의 율동을 즐기고 술과 안주로 입을 놀리며 흥청거린다. 접수처에서 등록을 하고 오후 5시 반부터 한국체육진흥회 멤버와 서강대학교 외국인유학생으로 이루어진 걷기 참가자들이 골지천길 트레킹에 나섰다. 이 행사의 주관은 임계사통팔달시장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단, 윤보현 단장이 트레킹 코스에 앞장을 선다.
임계 사통팔달시장을 출발하는 걷기 일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농촌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문화관광형 시장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선정된 임계면은 해발 5~600미터의 청정자연지역, 밤도깨비 트래킹은 아름다운 계곡을 트레킹 코스로 개발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이를 토대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함께 문화수준을 높이려는 현장관리자의 아이디어로 이루어진 기획이다. 트레킹 코스는 약 10km, 주관자와 함께 걸으며 그가 3년 여 이곳에서 체득한 산골생활의 현실과 지역주민의 의식구조 등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맨주먹으로 부딪히는 도전정신과 나름의 노하우가 대견한 그녀에게서 배운 한 수는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이르지 못한다.), 세상에 만만한 사람은 없다는 지론을 새기며 그가 뿌린 씨앗이 좋은 결실 맺기를 축원하였다. 그는 정선아리랑에 맞춰 임계에서 정선에 이르는 60km의 트레킹코스도 개발하고 싶단다. 이에 대한 조언으로 '걸으면 해결된다'는 고전철학의 명제가 있음을 소개하며 걷기와 연결한 행사기획이 적절함을 치하하였다. 골지천 길 트레킹 내내 비가 오다가 그치기를 계속, 산자락에 드리운 물안개가 선경이고 쑥쑥 잘 자란 고랭지 작물들이 풍요롭다. 온 땅이 이처럼 풍성하여라.
트레킹을 마치고 시장에 돌아오니 저녁 8시가 가깝다. 시장 안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자 산 상품권으로 가름한 식사비는 7첩 꽃밥상이 1만원이다. 식시 후 이어진 장기자랑이 흥을 돋우고 다수가 뽑힌 경품권도 인기, 동호인의 배려로 간이체중계를 하나 받았다. 밤 10시에 행사 종료, 산촌의 저녁이 고즈넉하다. 종일 강행군한 회원 여러분, 굿 이브닝!
3. 고을 향기 그윽한 원주굽이길
일요일(7월 22일) 아침, 전날 남쪽에서 소멸한 태풍 따라 그치는 줄 알았더니 창밖의 빗줄기가 제법 굵다. 오전 7시 지나 숙소 이웃의 식당에서 깔끔한 백반으로 아침을 들고 8시쯤 걷기코스가 다양한 원주로 향하였다. 전날의 오르막이 내리막이 되어 올 때보다 빨리 산촌을 벗어나 강릉 톨게이트를 거쳐 원주방면의 고속도로에 접어든다. 영서지방에 들어서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걷기가 가능할지 궁금, 원주의 안내자(박태수 회원)에게 전화하니 코스가 안전하다며 염려놓으라는 대답이다. 두 시간여 만에 원주 외곽의 목적지에 도착하니 박태수 회원이 일행을 반가이 맞는다. 그의 안내, 원주는 명품 도보여행의 치악산 둘레길과 사람과 자연이 만나는 원주굽이길이 유명하다며 오늘은 원주굽이길 제3코스를 걷는다고 일러준다. 곧바로 원주굽이길 제3코스의 임도에 들어섰다. 30여분의 오르막 지나 길게 이어지는 완만한 내리막길, 막바지에 있는 박경리의 소설 토지로 널리 알려진 토지문화관이 은은한 품격을 안겨주고 안개 자욱한 산골풍경이 운치를 더해준다. 걷는 내내 비 맞으며 두 시간여 만에 이른 점심장소, 맑은 동동주에 수육과 감자전 곁들인 막국수가 꿀맛이다. 원래는 점심 후 제3코스 남은 길을 더 걸을 예정이었으나 일기관계로 이에서 종료, 일행은 전용버스에 올라 서울로 향하고 나는 오후 2시 반 원주터미널 출발 청주행 버스에 올랐다.
원주굽이길 제3코스의 전망대, 원주시가지가 잘 보인다는데 비와 안개로 감상하지 못하였다.
주말 내내 명품 길 걸은 동호인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기회, 또 다른 명품 길에서 만납시다. 더불어 우리의 앞날도 명품 삶으로 이어지기를 빕니다.
첫댓글 최근 저희에게 가장 친근했던 도시 원주에 다녀오셨군요 사삭스럽지만 치악산의 맑은 공기도 그립습니다. 교수님 박경리의 토지 문학관을 둘러보셨는지요 찍은 사진이 있으시면 한 번 올려주심도 좋을 듯 합니다.(박경리님에 대한 발동하네요.)였어요.^^
장마기간에도 멈추지 않는 걷기 동호인분들의 열정이 부럽습니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셔서 다행이예요.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