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해 옹진군 승봉도 - 김재창의 팔도유람
눈부신 백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
노원신문 기사 입력일 : 2022-09-29
지리선생님 김재창의 팔도유람
승봉도는 인천과 가까운 거리로 힐링 여행지로 최적의 섬이다. 인천에서 남서쪽으로 39.8㎞ 지점에 있고 인구 150명(2016년), 면적은 2.22㎢, 해안선 길이는 9.5㎞로 작고 아름다운 섬이다.
일상 탈출과 휴식의 대상으로 섬은 특별한 여행지이다. 항구에서부터 섬여행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여행을 떠나는 날 신분증을 소지하고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서울을 벗어나서 시화방조제를 지나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 선착장에 도착하였다. 많은 사람이 북적이고 있었다. 배에 오르니 섬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서서히 높아졌다.
배가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출항하자 수많은 갈매기가 배 주위로 몰려들었다. 승객들이 손에 새우깡을 들고 있으면 갈매기가 몰려와 경쟁적으로 먹었다. 인천 연안은 국내 괭이갈매기 최대 서식지라고 한다.
배가 어느새 망망대해에 이르자 바다 한가운데 홀로 있는 섬은 외로워 보였다. 승봉도가 가까워지면서 커다란 호텔 같은 건물이 보였는데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콘도라고 하여 놀랐다.
드디어 1시간 20분을 달려 승봉도에 당도하였다. 선착장 입구 간판에는 ‘봉황이 있는 천상의 섬, 승봉도’라고 적혀있었다. 승봉도(昇鳳島)는 아득한 옛날에 신 씨와 황 씨가 고기를 잡던 중 풍랑을 만나 대피한 곳으로써, 며칠 동안 굶주린 시장기를 달래기 위하여 섬을 둘러보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 판단되어 정착하였다고 한다. 이곳의 지형이 마치 봉황이 하늘을 올라가는 모양과 같다 하여 '승봉'이라 부른다.
트레킹 코스는 선착장-이일레 해수욕장–신황정-촛대바위-남대문바위-선착장이고, 소요시간은 4시간이다. 선착장을 나와 준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걸었다.
조금 걷자 작은 섬치고는 꽤 넓은 황금들판이 나타났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를 보니 가을임을 느끼게 해주었다. 곧이어 이일래 해수욕장이 나타났는데 약 3㎞에 달하는 백사장이 펼쳐졌고 갯벌이 드러났다.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쐬며 백사장을 걸으니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이상하게도 백사장과 갯벌 위를 걸어도 발이 빠지지를 않았다. 한 회원은 “백령도의 백사장은 단단한 세립질 모래로 돼 있어 비행장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전 세계에 2곳밖에 없는 천연비행장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산대장은 갯벌에 있는 바위를 들추어 손바닥만 한 게 2마리를 잡아 보여주었다.
해수욕장 뒤에 있는 울창한 숲길로 올라갔다. 곰솔이 하늘을 뒤덮고 있어 깊은 산속에 있는 것 같았다. 곰솔(해송, 흑송)은 줄기와 가지가 검은빛을 띠는 소나무로 해변이나 해안 산지에서 잘 자란다.
해안으로 내려가 걷는데, 갯벌에 기둥을 박아 양식하는 시설물이 있어 가까이 가보니 굴 양식장이었다. 해변 언덕에 오르자 ‘신황정’ 정자가 우뚝 서 있었다. 옛날에 신씨와 황씨가 이곳에 올라 소원을 기도하던 곳이라고 한다. 정자에 서니 사방이 확 트여 조망하기에 너무 좋았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바다, 눈부시게 빛나는 백사장, 환상적인 섬, 파란 하늘과 흰 구름 등 이국적인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봤다.
암석 해안으로 가자 촛대바위가 하나도 아니고 3~4개가 집중적으로 있어 인상적이었다. 자연과 시간이 빚은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산책로는 내륙으로 있었지만 일부러 울퉁불퉁 바위투성이의 해변을 걸었다. 자칫 잘못하면 넘어져 다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한참을 힘들게 가자 특이한 바위가 눈에 띄었다. 가운데가 뻥 뚫린 기암괴석인데 남대문을 닮았다 하여 남대문 바위(코끼리 바위)라 부른다.
