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towOJW8hq6g
예전에 연말이 가까워 오면..
학교 업무와 무관한
반갑잖은 분들이 참 많이도 방문하였다.
월부 책 외판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소외된 저소득층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크고 작은 기관들부터 시작해서
알지도 못하는 단체까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거의 강매수준으로 물건을 떠넘기고
가곤 하였다.
명색이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인데~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구매를 하였다.
소년 소녀 가장 돕기,
결식 아동 식사 후원 ,
독거노인복지를 위한 후원은
그렇다 쳐도..
구족화가까지 와서
자기네들이 정성껏 그렸다고
인쇄한 카드를 묻지도 않고
100장씩 안기는가 하면..
발달장애인이
제작했다는 벽걸이 장식..
나무표면에 뜨겁게 달궈진 인두로
지진 그림이나 글자, 혹은 목판에 사자성어를 조각칼로 새겨넣은 것을 들고 와서
책상에 놓고 총총히 사라지곤 하였다.
차마~ 뿌리치지 못 하고..
작은 후원과 카드는 매년 의무적으로
구매해 주었는데..
어느 날,
어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발달장애인 대표가 찾아왔다.
가로 70cm 세로 25cm 되는
나무현판에 불광편조 '佛光遍照'라는 글을 조각한 것을 들고 와서 사달라고 자꾸 통사정을 하였다.
구매해드리고는 싶지만
도저히 여력이 못 된다고 미안하다고
정중히 거절을 하였으나..
부처님의 뜻을
널리~ 비춘다는 뜻이고
고급 향나무에 정성껏
새겨 제작된 것이니..
세월이 지나도
향나무 향은 영원히 남아있고
대대손손 대물림하는 보물이니~
집에 걸어두면
액운은 물론 잡기까지
막아주는 벽사의 의미까지 있다고
입이 마르고 닳게
집요하게 권유, 아니 강매를 하였다.
월급날도 멀었고~
수중에 돈도 없다고 하니..
할부도 가능하니
돈 생기면 천천히 주세요 하고..
90도 인사를 넙죽 하더니~
물건을 떠안기고 바로 사라져버렸다.
무려 5만원이라는 거금이었다.
그 당시 대졸 초임이 30만원을 받던 시절이니..
큰 돈이었지만..
코를 자극하는
향긋한 향나무 냄새에 취하고..
선행한다 생각하고~ 큰 마음 먹고 구매하였다.
며칠 지나..
그 단체장한테
인쇄된 상장 비슷한 크기의
감사장 한장이 날라왔다.
종이 쪼가리지만
감사의 표시려니 생각하고
차마~
버리지는 못하고 사물함에 넣었다.
현판은 현관 신발장 벽에 걸어두고.. 오며가며 바라 보곤 했는데..
서너달 쯤 지났을까.
그리도 진하게 발산하던
향나무 향이 아예 나지 않았다.
알고보니~
일반 나무에 향나무 가루를
현판 주변에 몇차례 덧칠을 한 것이었다.
불필요한 지출을 했다는 낭패감보다는.. 사람에게서 받은 배신감에 참 헛헛하였다.
그 이후~ 나는 소년소녀 가장 돕기 후원 말고는 그 어떤 후원도 구매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가 화제가 되어 자폐증 장애인은 물론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혼자가 아닌 같이하는 상생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야겠다.
오늘 어느 선생님으로부터 후원 동참 글을 받았다..
동참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마음으로 응원한다는 짧막한 카톡문자로 답신을 보냈다.
오래 전~
잠시... 내 기억을 더듬어 보며..
우리나라도 장애인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더 크게 더 많이 확대되기를 기대하여 본다.
첫댓글 참 옛날 이야기 이지요~
좋은 음악 감사합니다.
Royal Albert Hall을 보니
세계 4대 뮤지컬 중에 하나인
"The Phantom Of The Opera"가 생각나네요~
우리 무엇보다도 건강 합시다!
저도 감사합니다..
교육자로서 선행 철학을 행하신 걸로 보아
분명 그 제자들도 지금 세상 곳곳에서 아름답게 꽃을 피우고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과분한 말씀.. 감사합니다. 오래 전, 겪은 경험을 반추해보며 올려보았습니다. 국가사회적으로 복지 인프라도 많이 구축되었지만~ 우리네 의식만큼은 제 자리 걸음이지 싶습니다. 구제대상이나 대하기 불편한 존재로만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다 함께 가는 정서적 사회공동체를 기대해봅니다.미스타서님 처음 뵙겠습니다..
오래전에 저도 구족화가들이 그린 성탄카드를 몇년간 구입해 준 적이 있습니다. 가격도 일반 카드보다 좀 비쌌던 것 같고요. 몇 년을 그렇게 하다보니 느낌도 좀 이상하고 의심도 들어 마지막 배송된 카드는 돌려보낸 적이 있지요. 이후에 동네의 장애우 기관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힘겹게 지내고 있는 장애인들 ,원장님,직원 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동정심과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동참을 했었는데 어느 날 안 봐야 할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서 일하는 부원장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장애우 에게 무엇을 시키는데 아랫사람에게 하듯 하는 말투에 심부름 시키듯 하는 태도에 실망감이 들고 뭔가를 또 의심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곳 후원을 그만두고 어느정도 운영을 잘 한다라는 기관을 물색하여 마음 편히 후원을 했지요. 그러다가 얼마 후 불어닥친 IMF로 인해 후원을 끊고 말았는데, 어느 곳이건 내부의 모습은 우리가 기대 하는 것처럼 그렇지는 않다 입니다. 제 얘기를 길게 써서 죄송하네요. 올려주신 글을 읽다보니 연약한 자들을 위한 김선생님의 세심하고도 아름다운 마음도 읽어집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고..물가는 터무니 없이 치솟고.. 국가경제가 뒤흔들리고.. 국민을 대표하는 최고 엘리트 집단.. 정치인들의 소모적 정쟁. 농민들은 수확 직전의 자식같은 벼들를 갈아 엎어버리는 슬픈 현실. 도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는지.. 국가사회적으로 어두운 요즘입니다. 일반인도 그러한데..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소외계층과 장애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생각해봅니다. 거기에 기생하는 기생충같은 인간들로 후원 자체가 꺼려지기도 하지만.. 모두가 자연성을 회복하고 사람다운 삶을 살면서.. 자기 자리를 온전히 지키며 상생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들뜸이나 흐트러짐 없이 가지런하게 일상의 내용을 채워야겠습니다. 우리는 늙지 않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오늘을 소중히 내 안에 담기 위해 살아갑니다. 오늘만이 나의 것이니까요.. 깊어가는 가을정취.. 만끽하시는 여유롭고 행복한 일상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