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부부가 서울에서 찾은 '전원주택'-주택의 재발견 (11)
삶의 질에 가치를 두는 현대인이 늘면서 내가 꿈꾸던 집을 직접 짓고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택을 단순한 거주가 아닌 삶의 가치를 반영하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도 삶에 꼭 맞는 집을
찾고 있다면 '주택의 재발견'이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눈여겨보기 바란다.
조선일보 & Chosun.com 입력 : 2015.09.04 14:57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에서 은평터널을 지나 차로 5분쯤 가다보면 은평구 신사동 한켠에 산을 등진 조용한 주택가가 나온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나무가 우거진 언덕이 있어 공기가 좋고 주로 아파트, 주택, 학교가 있는 한적한 곳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여현진(35)·장수범(35)씨 부부는 올 2월 신사동 주택가에 40년된 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했다. 주택가의 가장 안쪽에 있는 집이라 뒤로는 수풀이 우거져있고 앞으론 동네가 내려다 보인다. 대부분 주택이 1~2층으로 낮고, 이웃간 담 역시 낮아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준다.
이런 곳에 보금자리를 만든 이유는 아이들을 자연 속에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내 여씨는 부산 해운대가 고향이라 바다를 보면서 자랐다. 남편 장씨는 진주 출신이라 대도시보다 여유있고 한적한 곳을 그리워했다. 하지만 일 때문에 쉽게 귀농을 결정할 수 없었다.
여씨는 “당장 시골에 내려가서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울 수 없다면 서울에서 시골과 비슷한 곳을 찾아보자고 마음을 먹었다”며 “지난 2~3년간 양평, 화성, 안양, 인천 청라, 송도 등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하면서 비교적 저렴한 지역을 계속 찾았다”고 말했다. 출퇴근 예행 연습까지 해볼 정도였다.
그러다가 들른 곳이 은평구 신사동이었다. 이곳이 딱 마음에 든 부부는 1층짜리 집을 포함한 대지 47평(155㎡)을 3억1000만원에 매입했다. 마당을 제외한 집 1층의 면적은 22평(73.9㎡)이다. 집의 천장을 뜯어내고 원래 있던 다락방을 침실로 개조하고, 마당에 있던 창고를 발코니로 바꾸는 등 개·보수 공사에 쓴 비용은 약 1억9000만원. 침대, 욕조, 싱크대 등 가구와 조명 가격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두달간 공사를 해 8월초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바꿨다.
마당은 세 살된 반려견 여름이와 아들 경엽(7), 딸 누리(4)가 뛰어노는 공간이다. 소형 자동차를 한 대 주차할 수 있는 크기다. 마당 옆에 장독대를 보관하는 역할을 하던 오래된 창고 위에는 나무를 깔아 발코니를 만들었다. 발코니에는 해먹을 설치해 햇빛을 받으며 낮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등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주 생활공간은 1층이다. 주방, 거실, 옷방, 욕실, 그리고 쇼핑몰을 운영하며 직접 제품 사진을 찍는 아내 여씨의 작업실 겸 스튜디오까지 모두 1층에 자리하고 있다.
주방에는 큰 창을 내 채광을 확보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면서 다이닝룸(거실 겸 식사장소)에 있는 아이들과 얘기할 수 있도록 탁 트인 공간을 만들었다. 식탁에 앉으면 주방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고,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동안에도 다이닝룸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방 옆에는 문이 있어 1층 발코니 겸 베란다로 바로 나갈 수 있다. 주방 바로 옆에 딸린 베란다에 캠핑 의자를 가져다놓고 바베큐 그릴로 고기를 구워먹기도 한다. 욕실에도 창을 내어 하루종일 햇빛이 스며들게 했다.
1층엔 여씨의 작업 공간과 사진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도 있다. 지방 출신인 부부는 아이들을 맡길데가 없어 3개월 때부터 사무실, 촬영장에 데리고 다녀야 했다. 그래서 부부는 향후 집에서도 필요한 촬영을 직접 할 수 있게 집 안에 스튜디오를 꾸몄다. 스튜디오라고 해서 대단한 장소는 아니다. 햇빛이 가장 많이 드는 방에 커다란 조명 한 개, 그리고 의자 등 소품을 몇가지 가져다 놓았다.
여씨는 “집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동시에 작업도 할 수 있는, 편안한 작업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나중에 아이들이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벽을 세우고 방을 만들어줄 계획도 세우고 있다.
침실은 윗층에 마련되어 있다. 이 집은 지하실이 딸린 1층짜리 집이지만 지붕 층고가 워낙 높아 복층 구조가 가능했다. 기존 집 주인도 지붕 밑에 다락방을 마련해 창고로 쓰고 있었다. 이들 부부는 1층 천장을 대부분 뜯어내고 복층에 부부 침실과 아이들 침실, 그리고 아이들 놀이방을 만들었다.
복층은 문이 따로 없어 하나의 공간처럼 쓰고 있다. 아이들 침대 옆에 있는 작은 창문을 열면 테라스가 나온다. 아이들이 구석구석 다니면서 뛰어놀기 좋다. 밤에는 앉아서 별을 보거나 새소리, 풀벌레 소리를 즐길 수도 있다.
편안함이 있고
더쉼하우스
쉼이 있는 집
여씨와 장씨는 함께 7년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공간을 꾸미는 감각을 길러왔다. 가구와 조명처럼 인테리어에 필요한 물건들은 발품을 팔아가며 직접 골랐다. 덕분에 인테리어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집안 곳곳에서 불을 밝히는 조명은 몇천원짜리 제품이다. 옷방에 설치하는 문이 생각보다 비싸자, 과감히 문을 떼어버리고 1~2만원짜리 커튼을 달아 가림막을 만들었다. 지붕이나 계단 밑의 자투리 공간은 창고 등 수납함으로 활용하되, 문 대신 1만원대 블라인드로 가렸다.
부부는 집에 ‘더쉼하우스’란 이름을 붙였다. 두 사람 모두 20대 후반에 힘들게 사업을 시작하고 또 아이 둘을 낳아 키우면서 수년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일해왔기에, 마음에 여유를 갖게 해주는 집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여씨는 “편안함이 있고 쉼이 있는 집을 원했다”며 “쉬엄쉬엄
여유을 찾아가면서 살자는 뜻에서 더쉼하우스로 이름 지었다”고 말했다.
☞<주택의재발견>에서 집을 새로 지었거나 고쳐 살고 있는 본인 또는 지인의 사례를 소개할 분을 찾습니다.
노후주택을 수리해서 나만의 집을 꾸민 건축주,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여러 가족과 함께 사는 새로운 주거형태를 실천하고 있는 건축주와 이런
주택을 설계한 건축가·디자이너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제보는 이메일(jenn@chosunbiz.com)로
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