바위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선착장으로 향했다. 밀물 때라 그런지 오전에 봤던 굴 양식장이 모두 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를 태울 대부도행 배가 멀리서 서서히 항구를 향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승봉도에 대한 추억을 잔뜩 안고 배에 올랐다.
김재창 노원신문 편집위원 ☎010-2070-8405
승봉도
위치 :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
승봉도는 아늑한 옛날에 신씨와 황씨가 고기를 잡던 중 풍랑을 만나 대피한 곳으로서, 며칠동안 굶주린 시장기를 달래기 위하여 섬의 이곳 저곳을 둘러보니 경관도 좋고 산새도 괜찮아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 판단되어 정착하였다고 전해지는 섬이다. 이곳의 지형이 마치 봉황이 하늘을 올라가는 모양과 같다하여 '승봉'이라 부른다고 한다. 승봉도는 인천과 가까운 거리로 힐링여행지로 최적의 섬이다. 해안산책로 주변으로 자생해송림이 넓게 분포되어 산림욕을 즐길 수 있으며, 촛대바위와 남대문 바위 등을 만날 수있어 가벼운 트래킹을 즐기기에 좋다. 섬 남쪽에 위치한 이일레해변은 백사장의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이 낮아 관광객들이 물놀이를 위해 주로 찾는 해변이다.
당신의 첫 섬은 어디입니까? 승봉도에서의 첫 백패킹
트래비 기사 입력일 : 2023.06.08.
글·사진 김민수(아볼타) 에디터 강화송 기자
거칠지만 순수한 자연, 섬은 또 다른 세상이었다. 백패킹의 자발적 불편함과도 잘 어울렸다. 섬에서의 첫 백패킹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콩콩 뛴다. 텐트와 장비를 욱여넣은 배낭을 메고 설렘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간 승봉도, 그러고 보니 15년이나 흘렀다.
●가벼워진 배낭을 메고
오랜만이다. 문득 떠오른 첫사랑처럼, 승봉도가 그랬다. 부랴부랴 배편을 예약하고 배낭을 꾸렸다. 장비는 많이 단출해졌다. 도시락과 간식을 준비하니 버너와 코펠, 연료가 불필요해졌다.
한때 80L 배낭으로도 모자라던 장비들이 이젠 50L에 쏙 담긴다. 따지고 보면 15년 전에는, 승봉도의 모든 것을 볼 수 없었다. 내 오래된 하드디스크 속에는 그 유명한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사진이 없다. 그땐 정보도 없었을뿐더러, 마침 밀물 때라 모든 해안 경관이 물에 잠겨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만난 승봉도는 여전했다. 선착장에 아치가 섰고 섬길이 반듯해진 것을 제외하면 오래전 기억과 큰 다름이 없었다. 승봉도는 여의도 크기의 1/4에 지나지 않는 작은 섬이다. 차량을 동반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걸어서 충분히 돌아볼 수 있는 섬이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는 불과 10분 거리다. 산이라고 해봐야 승봉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인 해발 93m의 신황봉이 고작이다. 섬 한 바퀴를 다 돌아도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여행객들이 승봉도를 찾는 목적의 반은 섬의 북쪽 해안에 있다. 여느 섬이라면 하나라도 드물었을 절경의 기암들이 해안을 따라 늘어서 있으니 말이다. 부채바위,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등의 이름을 가진 바위들은 자연의 솜씨라 여겨지지 않을 만큼 정교하며 규모도 대단하다. 특히 남대문바위는 전형적인 해안침식지형인 씨 아치(Sea Arch)로, 흑산면 영산도의 석주대문과 아주 흡사하다. 썰물과 밀물, 그리고 날씨에 따라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며 거친 표면을 뚫고 생명을 유지해 온 소나무들도 바위를 돋보이게 한다.
승봉도의 해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물때를 잘 확인해야 하는데, 아침 여객선이 섬에 도착한 후 바로 트레킹을 시작하면 얼추 시간이 맞다.
