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발간한 슬로우리포트 “억장이 무너진다, 민주당의 감세 딜레마”를 읽고 독립 연구자 유준경님이 보내오신 글입니다. 전문은 댓글로 남깁니다.
몇 가지 흥미로운 포인트가 있습니다.
- 첫째, 세금으로 가격을 조절하겠다는 목표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 거래량도 줄고 시장이 경색됩니다. 이미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충분히 확인했죠. 투기를 찍어누르는 데도 실패했습니다.
- 둘째, 종부세는 나쁜 세금인가. = 종부세는 보유세입니다. 하지만 1% 부동산 부자들을 대상으로 징벌적 과세 성격으로 출발했고 반발도 컸죠. 한국은 상위 1%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고 평생 1%가 될 수 없는 사람들도 1%를 때리는 규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 셋째, 미국은 안 그런데? = 재산세는 지방세, 종부세는 국세입니다.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는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님 글에도 나오지만 우리 동네에서 걷어서 우리 동네에 쓰는 세금이 아니죠. = 그런데 미국과 비교는 적절치 않습니다. 팔로 알토에서 거둬서 팔로 알토에서 쓰는 게 아니라 캘리포니아 주세로 걷죠. 캘리포니아는 지역이라고 보기에는 미국에서 가장 잘 사는 주고 GRDP가 영국의 GDP보다 높습니다. 나라로 치면 6위 규모. = 한국의 종부세는 미국으로 치면 연방세라고 할 수 있죠.
- 넷째, 취지는 그렇다 치고 반발이 너무 크다. = 원칙을 허물었기 때문입니다. 툭하면 세율이 달라지고 세율을 결정하는 공시지가 현실화율도 달라지니 폭탄을 맞는 경우가 생기죠. 그래서 모든 문제의 원인이 종부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게 유준경님의 분석입니다.
- 결론은? = “이익(benefit)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기본 원칙을 생각하면 됩니다. 소득(income) 있는 곳에 세금 있는 게 아니죠. = 부동산을 소유하면 이익이 발생하고 이익에 과세하는 건 당연한데, 한국에서는 부동산이 급등하던 지난 수십년 동안 손쉽게 거래세(양도세+취득세)로 세수를 확보해 왔죠. (집값 많이 올랐으니 이 정도는 내도 되지 않겠어? 이런 느낌으로 말이죠.) = 이제 와서 판을 흔들려니 쉽지 않지만 이제 다른 세상이 됐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이제 집값은 더 크게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 유준경님은 “종부세라는 이름으로 모든 재산 관련 세목이 다 ‘헤쳐 모여’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일단 양도소득세부터 합치자는 거죠. 그게 원래 노무현 정부에서 종부세를 도입했던 취지와도 맞고요.
- 세제 관련 통계가 엉망이라 정리하는 데 좀 고생을 했는데요. - 한국은 전체 조세 가운데 부동산 관련 세금이 14% 정도 됩니다. 다 합치면 73조 원 정도 됩니다. - 부동산 관련 세금 가운데 국세와 지방세가 각각 46%와 54%입니다. - 부동산 관련 세금 가운데 68%가 거래세입니다. 32%가 보유세고요. - 지난 리포트에서 소개했지만, OECD 평균은 보유세가 68%, 거래세가 32%로 보유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2018년 기준.) - (사실 국제 통계를 보면 부동산 세금을 어디까지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들쑥날쑥입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무려 다섯 가지 세금에 부동산 세금이 뒤엉켜 있습니다.)
- 두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 첫째,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높이는 게 우리 사회의 합의된 원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반대하는 분이 있나요? - 둘째,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건 허경영(국가혁명당 대표)에게 저작권이 있지만 이재명(민주당 대표)도 대선 때 자주 했던 말이죠. 애꿎은 종부세를 때릴 게 아니라 조세 전반에 걸쳐 큰 그림이 필요하지 않을까요?