●가장 높은 전망대 신황정
승봉도의 북쪽 해안, 그 아름다운 경관의 피날레는 절벽 밑동을 따라 놓인 데크로드 구간과 촛대바위 담당이다. 촛대바위는 본디 ‘신황봉’이란 커다란 몸통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꼭대기에 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으니, 바로 ‘신황정’이다. 신황정은 드론 없이도 북쪽 해안과 남대문바위가 있는 버끈내 해변의 모습까지 오롯하게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스폿이다. 또 동쪽으로는 전망대가 설치돼 있어 막힘없는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신황봉이란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승봉도에는 신씨와 황씨에 대한 입도 전설이 전해진다. 고기잡이하다 풍랑을 만나 떠밀려 온 신씨와 황씨가 경관과 땅의 비옥함에 반해 섬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섬의 옛 이름도 신황도였단다. 신황봉은 두 사람이 꼭대기에 올라 자손 번창을 기원했던 곳이라는데, 현재 80가구 160명의 주민 중에 신, 황씨가 많은 것을 보면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신황봉의 남쪽에는 목섬 그리고 부두치 해변이 자리하고 있다. 목섬은 꽤 많은 섬에서 만나게 되는 흔한 이름이다. 본 섬과 마치 목처럼 좁은 사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다. 물때에 따라 독립적인 섬이 되고 또 본 섬과 연결되는 점도 목섬의 특징이다. 부두치 해변은 파도가 세게 부딪친다는 뜻을 가졌다. 강한 파도에 의해 부서진 갯돌의 잔해와 조개껍데기 그리고 모래가 뒤섞여 해안을 채웠다. 섬사람들은 부두치 해변을 승봉도 최고의 비경으로 꼽기도 한다.
이일레 해변은 승봉도의 대표적인 관광스폿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많은 피서객이 몰려들어 번잡하지만, 그 밖의 계절에는 드넓은 모래사장과 맑은 바다가 텅 하니 비워진다. 이일레 해변의 정서는 평화로움이다. 그러다 보니 털썩 주저앉아 사색하기에 그만이다. 단출한 형식의 캠핑도 좋다. 승봉도의 하루는 대이작도 너머로 저문다. 이일레 해변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해변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시간의 흐름을 담을 수 있다.
이일레 해변 뒤편으로는 산이 하나 버티고 서 있다. 최고점이 68m에 지나지 않을 만큼 나지막하지만, 이래 봬도 당산이다. 당산은 삼림욕장을 품고 있다. 산림욕장에서 당산 줄기, 해안 산책로 그리고 촛대바위까지 이어지는 길을 ‘승봉도 바다둘레길’이라 부른다. 별다른 노고 없이 산림욕과 해안풍경을 고루 즐길 수 있는 일종의 산책코스다.
이일레 해변에 앉아 도시락을 먹은 후 슈퍼에서 사 온 얼음으로 냉커피를 만들었다. 한 모금을 시원하게 들이키다 문득 15년 전 승봉도를 소환했다. 아내와 함께 텐트에 누워 바라보던 하늘, 햇살, 바다. 어쩌면 그때 그 순간이 너무도 좋아 지금껏 섬을 찾아 여행을 이어갔었는지도 모른다. 싱그러운 첫 섬의 기억, 당신의 첫 섬은 어디입니까?
▶승봉도에서 주목해야 할 BEST Spot 3
사승봉도
사승봉도는 승봉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2km 떨어진 무인도로, 개인 소유의 섬이다. 섬 전체가 모래로 뒤덮여 사도로도 불리며 그 면적은 썰물 때면 더욱 드러난다. 북서쪽의 백사장과 풀밭이 만나는 지점이 가장 캠핑하기 좋으며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무인도의 원시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다. 저녁 무렵의 환상적인 낙조 그리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을 볼 수 있다.
상공경도
승봉도 남쪽으로 2.2km 떨어져 있는 섬으로 과거 텅스텐 광산이 있던 무인도다. 백사장으로 이뤄진 해변이 아름답고 폐광의 흔적이 남아 있어 최근 카약을 타고 들어가거나 승봉도나 대이작도에서 고깃배를 빌려 입도하는 사람들이 늘어 가는 추세다.
CAMPING
‘승봉힐링캠핑장’은 섬 자치단체인 ‘승봉개발위원회’에서 운영하는 공식 캠핑장이다. 데크사이트 16면과 4대의 캐러밴이 설치돼 있다. 샤워장에 온수가 제공되며 사이트마다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단 해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일레 해변은 백패커들이 주로 캠핑을 즐기는 장소다. 개수대, 화장실 등의 제반 시설에 퍼걸러 뒤로는 솔숲이 펼쳐져 있어 캠핑환경이 좋은 편이다. 성수기에는 승봉개발위원회에서 야영비를 징수하고 해변을 관리한다. 비수기에는 캠핑이 제한될 수 있다.
▶여객선
▷인천항 연안여객선터미널 ↔ 승봉선착장 차도선
(1일 1회 운항), 쾌속선(1일 2회 운항)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 ↔ 승봉선착장
(차도선 1일 1회 운항)
*공휴일, 성수기 증편 운항
김민수 작가의 섬여행기는 대한민국 100개 섬을 여행하는 여정입니다. 그의 여행기는 육지와 섬 사이에 그 어떤 다리 보다 튼튼하고 자유로운 길을 놓아 줍니다.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인천 옹진군 무인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인근 승봉도 ‘해안트레킹’은 최고 풍광 자랑
주간동아 기사 입력일 : 2013-10-14
양영훈 여행작가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사승봉도는 모래섬이다. 그래서 사도(沙島)라고도 부른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인천 옹진군 자월면 승봉리에 속한 무인도다. 공식적으로 상주하는 주민이 없어 정기 여객선도 다니지 않는다. 집 한 채가 있지만 비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도 캠핑을 즐기기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약간의 불편만 감수하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무인도 캠핑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사승봉도 캠핑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역시 교통편이다. 먼저 승봉도(승봉리)에 가서 배를 한 번 더 타야 한다. 승봉도와 사승봉도 사이에는 낚싯배가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이용객이 많은 피서철이나 봄가을 주말과 휴일에는 수시로 운항한다. 그러나 비수기와 평일에는 적잖은 뱃삯을 지불해야 원하는 시간에 맞춰 배를 이용할 수 있다.
캠핑 위해 약간의 불편 감수는 기본
승봉도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10여 분 만에 사승봉도에 도착한다. 사승봉도에는 선착장이 따로 없다. 배는 주로 승봉도와 대이작도가 마주 보이는 북쪽 해변에 닿는다. 모래톱에 뱃머리를 걸쳐놓고 사다리만 내리면 그곳이 바로 선착장이다. 하선 과정이 다소 불편하고 불안하지만, 그런 것도 사승봉도 같은 무인도가 아니면 즐길 수 없는 재미 중 하나다.
사승봉도는 물때에 따라 섬 넓이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사이에는 밀물과 썰물 때 넓이 차이가 곱절도 넘는다. 썰물 때는 약 54만2000m2(16만4000평)나 되지만, 밀물 때는 21만1500m2(6만4000평)가량만 육지로 남는다. 33만m2(10만 평)가량의 모래톱과 해변이 바다로 변하는 셈이다. 그러므로 사승봉도에서는 밀물 때도 안전한지 꼼꼼히 확인한 뒤 캠핑 장소를 구축해야 된다.
사승봉도 해안은 둘레가 3km쯤 된다. 북쪽 해안은 짧고 동서쪽 해변은 길쭉한 삼각자 모양이다. 북쪽과 서쪽 해안은 모래해변인 반면, 동쪽은 거칠고 경사가 급한 갯바위 해변이다. 캠핑은 북서쪽 모래해변에서만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북쪽 해안의 무성한 풀밭이 캠핑하기에 가장 좋다. 매트를 깔지 않아도 될 만큼 바닥이 푹신한 데다 굵은 장대비도 금세 땅속으로 스며들 만큼 물 빠짐이 좋다. 소금기 하나 없이 깨끗한 암반수가 솟구치는 샘(우물)과 간이화장실도 모두 북쪽 해변에 있다.
‘사승봉도’에 가면 파도소리도 느긋
사실 사승봉도는 곽재우(58) 씨가 운영하는 사설 캠핑장이다. 사승봉도 전체를 소유한 개인으로부터 땅을 장기임대해 캠핑장과 극기훈련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흔히 ‘사승봉도 이모님’이라 부르는 그는 인심 좋은 캠핑장 주인으로도 유명하다. 우물과 화장실뿐 아니라, 사승봉도 구석구석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가 거의 없다. 파도에 떠밀려오거나 피서객, 야영객, 관광객이 여기저기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일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가로등도 전기도 없는 사승봉도의 밤은 유난히 깊다. 서쪽 해변과 하늘을 붉게 물들였던 노을이 채 스러지기도 전에 땅거미가 내려앉는다. 저녁 9시만 돼도 도시의 자정 무렵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러므로 캠핑장비 설치와 저녁식사 준비는 가급적 날이 어둡기 전 끝마치는 것이 좋다.
낮보다 밤이 훨씬 아름다워
사승봉도에서는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답다. 인공의 소음은 모두 사라지고 파도소리, 풀벌레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만 천지에 가득하다.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말 그대로 강처럼 흐르고, 바다 저편에는 어느 민가의 불빛이 아련하다.
무인도인 사승봉도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다. 낚시, 독서, 산책 외에는 할 게 없어도 무료하지 않다. 섬을 벗어나는 그 순간까지는 시간의 제약이나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마음이 절로 느긋해지고 몸도 덩달아 게을러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스스로 만끽하는 것이 무인도 캠핑의 매력이다.
1박 2일 일정으로 사승봉도 캠핑을 계획했다면, 적어도 한나절은 승봉도에 할애해야 된다. 서해 경기만의 숱한 섬 가운데 승봉도만큼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곳도 흔치 않다. 특히 바위해변과 모래해변, 자갈해변이 교대로 반복해서 나타나는 승봉도 해안은 최적의 트레킹코스다. 모래해변이 끝날 즈음 자갈해변이 시작되고, 자갈해변을 지나면 바위해변에 들어서기를 끊임없이 거듭한다. 걷는 내내 풍광 변화가 다채로워 잠시도 지루할 틈이 없다.
승봉도는 사승봉도보다 네 곱절쯤이나 더 큰 섬이다. 그래 봤자 2.2km2(66만5000여 평)에 불과하다. 해안선 길이도 10여km밖에 되지 않는다. 느긋하게 서너 시간만 걸어도 섬 전체를 샅샅이 둘러볼 수 있다.
승봉도 해안트레킹은 원점회귀형 일주코스다. 선착장에서 보건진료소 앞 삼거리까지 약 800m와 촛대바위 구간의 일부만 중복된다. 보건진료소 앞 삼거리에서 곧장 직진하면 이일레 해변 입구, 당산 산책로 입구, 부두치 해변, 촛대바위, 삼형제바위, 주랑죽공원, 해식동굴, 남대문바위, 부채바위 등을 두루 거쳐 출발지인 보건진료소 앞으로 되돌아온다. 반대로 왼쪽 길을 선택하면 맨 처음 부채바위를 지나고, 이일레 해변 입구를 마지막으로 경유해 보건진료소 앞으로 되돌아온다. 어느 쪽을 택해도 트레킹코스 길이는 6.5km쯤 된다. 그러므로 어디부터 둘러볼지는 물때를 따져서 결정하면 된다. 특히 승봉도 최고 절경인 남대문바위를 보려면 만조(滿潮) 때는 피해야 한다. 부채바위와 남대문바위 사이 바닷길이 바다에 잠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대문바위… 촛대바위… 눈이 호강
남대문바위를 뒤로하고 거친 자갈해변을 따라 동쪽으로 400m쯤 걸어가면 작은 해식동굴이 나타난다. 승봉도의 비경 중 하나로 꼽을 만한 동굴이다. 언뜻 멀리서 보면 한 사람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작은 것 같지만, 실제 동굴 내부는 여남은 명이 앉거나 서 있어도 될 정도로 널찍하다.
해식동굴에서 주랑죽공원 앞을 지나 촛대바위로 가는 길에는 울퉁불퉁한 바위해변과 자갈해변, 굵은 모래해변이 잇달아 나타난다. 다양한 형상의 기암괴석과 활처럼 구부러진 해변의 조화가 독특하고도 아름답다. 하지만 마을과 해안도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사람들 발길은 뜸한 편이다. 그 대신 천연기념물 제326호로 지정된 검은머리물떼새를 비롯해 꼬마물떼새, 제비물떼새 등 바닷새가 곧잘 눈에 띈다.
승봉도의 맨 동쪽 해안에 위치한 촛대바위부터는 더는 바닷가를 따라 걷기가 어렵다. 인접한 부두치 해변까지 100여m에 불과한 바위해변 일부가 늘 물에 잠겨 있기 때문이다. 바닷길 대신 잡목과 억새가 무성한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지름길도 있지만, 길 찾기가 쉽지 않은 데다 가시덤불이 많아 초행자에게는 권할 만한 길이 아니다.
촛대바위 남쪽의 부두치 해변도 승봉도의 비경 중 하나다. 모래와 자갈, 조개껍데기가 섞인 해변이 넓게 펼쳐져 있다. 해변 끝에는 썰물 때면 승봉도와 하나가 되는 목섬이 있다. 목섬 입구까지만 놓였던 데크 산책로가 최근 200m 이상 연장된 덕에 부두치 해변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졌다.
부두치 해변에서 승봉도 마을까지는 승봉도 최고봉인 당산(68m) 기슭의 울창한 솔숲을 가로지른다. 바람결에 느껴지는 솔향기가 머릿속까지 맑게 해준다. 길가에는 대표적인 가을꽃인 쑥부쟁이와 수크령이 하늘거린다. 인천 앞바다의 이 작은 섬에도 어느덧 가을빛이 완연하다.
여행정보
● 숙식
캠핑장비가 없어도 사승봉도에서 캠핑을 할 수 있다. 캠핑장 운영자인 ‘사승봉도 이모님’(곽재우 씨· 010-5117-1545)에게 미리 전화하면 텐트를 비롯한 캠핑장비를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다. 사승봉도에서 캠핑하려면 1인당 1만 원의 입장료(청소비)를 내야 한다. 당일치기 관광객의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승봉도에는 일도네펜션(032-831-8941), 바다가 보이는 집(032-762-9688), 승봉도비치펜션(032-831-5588), 승봉마린펜션(032-831-3616), 바다풍경펜션(032-431-4515) 등 펜션과 민박집이 많다. 펜션이나 민박집에 미리 부탁하면 식사를 제공해주기도 하고, 선창식당(032-831-3983), 이일레식당(032-832-1034) 등 상설 음식점이 있어 사시사철 어느 때라도 식사가 가능하다. 메뉴는 백반, 매운탕, 꽃게탕이 주종을 이룬다.
● 가는 길
인천↔승봉도 : 자월도, 대·소이작도, 승봉도에 차례로 기항하는 쾌속선 레인보우호(032-887-2891)가 평일 1회, 주말과 휴일 2~3회 왕복 운항한다. 차량 선적이 가능한 대부고속페리5호(032-887-6669)는 매일 1회씩 왕복 운항한다. 여객선 출항시간은 물때와 요일에 따라 달라지므로 미리 확인한 뒤 예매하는 것이 좋다.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쾌속선), 2시간(페리호).
대부도↔승봉도 : 안산 대부도의 방아머리선착장(032-886-7813)에서도 차량 선적이 가능한 대부고속훼리2호가 매일 1회 운항한다. 1시간 30분 소요. 사전 확인 및 예약은 필수다.
승봉도↔사승봉도 : 승봉도선착장에서 선창호(011-9047-3770)를 비롯한 낚싯배가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사승봉도와 가장 가까운 대이작도와 소이작도에서도 드나들 수 있다. 사승봉도 캠핑장의 곽재우 씨에게 미리 연락하면 배편도 연결해준다. 뱃삯은 어른 1인당 왕복 1만5000원이 기본이지만, 인원에 따라 달라진다.
옹진군 승봉도 지도
옹진군 [소이작도&대이작도&승봉도&사승봉도]
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